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 번째 파리 여행에는 새로운 여행 파트너가 함께했다.
나의 오랜 친구 K가 바로 그 주인공.
K와 나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알았지만, 한 번도 같이 여행을 간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친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만났고, 초등학교 6년 중 무려 3년 동안이나 같은 반이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나는 어쩌다 나와 K가 친해진 걸까 생각해봤다. 그러나 우리가 친해진 계기에 대해서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내가 기억하는 건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을 때 K와 나, 그리고 또 다른 2명의 친구가 늘 붙어 다녔다는 것뿐.
우리 네 명은 학교 안에서도, 밖에서도 항상 같이 다니는 단짝이었다. 우리 넷의 성격은 정말 너무나도 달랐는데, 어느 하나 평범한 사람이 없어 얼핏 보기에는 서로 잘 안 맞을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인지 우리 넷이 붙어 다니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K는 이 중에서도 나와 가장 다른 성격을 가진 인물이었다. 나는 맏이 같은 막내라면, K는 누가 봐도 막내 같았다. 동갑내기 친구였음에도 K는 우리에게 자주 어리광을 부렸으며, 종종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막무가내로 떼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응석은 미운 구석이 없었고, 나를 비롯한 친구들도 귀엽게 웃어넘길 만한 것이었다.
K와 나는 성격 말고도 다른 점이 또 있었다. (여행을 해보니 K와 나는 다른 점이 무척 많았다.) 어릴 적부터 K는 꾸미고, 노는 것을 무척 좋아했는데, 나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정적인 시간을 좋아했다. 그래서 우리가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엄마는 둘이 여행 가서 싸우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나중에 전해 들으니 K의 어머니도 똑같은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 둘은 싸움에 대한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았다. 왜냐면 각기 다른 성격만큼이나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간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친구로 지낸 지 10년이 넘어가면서 우리 넷은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게 됐다.
우리는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은 갖지만, 그에 대해 간섭하지는 않는다. 또 서로의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자신의 사고방식이 옳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누가 이렇게 하자고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우리는 1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름’을 받아들였다. 암묵적으로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있었기에 K와 나는 여행 계획을 짜면서 우리가 싸울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