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흐뭇함 덕분에 생각만 하던 일을 실행에 옮길 용기가 생겼다. 바로 헬스장 PT 등록이다. 운동의 효과는 이미 몇 년 전 필라테스를 통해 몸소 경험했기 때문에, 필라테스를 그만둔 뒤로 '아, 운동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때보다 더 역동적인 운동을 해보자는 생각을 반년 넘게 하다가, 어느 초여름에 상담을 받고 바로 계약을 해버렸다.
집 근처 대형마트에 오랫동안 붙어 있던 헬스장 할인 광고를 더는 지나칠 수 없었다. 필라테스도 50회 수업이 끝나자마자 그만뒀던 것처럼, 헬스도 혼자서는 의지를 갖고 하기 힘들 것 같아 할인 기회에 PT 수업 50회를 등록했다. 그렇게 시작한 헬스장을 2년 동안 다녔다.
역시 운동은 만병통치약이 맞았다. 물론 눈에 보이는 내 몸은 운동 전이나 후나 여전히 종이 인형이다. 그래도 일주일에 두세 번씩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눠주는 선생님과 고강도 운동을 하면서 내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졌다. 출근길 지하철 계단이 힘들지 않고 노트북 백팩이 무겁지 않게 느껴졌으니 운동 효과가 꽤 좋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2년 동안 꾸준히 열심히 한 건 아니다. 야근이 많은 시즌엔 한 달 동안 못 가기도 했고, 휴가철엔 2주 넘게 쉬기도 했다. 가서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돌아온 적도 많았다. 그래도 자의든 타의든 헬스장에 꾸준히 출석한 것만으로도 내게 의미가 있었다. '퇴근하고 운동가는 멋진 나'의 모습에 취해서 평소에도 괜히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 덕분에 회사에서도, 일상에서도 전보다는 더 힘 있게 지낼 수 있었다.
근황
이사 가면서 헬스장을 그만두었지만 PT 선생님과는 친구로 지내고 있다. 헬스를 그만두고 한동안 운동을 쉬다가 다시 '아, 운동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복싱장에 등록했다. 예상치 못 하게 복싱에 빠져버려서 요즘은 거의 매일 복싱장에 나가고 있다. 운동 자체가 재밌어서 하는 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