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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용용이 – 백조처럼 수영하는 공룡

그림 : Dottie Kim 글 : Mama Lee

by kimleekim

스코틀랜드의 네스호에는 Nessie라는 이름의 괴물이 산다고 한다.

작고 둥그런 얼굴 기다란 목을 가진 거대한 괴물이 유유하게 네스호수를 떠다니는데,

사람을 헤치고, 무서운 소리로 위협하기보다는 흑백 사진처럼 안개 자욱한 네스호수에 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보거나 만지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다양한 생명체의 존재를 확신한다.

과학 도감과 동화책을 많이 읽고 상상하면 경험의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에 생명체의 존재에 대해 더욱 확신하게 된다.


서너 살 꼬맹이들도 최소한 1억 년 전 혹은 2억 년 전에 존재했다는 공룡의 이름을 줄줄이 외울 만큼, 경험으로 익힌 생명의 존재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Nessie에 대한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영화 속 괴물처럼 징그러운 이빨을 드러내거나, 시뻘건 피를 흘리며 사람을 집어삼키는 모습이 아니라 작고 둥근 머리를 가진 기린처럼 목이 긴 그리고 무거운 몸체와 상관없이 가볍게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이었다.


네시는 물 위를 떠다니는 커다란 뱀장어 혹은 통나무 일지도 모른다 한다.


분명한 것은 공룡의 시대가 지난 현재에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생명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요정 이야기처럼 네스호 괴물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소재였다.

어쩌면 우리가 경험하고 상상하는 이상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확증일 수 있을 테니까.

외계 생명체의 존재처럼.


일반적인 괴물의 이야기와는 달리, 두려움 보다 조금은 친근함이 느껴지는 Nessie의 이야기는 나에게는 다른 상상의 존재를 떠올리게 했다.


공룡이 멸종하는 대격변 속에도 오직 스코틀랜드의 네스호만 폭풍의 눈처럼 평온하게 보호되어, 천적이 없이 안전하게 살아남은 유일무이한 존재 용용이.

브라키오사우루스처럼 얼굴이 작고 목이 긴 용용이는 백조처럼 우아하고 색이 고운 날개를 가볍게 펼치고 네스호를 유유하게 누빈다.

엄청나게 분주한 물속의 발차기는 보이지 않지만 요동치는 물결이 오히려 빛과 안개 사이에서 거대한 뱀장어 떼가 헤엄치며 이동하는 모양을 만들어 낸다.


사람들은 멀리서 용용이를 보고 깜짝 놀라지만, 도망치지는 않는다.

자욱한 안갯속에서도 희미하게 보이는 거대한 용용이는 뭔가 귀여운 실루엣과 나무늘보처럼 다정한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한 헤엄이 아니라, 놀이처럼 즐기는 수영을 즐기는 용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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