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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 Aug 24. 2019

안녕 파리, 안녕 보베 공항! 우리 다신 보지 말자

파리의 한 메트로 역

한바탕 양말 소동이 벌어지고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파리를 떠나는 날, 우리는 샤를 드골 공항이 아닌 보베 공항에서 베를린행 비행기를 타기로 되어 있었다. (라이언항공은 저가 항공이라서 샤를 드골 공항에 항공편이 편성되지 않은 것 같았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Y와 나는 공항버스를 이용해 보베 공항까지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탑승 시각이 너무 일러서 대중교통으로는 공항까지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시내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문의했고, 안내소 직원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택시를 타고 공항까지 이동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른 시각, 택시를 부르는 건 우리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영국에서 어학연수 중이었지만, 우리는 영어도 서툴렀고 프랑스어라곤 봉주르, 메르시, 울랄라 밖에 몰랐다.) 고민하다 Y와 나는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그리고 새벽에 택시를 부르는 것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택시 요금이 걱정됐다. 파리의 바가지 택시 요금은 그 당시에도 유명했기에 요금을 여러 번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택시에 오르기 전까지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에게 도움을 받아 사전에 협의한 요금이 맞는지 택시 요금을 재차 확인하고 차에 올랐다. 


그러나 파리의 택시 운전사는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는 공항에 도착하자 더 많은 요금을 불렀다. 안 되는 영어를 구사하며 따져봤지만, 그는 영어를 모른다며 정당한 요금이니 자신의 제시한 요금을 내라고 요구했다. 비행기 탑승 시간이 임박해진 Y와 나는 어쩔 수 없이 약속한 금액보다 몇 배나 비싼 택시 요금을 지불했고 다시는 파리를 여행할 때 보베 공항에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회상해보면 그 당시 우리가 지불한 택시 요금은 비행기 티켓보다 비쌌다.)


 파리에 있는 동안 우리가 보았던 관광지도, 전시도 모두 좋았다. 그러나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발칙한 양말 도둑과 바가지 택시 요금으로 우리에게 파리는 친절하지 않은 도시가 되었고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도시가 됐다. (파리를 좋아하지 않게 된 데에는 양말 도둑과 바가지요금의 영향이 컸지만. 꼭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메트로를 타고 이동하던 중 빨간색 킬힐을 신은 파리지앵에 내 발을 밟고 지나간 일이 있었다. 그녀는 내 발에서 피가 나는 것을 보고도 단 한 마디 사과하지 않았고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 대하는 파리시민들의 태도도 불편했다. 상점에서는 영어를 사용하면 점원은 어딘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뭘 주문할 때마다 도리어 내가 미안해지곤 했다.) 아무리 아름다운 곳일지라도 이러한 불쾌한 감정이 반복되면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법이다.


우여곡절 끝에 Y와 나는 보베 공항에서 베를린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우리는 "안녕 파리, 안녕 보베 공항!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라는 말을 남기며 파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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