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년 클레어 Sep 28. 2024

[동화] 4. 투덜이족

인간세계에 산재해 있는 투덜이족

물질의 상태(物質- 狀態, state of matter)는 물리학에서 물질이 존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태, 즉 상을 말한다. 일상생활에서는 고체, 액체, 기체, 플라스마 4가지 상태를 흔히 볼 수 있다.

플라스마 상태는 지구상에서 볼 수 없다는 오해가 있는데, 일반적인 조건에서는 자유롭게 존재하진 않지만 번개, 전기 스파크, 형광등, 네온사인,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곳에서 흔하게 플라스마를 볼 수 있다. 항성의 코로나나 특정 유형의 불꽃, 별 모두 플라스마 상태의 발광 물질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일반 물질 중 99%가 플라스마 상태이며 모든 별 안에는 플라스마가 있기 때문에 4가지 물질의 상태 중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상태가 플라스마다

출처: 물질의 상태 - 위키백과

박테리아는 Monera계(kingdom)에 속하는 생물로서, 지구환경 어디에서나 살고 있는 매우 작고 가장 많이 번성한 생명체이다. 땅, 물, 공기와 같은 외부환경뿐만 아니라 사람의 장이나 위 등 다른 생물체의 안에서 기생하여, 발효나 부패를 일으키고 병원체가 되기도 하는 아주 작은 단세포 생물이다.



03화 [동화] 3. 이탄의 추방 (brunch.co.kr)

오래 투박해진 중절모자와 마스크를 낀 채 레일 깔린 먼 길을 바라보던 노신사, 그의 눈빛은 창가에 걸쳐져 이윽고 지난한 세월의 어느 한 점에 멈춰 서버렸다.

마스크를 벗어 답답한 숨을 뿜어내는 얼굴은 덥수룩한 수염으로 어수선해 보였다. 미간의 옅은 주름과 인자한 표정은 헛헛한 삶을 통달한 연륜과 깊은 애수를 담고 있었다.




희뿌연 연기 속에서 칠판의 분필이 쉴 새 없이 글자를 자각해 내고 있었다. 분필을 움직이는 실체는 인간이 아니었다. 저 구름 위 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피어링족인 윌리엄이었다.


"프랭크! 이제까지 인간 과학계에선, 물질은 고체, 액체, 기체 그리고 플라스마 상태로만 존재한다고 가르쳤겠지. 근데 말이야. 실은 인간들이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한 물질의 상태가 있다네.


바로 심체(體)야. 오랫동안 과학, 철학 뭐뭐 하는 전문가 나부랭이들이 이걸 정신분석이니 심리니 하며 뭔가 다 발견해 낸 듯 호들갑을 피웠던 거네. 퍼라이드 교수는 정신분석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지. 그 소란을 틈타 더 깊은 동굴에 숨겨져 버린 심체의 비밀은 그래 베일에 쌓이고 만 것일세.


어리석은 인간들, 그 전문가들도 실은 에코나라가 조종하고 기억 조작하는 줄도 모르고 말이야. 이제껏 지적 황홀경에 빠져 세상을 다 아는 양 확신하니 참 황당하지 뭔가. 인간들은,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질의 플라스마 상태도 겨우 알았냈지 않는가. "


칠판을 가로지르는 손가락은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을 영상으로 띄우며 설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프랭크 자네 알고 있나?  더 우스꽝스러운 것은 말이야. 인간들은 물질의 상태중 덜 중요한 것들에 지독하게 집착하며 살아간다는 점이야. 다이아몬드나 대부분의 물건은 고체이지 않는가. 그걸 갖지 못해 안달복달하며 인생을 허비하지.


피는 액체이지 않는가. 얼마나 소중한가. 인간의 호흡줄을 잡고 있는 기체인 공기는 어떠한가. 근데 물이나 공기가 파괴되든 개이치 않고 사람의 피 흘림보다 돈이 되는가만 생각하는 고체족속들. 아, 고체족속이란 에코나라를 비롯 구름 위 세계에서 인간들을 조롱하는 은어라네.


그중, 심체는 물질의 상태중 가장 중요한데 아예 모르니 말이 되나.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이 실체를 알면, 또 얼마나 사기치고 장사할 생각만 할 것인가를 알기에 숨기고 숨긴게지. 구름 위 세상만은 잘 지켜져야 하니깐 말이야. "


프랭크는 인생의 숨을 몰아쉬듯 한 단어를 입으로 모로 물고 생각에 잠겼다.


"심체.."


칠판의 분필은 속삭포처럼 이론의 백미를 내뱉었다.


"심체는 물질의 특이한 상태로 부피와 질량은 없어. 마음, 정신, 영혼(spririt)하고도 다르지. 실재하는 물질로서 세계와 영원의 시간을 추동하고 생사화복을 가름하는 핵심인데, 현재로선 인간의 지성으로는 찾아내기 힘든 영역이야. 인간들은 이 지점을 퍽하면 '난제'라고 어물쩍 넘어가곤 했었지.


에코나라는 그 심체상태의 물질들을 식량으로 유지되는 나라이며, 지구는 심체의 물질을 생산해 내는 유일한 별이지. 인간들은 전혀 발견하지 못한 거대한 자원이라네. "


노신사는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잊혔던 자신의 이름을 되내었다.


"물리학자 프랭크"


덜그럭 거리는 고속전철 소리가 소동하는가 싶더니, 지지직 소리를 내며 방송 멘트가 나왔다.


"고속전철 안에서는 냄새나는 음식이나 얼음 음료를 식음 하시면 안 됩니다. 쾌적한 환경을 위해 여러분의 많은 협조를 당부드립니다"


고속전철의 정막을 깨뜨린 안내방송이 번잡스러웠다. 좀 전까지 눈에 들어오지 않던 전철 안 승객들이 보였다. 방송과 동시에 승객들의 시선이 앞에서 세 번째 줄의 한 여성에게 쏠렸다. 그 여성은 좀 전까지 햄버거 봉지를 바스락거리던 손을 잠시 멈칫하는가 싶더니 이내 분주해졌다. 햄버거를 다시 주섬주섬 집어넣는 반투명의 비닐봉지는 부엌에서 자주 보던 물건이 아니던가. 필시 그녀가 입에 쑤셔 넣고 있던 햄버거는 전날 어디서 얻어듯 보였다.  


흔하지 않은 안내 방송. 때마침이라 하기엔, 이 공교로움은 누군가의 제보를 연상할 수밖에 없었다. 이 칸에서 누가 말했을까. 난감했다. 프랭크는 세 번째 줄 우측 창가에 앉아있던 터, 그녀의 모습을 곁눈으로 훔쳐볼 수 있었다.


그녀의 행색을 보건대, 20대 초반은 돼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기미가 듬성듬성 보이는 데다가 피부가 까무잡잡해서인지, 그 나이로 보이진 않았다. 윗니가 돌출되어 있어서인지 안 그래도 도톰한 입술은 더 촌스러워 보였다. 좀 전까지 책을 보았던 듯한데, 햄버거 소스가 끈적하게 책에 떨어 휴지로 서둘러 닦아내느라 소란스러웠다.


프랭크 귀에는, 그녀의 책높이 심장에서 아까부터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펌프질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질껑거리는 액체와 고체를 썩어놓은 기묘한 공명을 자아냈다. 그건 오직 프랭크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모든 사람이 너를 경멸해. 이 한심한 인간아. 하다 하다 고속전철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무시당하냐? 넌 빠가도 아니도 어찌 된 애가 전철에서 햄버거 먹을 생각을 하니?


니 엄마도, 니가 늘 이런 멍청한 짓거리나 해대니 널 버리고 간 거잖아. 잊었어? 넌 또라이, 멍충이, 구제 불능에 미한테도 버려진 무가치한 인간이라고. 참, 가지가지 한다. 나가 뒤져! 당장 나가 뒤지라고! 고향집에 가도 누구도 널 반기지 않아!'



프랭크는 여자의 심장 부근에서 그것들이 내장에 머리를 박으며 질러대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좁쌀처럼 작아진 녀석들은 갈비뼈에 올라타더니 말타기 하듯 온몸을 들썩거리며 마치 미친놈들처럼 스스로를 학대하는 모습들도 보였다.


'바로 그 녀석들이다.. 투덜이족!'


좀 전까지 햄버거를 몰래 먹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책을 보려던 그녀의 부드러운 마음은, 투덜이족의 발광으로 감정의 폭주를 증폭시키고 있었다. 다소곳이 다문 입술은 일그러져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전철 바닥에 침을 쏘아 뱉고 말았다. 눈에는 살기가 올라왔고 헝클어진 운동화 끈은 이리저리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땅을 튀기고 있었다.


이번엔 그녀가 속삭되는 내면의 소리마저 프랭크의 귀에 순식간에 달라붙었다.


'미친 새끼들. 사람도 몇 명 없는 전철에서, 뭘 먹든 무슨 상관이야. 지랄도 풍년이다. 에휴.. 집에서 먹고 나올걸.. 그래 나 붕신다. 어쩔래!

 뭣도 없는 것들이 나대, 나대기를 시○. 쌍판대기도 더러운 진상들아, 니들 집구석이나 잘 챙겨. 대갈박을 뿌세불라'


그녀 내면의 목소리는 머리 위에 펼쳐진 두루마리에 타이핑 되며 또르륵 구술 같은 메아리로 울려 퍼졌다. 동시에 그녀 주위를 에워싸 날개짓 하던 생명체들의 웽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프랭크는, 그들이 에코나라의 요정들인 것을 대번에 알아챘다.

 

"(요정) 이만천. 햄버거 냄새나니깐 잘 채집해."


"근데 건질 게 없어.."


"이 여자의 감정엔 더러운 냄새가 지독해. 이건 로빈에게 폐감정 가격에 넘겨야겠어"


"요즘 인간들은 젊으나 늙으나 왜 이렇게 욕을 많이 쓰는지. 오바이트 나올 것 같아."


"그래도 채집해. 그거라도 넘겨야지. 갈수록 도체 좋은 감정과 기억을 채집하기가 힘드네"

 

프랭크는 미간을 간헐적으로 찡그리다, 호흡이 가빠오르는듯 가래 기침을 토해냈다. 그러는 사이 투덜이들의 중얼거림을 놓쳤지만 이내 듣지 못한 소음에 연연하는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그 옛날 자신이 젊었을 때, 노노에게 들었던 말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노노는 우주의 핵심을 꿰뚫고 있는 지구상 몇 안 남은 현자였다. 지구, 에코나라, 투덜나라뿐 아니라 구름 위에서 펼쳐지는 우주의 비밀을 아는 사람이었다.  


"한 사람속 그리니깐 육체, 마음, 영혼엔 한놈의 투덜이만 들어갈 수 있다네. 몸을 최대 3층 높이 건물처럼 부풀어 올리기도 하고 최소 박테리아 수준까지 새끼 치듯 자기 복제가 가능하거든. 투덜이들은 한 인간의 마음을 잠식하고 육체를 잠식하며 평생을 기생하며 살아가지"


노노가 프랭크를 걱정하며 알려준 투덜이족의 실체는 끔찍하고 충격적이었다. 그것은 신화나 전설, 우화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인간은 한 사람도 예외 없이 투덜이족의 타깃이 된다고 했다. 노노는 간곡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투덜이족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의 나쁜 죽음이지. 좋은 감정과 좋은 기억은 에코나라의 식량이라 투덜이들은 손도 못 . 대신 인간들을 격동시켜 나쁜 감정과 나쁜 기억을 뽑아내야 생존할 수 있어. 그게 그들의 식량이니깐."


프랭크는 불현듯 떠오른 노노의 말들에, 처음 들었던 그때의 감정이 일어나 비위가 상했다.


"좋은 감정의 주인들은 죽으면 에코나라로 모셔가 자유로운 삶을 살지만, 나쁜 감정의 주인은 투덜나라의 식량 냉장고에 입실해 거기서도 나쁜 감정을 뿜어내는 형벌을 마저 살게 된다네. 그 안에서도 아주 지독한 놈들은 감옥국에 갇혀 호된 고통을 받기도 하지.


그러니깐, 투덜이들이 한 인간을 먹잇감으로 삼아, 평생 질질 끌고 다니며 마음과 영혼을 망가뜨리고, 육체를 고의로 병들게 해 죽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라네.


인간의 죽음은 끝이 아니야. 육체의 죽음은 더 이상 좋은 감정과 좋은 기억을 생산해 낼 수 없을 뿐이지. 기회가 사라지는 거지."


                                                                                                                   

프랭크는 땀이 비집고 나오는 손바닥을 기지바지에 문지르며 멀리 늘어선 구름과 지루한 레일을 내다봤다.


'인간의 감정과 육체를 허물어뜨려, 나쁜 사람인채로 죽게 하는 것, 그것을 노리는 투덜이족의 횡포를 세상은 모르고 있다.


인간들이 고작 찾아낸 것이라곤 그들이 저지른 횡포의 결과물뿐이지. 투덜이족이 휩쓸고 간 폐허 같은 잔해들 말이야. 원인 모를 질병, 의문의 사고, 인간관계의 파괴,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무지..'


그때 투덜이들의 발광으로 인해, 좀 아까 봤던 여자의 면역세포들이 기겁을 하고 교란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렸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보호해 주는 대표적인 면역세포인 백혈구도 맥을 못 추었고 이내 그 구역은 희뿌연 야광물질에 휩싸였다.


쥐새끼 같은 투덜이들은 이내 세포처럼 작아져 혈관을 막아섰고 그로 인해 그녀의 심장과 뇌에도 이상 징후가 시작되었다. 신이 난 투덜이들이 여기저기 그녀의 몸속에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는 소리가 징그럽게 들렸다.


동시에 투덜이족의 공격을 받은 인간들 중 투덜이족 보다 더 잔혹하고 악랄한 인생을 살다 간 숱한 흉악 범죄자들의 신문 기사들이 머릿속을 어지러이 헤집고 지나갔다. 


투덜이족 때문에, 몸이 아프거 투덜이족 보다 더 악한 존재로도 타락할 수도 있는 인간이란 존재가 불쌍하고 끔찍했다.



프랭크는  모든 소리에 구역질이 올라오려 하자 모자를 벗었다. 남자의 중절모자는 탈진한 사람처럼 후줄근한 노신사의 무릎팍에 축 쳐져 새근새근 잠들었다.


남자는 눈에 힘을 주듯 지그시 감았다. 쿵! 쿵! 거대한 화염괴 연기에 휩싸인 산이 보였다.


'아...'


발적 신음소리는 색감이 뒤엉킨 파렛트처럼 남자의 생각을 빨아들였다.











*글의 리얼한 묘사를 위해 욕을 여과 없이 쓴 점 양해 부탁드려요. 평소 안 쓰던 욕을 수집해서 쓰려니 저도 생경하네요 ^^;




[스포일러] 함께 만들어가는 클레어의 어른동화


아래 두 영상의 스토리를 동화 중간 어딘가에서 소설화해서 녹여볼 예정입니다. 에코나라 요정들이 지구에서 경험한 아름다운 감정들편에서 나올 듯 해요.

최근 쉬는 날이면 짝꿍과 함께 보는 영상들은 주로 이런 주제랍니다 :)  



< 중국 화산의 짐꾼 부부>

https://youtu.be/5yM9Gso6YUA?si=-7RFsQe9b2EzxBGS


<목숨을 건 중국 잔도공>

https://youtu.be/rJOs530YXYo?si=ApzTLa5xWtIcJs-2


이전 03화 [동화] 3. 이탄의 추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