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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Jul 26. 2018

7화: 서귀포 ‘새연교’ 전시

제주 문화예술창고 몬딱

#1. 번거로운 일 두 가지    


차를 수리하는 일이 우선이다. 습한 제주 날씨 속에 오랫동안 내버려 두다시피 한 것이 문제였다. 트럭 하부가 잔뜩 녹슨 문제는 당장 운행에 지장이 없지만, RPM이 오락가락하며 속도가 나지 않는 문제는 바로 고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모슬포 쪽에서 카센터 한 곳을 찾았다. 그런데 차량 수리가 밀려 당장은 힘들다며 이틀 후에나 오란다. 비용도 30~40만 원은 든다고 한다. 아, 비용이 만만치 않다. 발길을 돌려 감산리 근처의 카센터로 가니 이번엔,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낮잠을 즐기던 사장이 일어나, 지금은 부품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한다.     


오후 5시쯤, 마지막으로 동생 성하의 소개로 중문 근처 카센터를 찾아갔다. 그러나 이곳도 지금은 부품이 없고 내일 12시쯤에나 주문한 부품이 올 테니 그때 다시 오란다. 차에 에어컨 냉매까지 부족해 뜨거운 바람을 맞아가면서 이리저리 돌다가 여름 하루가 다 지난다.


“승환, 내일은 차를 고쳐 서귀포 새연교로 가자!”



제주 서귀포항과 새섬을 잇는 '새연교', 새연교를 걸으며 바라보는 서귀포 앞바다와 한라산의 풍경은 절묘하다. 야경도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책 장소이다. 이곳을 7번째 ‘찾아가는 갤러리트럭’의 전시장으로 잡았다. 참고로, 새섬은 천지연폭포 관광주차장에서 1km쯤 떨어져 있는 연륙교인 ‘새연교’를 그냥 걸어서 들어가면 된다. 한 바퀴를 돌아 나오는 데 30분 정도 걸리는데, 산책로도 잘 조성되어 있다.


서귀포 새섬에서 바라 본 문섬- 김민수 스마트폰 사진


이튿날 오후, 차 수리를 마쳤다. 비용이 처음 견적과는 달리 14만 원밖에 들지 않았고, 차도 잘 고쳐진 듯 상태가 만족스럽다. 신나게 30분을 달려 새연교 입구에 도착했다. 갤러리트럭을 세우고 승환과 나는 바로 전시 준비에 착수했다.    


“허가받고 오셨나요? 이곳은 서귀포시청 해양수산과에서 사용 허가를 받아서 이용해야 합니다.”    


근처의 관리 담당자가 찾아와서 말한다. 시청 해양수산과에 가서 사용 허가서를 받아야 하는데, 시청이 가까우니 지금 다녀와도 되겠단다. 나는 부랴부랴 갤러리트럭을 접고 시청으로 향했다. 문득 몇 년 전 서울 한강 주차장에서 한창 전시를 하다가 멈추고 허가를 받으러 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서귀포시청 해양수산과에 신청서를 제출하니 담당자가 오늘은 서류 결재가 안 된다고 한다. 전시는 다시 내일로 미뤄졌다. 차 문제로 하루를 보내고, 허가 문제로 또 하루를 넘긴다. 뜨거운 여름날, 여차여차 번거롭다.


#2. 서귀포 ‘새연교’ 전시    


이튿날 마침내 새연교에서 전시를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은 특히 전국에 폭염 특보 비상이다. 날이 너무 뜨거워 오후 5시부터 8시까지만 전시를 하기로 했다. 다행히도 다리 근처라서 바람이 시원하다. 



늘 느끼듯 야외로 나오면 좋다. 사람 구경도 하고, 구석구석 좋은 구경도 하고, 우리는 이 외출을 즐기기 시작한다. 근처 편의점에서 사 온 삼각 김밥과 시원한 커피로 달콤한 요기를 하면서 여름날 오후 한가로운 한때를 보낸다.    


“선생님, 어디세요?”    

 

현안숙 선생님의 반가운 전화다. 나는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서귀포문화원에서 스마트폰 사진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제는 내 강의를 듣는 꽤 여러 사람이 서로 형님, 누님 하면서 가까이 지내고도 있다. 전시장 근처에 살고 있으니 응원차 오시겠단다. 현정렬 님, 김순조 님과 함께 찾아오셨다.



냉커피에 쑥떡 등 가지고 온 요깃거리를 나눠 먹으며, 전시 구경도 하고 이야기꽃도 피운다. 서귀포문화원의 스마트폰 사진 강좌는 7월 31일에 종강한다. 동시에 그동안 실습으로 촬영했던 작품 한 점씩을 액자로 만들어 전시한다. 우리들은 작품 제목도 정하고, 인증샷도 찍으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고 흥미롭게 갤러리트럭 전시를 관람한다. 조금 있으니 서귀포문화원 사진반 수강생인 박종국 형님이 찾아왔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브레이크 타임을 이용하여 택시를 타고 온 것이었다.


“우리, 전시 끝나고 종국 씨네 식당에 가서 저녁 먹고 가죠!”   

 

문화원 수강생 가운데 큰누님격인 현안숙 선생께서 승환과 내게 맛있는 고기와 밥을 사주겠노라 즉석 모임을 만들어 냈다. 다들 찾아와 준 것만도 감사한데, 물심 어느 편으로나 늘 내게 따뜻한 선배들이 고맙기 그지없다. 나의 제주살이가 즐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틀 동안 고생해서 찾아온 새연교의 바람이 청량하다.     


다음 연재) 


제주 감귤창고를 업사이클링 한 '문화예술창고 몬딱 - 잇다.나누다. 즐기다' - 작가 작업실/갤러리/문화예술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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