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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환 Apr 04. 2019

캐나다의 재스퍼에서 밴쿠버로

대금과 함께 세계로,  기차로 캐나다 대륙을 누비다.

재스퍼에서 밴쿠버까지 오는 길.  약 850킬로, 기차로 23시간 반이 걸린다.


  나흘간 재스퍼에서 프린스 조지를 거쳐 프린스 루퍼트를 여행하고 다시 재스퍼로 돌아오니 재스퍼에는 첫눈이 내려 곱게 물들어 가는 나뭇잎과 멀리 보이는 설산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재스퍼 시내의 모습.  가을이 지나고 있다.


  재스퍼로 돌아와 하룻밤을 자고 짐을 카운터에 맡기고 시내로 나온다.  오늘 저녁 이번 기차 여행의 마지막인 재스퍼에서 밴쿠버로 가는 기차를 타고 가는데 시간이 많이 남아 시내를 거쳐 인근 산을 트랙킹을 하기 위해서 이다.


재스퍼 시내의 모습


재스퍼 박물관의 내부 모습


  숙소에서 나와 인근의 재스퍼 박물관으로 향한다.  박물관에는 재스퍼 초창기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이곳을 탐험할 때 썼던 기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재스퍼 박물관의 내부 모습


산책길에서 바라본 재스퍼의 시내 모습


  박물관을 나와 시내 외곽의 트랙킹 코스를 따라 걸어본다.   프린스 루퍼트를 가기 전에는 시내의 아래쪽 애써 바스카 강 쪽으로 가다 엘크를 만나기도 했었는데 이번에는 반대편 산 쪽으로 방향을 잡아본다.  스마트 폰의 지도를 따라 가는데 트랙킹 코스도 지도에 잡혀 걸어가는데 어려움은 없다.


재스퍼 산책길에서의 아름다운 경치


  하지만 아무도 없는 산길을 우리 둘이서만 걸어가는데 조금은 무섭다.  어디서 큰 동물이 나타날 것만 같기도 하고 길에 커다란 동물이 배설해 놓은 것을 보니 더욱 으스스하다.



산책길에서 만난 곰의 모습.  무서워 빨리 찍고 도망쳤다.


  그렇게 가다 보니 산 쪽에서 커다란 움직임이 보인다.  가만히 보니 흑곰이 먹이를 찾고 있다.  정말 숨이 멎는 것 같다.  가까운 곳에 곰이 있으니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혹시 사람을 공격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가득하다.


산책길에서의 아름다운 모습



  되도록이면 곰에게 자극을 주지 않기 위해 발소리를 죽여 걸어가면서도 곰의 모습을 스마트 폰에 담아본다.  버스를 타고 밴프 국립공원을 갈 때 차에서 곰을 한번 보았고 기차를 타고 오면서도 한번 보았는데 산책을 하다 길에서 곰을 만나다니 행운인지 악운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곰을 보았으니 어디 가서 자랑할 거리는 생긴 것 같다.


호수와 침엽수림과 설산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치를 선사한다.



  우리가 산책하는 길은 오랜 전에 산불이 일어나 지금은 복원 중인 것 같다.  나무가 하나도 없는 개활지가 나타나는가 하면 타다 남은 나무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한참 트랙킹을 하다 보니 아름다운 호수가 나타난다.  눈 내린 산과 호수, 산을 둘러싸고 있는 하얀 구름이 정말 아름답다.  가까이에는 단풍과 함께 살짝 온 눈으로 치장한 나무들도 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는 듯하다.



  곰을 보고 산을 보고 호수를 지나는 길이 조금은 두렵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다.  사람들이 거의 돌아다니지 않고 조금은 무서워 길을 돌아 내려가려는데 관광객인듯한 사람이 혼자 걸어 올라온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오다가 곰을 보았다고 자랑을 하고 조심하라 하였더니 못 믿겠다는 듯이 사진을 보여달라고 한다.


  스마트 폰의 사진을 보여 주니 놀라워하며 어디서 보았느냐고 물어본다.  스마트폰의 지도를 보여주며 우리가 왔던 코스를 알려주니 알았다 하며 곰이 있다는 곳을 향해 가고 우리는 시내로 내려온다.




    트랙킹을 마치고 시내로 들어와 며칠 전에 보아두었던 한국 식당을 찾아간다.  토론토의 한인 식당에서 냉면을 먹은 이래 한인 식당을 찾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김치찌개로 점심을 먹는다.  


산불로 모두 타고 다시 나무가 자라고 있는 모습. 



  점심을 먹고 숙소의 카페에서 맥주를 한잔 시켜 놓고 한참을 보내다 기차역으로 가니 기차역에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기차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세찬 바람을 피해 대합실로 모두 모였기 때문이다.  토론토에서 출발한 기차는 중간 위니펙에서 3시간 정도 쉬고 다시 재스퍼에서도 약 3시간 정도 머물며 시내 관광 등을 하는데 날이 추우니 밖에 나가지 않아 그런 것 같다.


재스퍼의 기차역.   지도에 기차가 오고 있는 것이 표시되는 전광판


재스퍼의 기차역 대합실과 오른쪽 표는 기차의 배치안내판.


  침대칸 쪽의 카페에서 승객들에게 서비스하는 악단이 대합실에서 연주와 노래를 하고 있어서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 있는 것 같다.  위니펙에서도 그렇게 연주하고 노래했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이다.



  짐을 들고 대합실을 들어가는데 누가 아는 체를 한다.  돌아보니 어제 같이 기차를 타고 프린스 조지에서 같이 내려왔던 사람이다.  기차에서 대금을 한번 불었더니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이다.   다시 걸어가는데 조금 전에 산에서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만났다.  일부러 우리에게 다가와 자기도 곰을 보았다며 카메라의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을 한다.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응원을 해준다.  이 사람들이 모두 우리가 타고 가는 기차를 타려고 하는 것이다.



  시간이 되어 기차가 출발한다.  밤에 출발하는 기차는 그렇게 어둠을 뚫고 서쪽으로 서쪽으로 달린다.  얼마를 달려갔을까?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기차가 달리고 날이 밝아 온다.  구름이 짙게 내린 하늘과 그리고 산과 강이 어우러져 경치가 나름 아름답다.


기차를 타고 가다 만난 풍경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강가의 모습



  산악 지대를 지날 때는 강을 따라 철도나 도로가 나는 것 같다.  강과 함께 기차는 계속 달려간다.  가끔 가다 보면 도로의 차도 보이기도 하고 강 건너편으로도 철도가 있어 화물 열차가 끝없이 이어진다.


기차를 타고 가다 만난 풍경   멀리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른 아침 강에 나와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땅이 넓으니 사람들이 거의 없다가 가끔 보이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지고 여유롭게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무척이나 부럽게 느껴진다.



기찻길은 강을 따라 내려온다.


  재스퍼에서 밤 7시 반에 출발하면 밴쿠버에서는 다음날 저녁 6시에 도착한다.  하룻밤을 기차에서 보내야 되고 약 23시간 반을 달려가야 된다.


재스퍼에서 밴쿠버로 오는 길 강과 함께 내려왔다.



  오랜 시간을 기차를 타고 오는 길이 조금은 힘들기도 하지만 내려오는 내내 변화하는 차창 밖의 경치를 감상하며 달려오니 정말 지루한 줄을 모르고 내려왔다.  하기야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육지의 크루즈라 불리는 침대칸에서 맛있는 음식과 감미로운 음악을 즐기며 편안한 잠자리에서 여행을 하겠지만 우리는 그런 것이 결코 부럽지 않다. 




  그렇게 밴쿠버에 도착하며 5월에 시작된 캐나다와 알래스카, 미국, 그리고 캐나다 횡단 기차 여행을 마친다.  장장 약 140일간의 여행이었다.


밴쿠버는 아직 가을이 오지 않았다.   9월 중순은 아직 여름의 날씨를 보이고 있었다.



  딸을 결혼시키고 출발한 여행, 이제 추석을 맞아 집으로 돌아가면 또 무슨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또다시 여행을 갈 수 있을까?  이제는 조금 자숙하며 지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밴부버 공항안의 조형물 들...




  이렇게 캐나다의 여행은 끝났지만 전에 다녀온 아프리카와 중국, 일본의 기차 여행의 이야기도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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