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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쌍 Jun 01. 2020

아이의 첫 클라이밍 도전

하고 싶어 그토록 조르고 있었던 것을 몰랐던!


주말인 토요일, 일요일에 가능한 일정은 <아이와 함께> 여야 한다. 요즘처럼 날씨가 좋아져 밖으로 나가 마음껏 돌아다니고 싶은 초여름의 설렘을 코로나 19로 억누르고 있지만, 그럼에도 일상은 계속되고 있다.


일요일, 실외 인공암벽장에서 연습한다는 연락에 유부초밥을 싸들고 아이와 함께 찾아갔다. 선배님들께서는 이미 연습에 한창이셨다. 처음 보는 실외 암벽장의 모습에 아이는 매우 놀라워했다. 그러나 이내 높은 벽면과 천장까지 이어진 낯선 분위기에 압도당한 듯 아이는 얌전하게 앉아 그의 장난감 레고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몸풀기를 끝내고, 다시 15m 암벽에 도전하고 줄을 타며 내려오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의 흥분상태가 다시 시작되었다. 내가 온몸의 긴장을 풀며 휴식하는 사이, 아이는 줄을 잡고 암벽장을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그 바람에 여기저기서 빌레이를 보고 있는 분들에게 해가 되는 통에 나는 아이를 몇 번이나 제지해야 했다.


그러나 어디 천방지축으로 흥분상태인 아이가 그 말을 듣겠는가. 결국 나는 아이를 샤워장 한편으로 데려와 야단을 쳤고, 아이는 이내 눈물을 뚝뚝 떨구며 말을 잘 듣겠다 확답을 한 후에야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 우리 모자를 긍휼히 여긴 청초 선배님은 사무실에서 어린이용 하네스를 빌려오셨더랬다.  


"시하가 하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얼마나 하고 싶었으면 그렇게 줄을 잡고 뛰었겠어요. 자, 시하도 한 번 해 보자"


라고 말씀하시자 아이는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런 아이의 마음도 모르고 야단을 쳤던 초보 엄마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선배님에 대한 고마움에 깨달음과 감동으로 아이 생애 첫 클라이밍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하네스를 장착한 상태로 선배님이 높이 들어주자 흥분한 아이의 즐거운 표정, 클라이밍 할 준비를 기다리며 암벽장을 올려다 보는 아이의 뒷모습에서는 설레임이 느껴졌다.   
빌레이를 해 주실 클럽 회장님께 공손히 인사하는 법부터 배우고, 안전하게 비너에 자일을 연결하는 모습을 보며 상세한 설명을 듣고, 드디어 아이의 위대한 시작이 완성되었다.
그저 아이가 공포심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까닭에 아이는 줄에 매달려 홀더를 잡고 발을 디디는 몇 번의 시험으로  그토록 고대하던 클라이밍 체험은 끝이 났다.

이미 엄마가 실내에서 또 실외에서 하는 모습을 보았던 덕분이었을까. 아이는 첫 실외 클라이밍을 겁을 내지 않고 즐겼다. 물론 조금 더 높이 올라갔을 때에는 무섭다고 잉잉거리는 통에 곧바로 내려졌지만, 선배님의 도움을 받아 홀를 야무지게 잡고 한 발 한 발 디디는 모습은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엄마가 잘해야 아이도 잘할 수 있는 거예요. 엄마가 더 열심히 해서 나중에 시하를 가르치면 됩니다"


라고 말씀하시는 선배님의 진심 어린 조언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짐했더랬다. 아이가 원하면 클라이밍을 제대로 가르쳐 보겠다고!


그날 밤 잠들기 전에 하루 중에 무엇이 제일 좋았냐고 물어보니 아저씨들과 클라이밍을 했던 것이었다고 답하는 아이. 줄을 타고 올라갔던 것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흐뭇한 엄마미소를 감출 수 없었더라는 그 날의 기록이다.


조금 더 자라서 엄마와 함께 멋지게 시작해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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