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아모리? 그게 뭔데?

비독점적 다자 연애에 대한 단상.

by 민서영

"요즘 C랑 만나고 있어."


너무 스스럼없이 말하는 친구 A의 태도에 나는 마시던 오렌지 주스를 그대로 뱉을 뻔했다. 내가 놀란 이유는 그녀가 C라는 사람을 만나기 때문이 아니었다. 다만, 그녀의 애인인 B가 바로 앞에 앉아있는데 그녀가 그런 말을 꺼냈기 때문이다. 간신히 정신을 다잡고 나는 B의 눈치를 봤다. B는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 아무렇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A와 C의 연애사에 훈수를 두고 있었다. 뭐야, 둘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헤어지기라도 했어? 다시 친구 관계로 돌아간 거야? 거침없이 흔들리는 나의 동공을 봤는지, A가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둘 다 폴리야. 폴리아모리."


아, 그래? 하고 납득하기야 했지만,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나는 약간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A는 C와 만나고, 하지만 B와 사귀고, 그리고 B는 또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고... 나도 예전에 일처다부제를 환영한다고 농담처럼 말하고 다니기는 했지만, 그걸 실제로 하는 사람들 (이 경우에는 다여친다남친제이지만 말이다)이 있을 줄이야.


"질투는 안 해?"

내가 묻자, A와 B는 동시에 "하지"라고 대답했다.


"감정은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모노아모리와는 질투를 발현하는 방식이 다른 거야. 내가 못하는 걸 해줘서 다행이다라던가, 다른 방식으로 애정 표현을 하던가."

"별로인 남자 만날 거면 차라리 만나지 말라고 화도 낼 수 있고."


가끔 애인이 아닌 사람과 묘한 분위기(찡긋)가 된 적은 있어도, 평생을 모노아모리(라 믿고)로 살아온 나에게는 너무 새로운 이야기라,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애인이 있어도, 애인을 사랑해도 다른 사람과 연애관계를 가지고 싶은 것, 나는 단순히 내가 욕심쟁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폴리아모리의 세계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 자체는 욕심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폴리아모리는 비독점적 다자 연애이기에, 기존 상대방과의 합의가 있다면 다른 파트너를 사귈 수 있다. (이 합의가 없다면, 그냥 바람이다) 폴리아모리에게 사랑이란 1/n이 아니라, 이 사람을 위한 n이 있고, 또 다른 사람을 위한 n이 있는 거라 한다.


이것까지만 들으면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귀가 솔깃한데,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나는 욕심쟁이라서- 정작 상대 파트너의 다른 연애관계를 허용하지 않을 것 같다. 만약 연인이 다른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사랑한다, 그 생각만 해도 가슴이 갈갈이 찢어지는 것 같다. 너무 화가 날 것 같다. 설사 나를 사랑한다고 해도, 나를 향한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 해도, 나는 그 관계를 참지 못할 것 같다. 결국 나는, 남을 독점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독점되기 싫을 뿐. 그래서 나의 '비독점'은 성립하지 않는다.


친구 A의 말로는, 폴리아모리는 두 명 이상의 상대를 사랑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폴리아모리더라도 상대방은 모노아모리이기를 바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 그것은 너무도 이기적인 일이다. 나는 상대의 온리원(only one)이 되기를 바라지만, 상대는 나의 원 오브 뎀(one of them)이라니, 이건 그냥 스타와 팬의 관계가 아닌지. 동등한 두 성인이 만나, 동등한 관계가 되어야 하는데 나의 판타지 속의 관계에서는 그 균형이 너무도 무참히 깨져버린다.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는 거지?"

내가 묻자, A와 B는 이번에도 동시에 대답했다.


"물론이지. 안 그러면 왜 만나."


평범하고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또 다른 상대를 사랑하는 연애.

내게 있어 그것은, 나는 그래도 되지만, 상대는 안되는 일.


그것을 원하는 나는 지독한 이기주의자이기에,

앞으로도 계속, 쭉 모노 아모리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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