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기차로 대륙을 누비다
또다시 길을 나선다. 이번에는 미시간주에서 제일 큰 도시인 디트로이트다. 시카고에서 디트로이트까지의 거리는 약 500킬로 정도이며 관광지로는 그다지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는 도시이지만 석유파동과 세계화 이후 미국에서 가장 심각하게 타격을 받은 도시로 알고 있었기에 한 번은 방문해 보고 싶어 주저 없이 선택했다.
디트로이트시는 디트로이트 강을 경계로 캐나다와 접해 있으며 강 건너에는 윈저시가 있고 강이 무척 넓고 아름답다.
디트로이트는 해상과 육상교통의 중심지로 일찍이 자동차를 비롯한 공업도시로 발달하였으나 석유파동과 값싼 일본 자동차에 밀리고 세계화에 따른 생산기지가 외국으로 나감에 따라 쇠퇴를 거듭하다 파산의 지경에 이르렀단다.
날씨가 추운 탓도 있었지만 경전철을 이용해 돌아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고 특히 밤에는 유령의 도시와 다를 바 없었다.
디트로이트는 시의 재정이 열악하여 사고가 나서 경찰에 신고를 해도 경찰이 도착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단다. 경찰 월급을 주지 못해 감원을 하다 보니 출동할 인력이 없다는 것이고 강력 사건 발생률도 높다고 한다. 실제 길을 걷다 보면 길이 보수되지 않아 차가 다니는데 위험 곳도 많다.
디토이트의 밤거리는 정말 죽음의 도시 같았다. 하지만 늦은 밤 디트로이트 오페라 하우스 곁에 있는 호텔에서 묵었던 우리는 오페라가 끝나는 시간에 자동차들의 소음에 잠이 깨어 한참을 뒤척여야 했다. 시의 재정이 어렵고 사람들이 살기 어려워도 오페라를 즐기는 사람들은 따로 있나 보다.
저녁에 숙소로 돌아오는 길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고 걸어오며 식당을 찾는데 길거리에서 흑인 부부가 핫도그와 돼지고기를 구워 팔고 있다. 고기 굽는 냄새가 시장기를 북돋워 핫도그와 돼지고기 구운 것을 사 가지고와 숙소에서 와인과 함께 먹고 잠자리에 든다.
흑인 부부의 모습에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고달픔이 느껴지며 어젯밤 늦은 시간 오페라를 관람하고 귀가하는 사람들과 대조를 이룬다.
디트로이트의 낡은 고층 빌딩을 보면서 미국의 어두운 모습을 보게 된다. 미국에서의 여행도 막바지에 이른다. 이제 시카고로 갔다가 짐을 꾸려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LA로 가서 며칠간 투어를 하고 한국으로 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