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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혜 Aug 04. 2023

도살장으로 가는 돼지들

한 마리라도 다른 길로 가길

어리둥절/ 김미혜


      

도살장으로 가던 트럭이 옆으로 넘어지면서, 길 위로 돼지들이 쏟아져 내려요. 차들이 쌩쌩 달리는 길에서 돼지들이 어리둥절 처음으로 햇살을 밟아요. 처음으로 분홍빛이 되어요. 돼지를 주워 모으려고 트럭이 낑낑 일어나는 동안, 목을 축이러 돼지들이 강물로 내려가요. 강물이 솜털을 살살 만져 주어요. 강물이 발목을 적셔요. 무릎을 적셔요. 이때야! 강물이 돼지를 낚아채요. 빨라진 강물을 타고 둥둥 떠내려가요. 그런데 뉴스는 이상하지요. ‘급커브 길에 와르르 쏟아진 130마리 안전하게 트럭에 모두 태워’ 라고 하니 말이에요. 앗, 살구꽃보다 진한 분홍빛 돼지 한 마리가 강물에서 나와 달려가는 트럭을 보고 있어요.




<2023 창비어린이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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