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대륙을 누비다
시카고에서의 꿈같은 여행을 마치고 이제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시카고에서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LA로 간다. 시카고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는 약 55시간 즉, 2박 3일을 지내고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시 기차를 타고 LA로 가게 된다.
기차를 타고 미 대륙을 횡단하는 여행, 정말 이루고 싶었던 꿈의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이미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또 워싱턴에서 시카고로 장거리 기차 여행을 했어도 계속해서 두 밤을 기차에서 보내는 여행은 그리 흔한 여행이 아니기 때문에 전날 밤 잠을 설쳤던 것 같다.
시카고를 떠난 열차는 끝없는 평원을 달리고 또 달린다. 달리다 도시가 나오면 쉬다 가고 그리고 또 평원을 달린다. 하루가 지나도 산 하나 보이지 않는 대 평원이다.
시카고를 떠나고 하루가 지나고 나서야 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도상으로 보면 덴버를 지나는 것 같다. 좀 안타까운 것은 장거리 기차는 하루에 한 번 밖에 다니지 않아 언제나 같은 구간은 같은 시간에 지나치게 되어 중간에 내렸다 가더라도 밤에 보지 못한 풍경은 다시 볼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돌아오는 기차를 타게 되면 낮과 밤이 뒤바뀌게 되면 갈 때 보지 못한 경치를 볼 수도 있을 테지만 아쉽다.
열차가 산을 통과하게 되자 이번에 겨울 나라가 다시 찾아온다. 나무가 눈을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이 동화 속에 나오는 마을 같다. 가끔 지나다 보면 스키장도 보이고 정말 아름다운 곳을 지나게 된다.
아마도 2002년도에 동계올림픽이 개최된 솔트레이크시티를 지나는 것 같다. 이런 곳에서 며칠이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다.
장거리 기차 여행을 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일도 당하게 된다. 이번에도 예외 없이 이상한 이유로 기차가 멈춰 서 꼼짝을 하지 않는다. 뭐라고 방송을 하기는 하는데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니 기차에 문제가 생겨 수리를 하고 있는데 오늘 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저 태평이다. 내가 손해 보는 것은 도착하는 날 예약해 두었던 샌프란시스코의 숙박비만 떼이면 되니 여기서 자나 호텔에서 자나 모레까지 LA에 도착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다섯 시간 정도 머물렀던 기차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마 수리가 끝났는 모양이다. 그리고는 지체했던 시간을 보상받기라도 하듯이 무척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경치를 뒤로하고 기차는 정시보다는 약 3시간 늦게 샌프란시스코의 인근 에머리 빌 기차역에 도착한다.
60시간 가까이를 기차에서 보내고 땅에 내리니 몸이 아직도 기차의 진동이 느껴지는 듯하다. 샌프란시스콘 인근의 숙소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다시 LA를 향하여 출발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는 기차로 약 9시간이 걸린다. 바닷가를 끼고 내려오는 경치가 아름답다.
3박 4일에 걸친 시카고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의 기차 여행은 힘들고 지루한 여행으로 생각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정말 뜻깊은 여행이었다. 이렇게 길고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는 사람은 드물 것이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