그림 : Dottie Kim 글 : Mama Lee
사람은 누구나 편안함의 경계가 있다.
각자의 생각, 취향, 판단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에 편안함의 경계선에 벽을 높이 세운다.
상대가 경계를 눈치채지 못하고 나에게 상처 주지 않도록.
그리고 나도 모르게 상대를 공격하지 않도록.
유난히 덥고 끈적거리는 여름이었다.
다른 어느 때보다 불편한 계절이 되자, 불쾌지수와 불편함의 지수가 동시에 치솟았다.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가 만든 열감으로 겨울에도 등이 뜨겁다던 엄마의 여름은 공포에 가까웠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는 집 밖을 나서는 것도 꺼리는 눈치다.
외출하려면 손 선풍기, 손수건은 물론 땀에 지워지는 화장을 수정하기 위해 파우치도 꼼꼼하게 챙긴다.
에어컨의 냉기로도 잠재울 수 없는 열감과 싸우는 엄마의 여름은 치열했고, 가벼운 대화도 잠시 망설이게 될 만큼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피부가 유난히 하얀 아이에게도 여름은 그다지 반가운 계절은 아니다.
자외선 차단제로 무장을 해야 하고, 냄새나고 끈적거리는 땀방울도 불쾌하다.
하지만, 여름에 먹는 아이스크림의 통쾌한 맛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달아오른 여름 잇몸까지 시원해지는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 물면 잔잔한 걱정은 모두 사라진다.
게다가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맛과 질감, 컬러의 콤비네이션이라니 침이 꼴깍 넘어갈 만큼 신나는 경험이다.
시스루 뱅 스타일로 자른 앞머리가 이마에 찰싹 달라붙거나, 티셔츠에 땀방울 자국이 나는 것만 빼면 여름은 참을 만한 계절이긴 하다.
연필처럼 가늘고 예민한 아빠에게 여름은 끈적이는 습도, 온도, 온갖 냄새로 불쾌한 계절이다.
가뜩이나 뾰족한 촉각과 후각이 더욱 섬세해져서 공기 중에 담긴 작은 분자 하나까지도 끄집어내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빠에게 여름과 겨울 중에 딱 하나를 고르라 하면 아빠는 여름을 선택할 것이다.
지방이 10%도 안 되는 아빠에게 겨울은 뼛속까지 시린 계절이고, 안경에 김이 서리는 불편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여름을 지내는 동안 아이는 스스로 불편함과 엄마 아빠의 불편함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름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는 계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녹는다는 건 형태가 무너져 완전히 다른 것이 되고, 본래의 색상이 흐려지는 것이다.
녹아내리는 존재는 딱딱한 장벽이 허물어졌기 때문에 다른 녹아내린 다른 존재에 섞일 수밖에 없고,서로 섞인 상태로 잘 어울리게 될 수밖에 없다.
아이는 녹아내릴 듯 뜨거운 계절에 불편함을 경계를 허물고, 서로 모여 즐겁게 어울리는 세상을 생각하며, 그림을 그린다.
서로 다른 세상이 마주하고 녹아내려 하나가 되는 과정이 만만하지 않을 것 같아, 사랑스러운 파스텔컬러로 도시의 풍경을 그리고, 멜팅, 믹싱, 밍글링 되는 위대한 현장을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누비는 아이를 그렸다.
아이와 엄마, 아빠 각자의 여름 세상은 녹아내려 서서히 하나가 되고, 아이는 기꺼이 끈적이는 여름을 즐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