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오늘은 테살로니키를 떠나 칼람바카로 가는 날이다.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서두른다. 숙소에서 기차역까지는 걸어가기에는 무리가 있어 택시를 미리 예약해 두었다.
짐을 꺼내 놓고 택시를 기다리며 숙소 앞을 보니 비파나무도 있고 까맣게 익어 가는 올리브나무도 있다. 멈춰 기다리며 보는 동네의 모습이 새삼 아름답다.
택시를 타고 테살로니키의 기차역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는 택시에서 집값을 따로 받는다. 미리 요금에 얼마를 더 보태 줄 생각이었는데 요금보다 높게 불러 그 돈만 주고 만다. 좀 더 주려고 했었는데..
기차를 타고 칼람바카까지는 직접 가는 기차가 없고 중간에 내려서 갈아타야 된다.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정말 오랜만이다. 탈린에서부터 한 달 넘게 여행하면서 폴란드에서만 기차를 이용하였고 대부분 버스로 이동을 하였다.
칼람바카로 가기 위해 중간의 팔레오하르살로스역(Palaeofarsalos)에서 정말 오랜 시간을 기다린다. 기차는 정시보다 1시간이나 늦어 도착한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비가 오락가락한다.
기차가 정시에 도착해도 2시부터 시작되는 칼람바카에서의 선셋 투어에 참여하기가 빠듯한데 연착까지 하니 난감하다.
기차가 칼람바카역에 가까워오니 비는 더 많이 내린다. 오늘 오후에 시작되는 선셋 투어는 어려울 것 같아 여행사와 연락을 취해 오늘 오후의 선셋 투어는 취소를 하고 대신 오전에 하는 메테오라 수도원 투어로 바꾼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투어버스가 기차역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그 차로 숙소에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비가 와서 오후의 투어는 취소되었으나 대신 투어버스로 숙소까지 데려다 주어 정말 좋았다. 딸이 미리 예약해 두었던 숙소는 시내 중심에 있고 창문을 통해 보면 아름다운 기암괴석들이 멋지게 눈에 들어온다.
숙소에 짐을 풀고 호텔 직원이 알려준 이곳의 이름난 교회를 찾아 나선다. 비는 오고 바람도 불었지만 오후 시간에 호텔에 있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시간이다. 우리 부부야 가지고 있는 것이 시간뿐이지만 딸에게는 일 년에 한두 번 있는 휴가에 정말 아까운 시간일 것이란 생각이다.
비 오는 칼람바카의 도시를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운치가 있어 보인다. 옛 교회를 찾아가 본다. 도시 뒤에는 아름다운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앞으로는 강이 흐르고 있다.
교회를 돌아보고 시내를 거닐며 저녁에 식사를 할 마땅한 식당을 물색해 본다. 스마트폰에 나와 있는 맛 집을 한 번씩 둘러보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식당을 보아두었다가 저녁에 다시 오기로 한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사람들의 인적이 없는 광장의 분수는 그래도 밝은 빛에 힘차게 물을 뿜어 올리고 있다.
식사를 하고 오다 낮에는 문을 닫았던 가게들이 밤이 되자 문을 열고 손님을 맞는다. 이곳 관광객들의 특색이 우리가 타고 온 기차로 칼람바카로 왔다가 오후 선셋 투어를 가거나 인근의 수도원을 돌아보고 밤에 다시 칼람바카의 숙소에 와서 식사를 하고 시내에 들러 쇼핑도 하고 하룻밤을 자고 다시 오전에 투어나 트래킹을 하고 오후 5시경에 출발하는 기차로 아테네로 가는 것이 칼람바카 메터 오라의 관광코스라는 것이다. 우리도 그런 코스를 똑같이 밟고 있다. 그렇게 칼람바카에서의 밤이 깊어간다.
어제 낮부터 계속 내리던 비는 밤에도 그치지 않았다. 어제 하지 못한 선셋 투어를 오늘 오전의 메터 오라 투어로 변경해 놓았는데 새벽에 잠이 깨서 하늘을 보니 별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온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내를 지나 높은 언덕으로 올라간다.
해가 떠오르기 전 높은 바위산이 붉게 타오른다. 인적이 드문 언덕 위에서 혼자 이런 장관을 보고 있으니 조금은 아까운 생각이 든다. 그런데 숙소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단다.
혼자만의 새벽 산책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아침을 먹는다. 오늘 오전에는 수도원 투어를 갔다가 늦은 오후에 기차를 타고 아테네로 가는 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