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는 오후에 많이 거친데다가 요즘 비가 자주 비치는 편이어서 비치는 날 좋은 주말이나 8월에 자주 가기로 했었는데,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내심 방과후가 궁금한가보다.
놀이터 아니면 수영장도 좋지만 오늘은 뭔가 아이들에게 여행 온 기분 좀 들게 해야겠다.
여보, 나 커피 사줘
아이들을 보내고 부부회의를 했다. 커피를 마셔가며 이저런 의견을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일단 장을 보러 가야했다. 점심을 3일 연속 무슈비를 싸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 안에서 의견을 나누며 코스트코로 향했다.
낼모레면 숙소 이동이 있다. 그래서 지난 주일에 장보러 왔을 때도 우유, 달걀, 과일, 약간의 간식과 일주일간 먹을 고기 정도로 심플하게 장을 봤다. 오늘도 심플하게 핫도그 재료들과 소스와 체리를 좀 샀더니 130불 가까이 나왔다. 고기도 안 샀는데 지난번이랑 비슷하게 나왔다.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서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가기로 했다. 페퍼로니 피자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잠시 후 커피를 마실 생각에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만, 카페에 들를 틈도 없이 아이들을 데리러 갈 시간이 되었다.
커피가 너무 고팠다. 커피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 남편과 다니려니 커피가 더욱 간절해진다
혹시 일부러 이렇게 시간 없게 구는거야?
약간 말이 안되는 말로 남편에게 투정을 부렸다. 커피를 사준다고 해도 시간이 안됐다. 그게 더 싫었다. 테이크아웃은 더 싫다. 나는 카페에 앉아서 즐기려고고 커피를 마시는 거다.
오늘도 커피는 없을 것 같다. 내일 아침에라도 케아우호우 쇼핑센터로 가서 커피를 사마실 심산이다.
로컬들이 추천하는 프라이빗 비치로 가볼까
로컬 친구(자주 언급하는 그녀 맞다)가 지난 주일 다녀온 매니니 비치가 참 좋았다고 말했었다. 오늘 그쪽이나 매직샌즈를 다시 한 번 가거나 하자고 했다.
아이들과 함께 알로하 씨어터를 나오면서 이 캠프를 소개해 준 소녀의 엄마에게 우리의 무계획을 말하자 매니니 비치와 몇몇 비치를 추천해주었다.
오~ 매니니, 좋다더니 또 추천 받았네!
오늘은 거기로 가보자!
출발 한 지 얼마 안 되어 2차선 도로 한 쪽이 막혀서 계속 서 있는 신세가 되었다. 나는 지금이라도 얼른 차를 돌려 매직샌즈나 코나 부두로 가자고 했다. 하지만 남편이 버텼다-지금 생각하면 고맙다-.
멀미 나는 길을 돌아서 도착했지만 주차할 곳도 없었다.
그렇다. 프라이빗 비치의 최대 단점은 돌고 돌아 찾아가서 주차걱정을 해야한다는 거다.
하지만 이미 도착해서 바다내음 머금은 바람이 콧구멍으로 들어간 이상. 노빠꾸!!!
굽이굽이 시골길 내달려 도착한 그곳 Manini
프라이빗 비치지만 관리하는 분이 한 분 계셨다.
들어가기 전에 푯말에 새겨진 것들을 모두 읽고 들어가야 한다며 비치에 들어가는 길은 이쪽만 가능하다 등의 안내도 친절하게 해주셨다.
프라이빗 비치인데 뭔가 환영 받는 느낌이었다.
이제 좀 하와이 여행 온 느낌이 난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잔디밭도 널따랗게 있고 군데군데 피크닉 테이블도 있었다.
비치의 모래는 거친 자갈이라 잘 떨어져서나가서나는 참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이 내가 원하던 게 바로 이거라며 바로 입수했다.
그리고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곳은 스노클링을 많이 하러 오는 곳인 듯 하다. 우리만 해변에서 놀고 다른 사람들은 오리발까지 끼고 스노클링을 하러 제법 멀리까지 나갔다.
스노클링 장비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아무렴 어떤가. 내 아이는 이렇게 노는게 좋다는데!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목이었지만 사람들도 많이 없고 파도도 잔잔해서 큰 아이가 정말 말신나게 놀았다. 우리 막둥이는 고운 모래나 거친 모래나 상관 없이 모래놀이면 무조건 잇츠오케이다.
네시 반 쯤 도착해서 6시까지 잘 놀다 나왔다.
나는 오늘도 발도 안 담갔지만 원래 나는 수영파가 아니라 구경파인지라 자리 깔고 앉아 경치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한참 구경을 하는데 친구가 추천해주면서 했던 말이 기억났다.
캡틴쿡 보인다고 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작년에 작은 크루즈를 타고 와서 스노클링을 했던 캡틴국의 절경과 흡사했다.
그러다 고개를 좀 더 뒤로 돌리고 나서야 탄성을 질렀다.
여보! 여기가 거기야!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좀더 자세히 둘러보았다.
저 멀리 오후 스노클링을 마친 크루즈 업체가 되돌아간다. 그리고 그 곁에 아주 작게나마 새하얀 캡틴쿡 기념비가 보였다.
계속 되뇌었다. 여기가 거기라니...
스노클링 성지이기도 하고 하와이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캡틴쿡. 저 기념비가 있는 주변 땅은 영국령이다. 하와이 땅을 밟게 된 쿡 선장과 선원들은 원주민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지만 선원들의 만행으로 원주민들에게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다.
쿡 선장을 기념하게 위해 세운 비석이 있는 곳이라 캡틴쿡이라 부르지만 원래 이곳의 이름은 케알라케쿠아 베이이다.
이곳은 오늘로 끝낼 곳이 아니다. 다시 와서 스노클링도 하고, 동네 구경도 해봐야겠다.
역시, 현지 친구들 말을 들어야 자다가도 아니, 여행하다가도 꿀팁이 생긴다!
다시 일상처럼
마니니 비치에서 6시쯤 출발해서 좀 출출한 상태로 집에 도착, 재빨리 낮에 코스트코에서 산 한우물 낙지 볶음밥을 준비해 먹었다. 빅아일랜에 방문한 또다른 하와이 한 달 살기중인 친구-오아후 한달살기 중인데 코나에 잠시 놀러왔다-가 숙소에 잠시 방문했다. 이 친구는 내가 자주 얘기하는 한국 로컬, 그녀의 옛 직장 동료이다.
한국에서 지인까지 방문하니 진짜 로컬이 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늦어 내일을 기약하며 잠시의 인사로 헤어졌다.
다시 우리 넷.
오늘도 어제처럼 카드놀이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오늘 아침 늦어서 못다한 수학공부 후에야 카드를 잡을 수 있었다. 역시 아빠는 파워 J. 파워 P인 나를 어떻게 견디나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