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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다운 김잡가 Jul 22. 2024

Day10_영어 못하면서 미국인 사귀는 용감함에 대하여

당신의 감정을 충분히 느끼기 때문에 알 수 있습니다_라고 그녀가 말했다 

파워 E가 넷. 낯가림이 뭐지? 먹는 건가?

워낙 사람을 좋아하고 낯을 가리지 않는 우리 가족.

남편과 나의 MBTI 중 유일하게 통하는 부분이기도 한 파워 E의 성향은 아이들도 그대로 물려받아 태어난 듯 하다. 이수와 이준이는 E 성향의 부모 덕분에(?) 태어나 보니 저도 모르게 천하무적 E로 업그레이드 되어 다른 아기들 낯가림 심하다는 시기에도 지나가는 사람 보며 꽃미소를 날렸던 게 아닐까 싶다.  


영어 못해도 외국인 친구 사귀는 용감함에 대하여 

하와이에 네 번째,  7박, 15박, 42박, 40박. 많이도 왔고 길게도 왔다. 하와이가 편하다. 이렇게 말을 하면 영어를 좀 한다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 단적인 예로 시댁에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_인도 편'을 본 적이 있는데 기안84가 영어하는 것을 보더니 "엄마랑 비슷한 영어를 쓰네."라고 했다. 어머님이 옆에서 손사레를 치시며 에미가 더 낫지 라고 해주셨지만 어머님은 내가 영어 쓰는 걸 본 적이 없으시다.  

우리집에서 영어를 제일 잘하는 는 사람은 큰 아이 이수(전문 용어는 컴공 전공인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남편이 더 많이 알고 있겠지만). 의외로 외국인과 만나면 쉽게 친해지는 사람은 작은 아이 이준이. 

E판 가족들은 원어민의 유창함에 기죽지 않는다. 다만 가끔 유창한 영어실력의 한국인과 함께일 때 쪼그라 들 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일본어 중국어 못 한다고 뭐라 하는 사람은 없는데 왜 영어를 못하면 부끄러워 해야 하지?

중 고등학교 6년 동안 영어를 접하고 대학교 때 생활영어를 듣고, 졸업을 위해 토익정도는 봤으니 잘하는 는게 맞는걸까?

외국인이 한국말로 더듬더듬 대화를 시도할 때 우리는 그들에게 얼마나 고마운가.

내가 소통을 위해 비록 유아적인 언어일지라도 어떻게서든 그들의 언어를 쓰려고 아둥바둥 할 때 '영어도 못하는 게 왜 미국까지 와서 여행한답시고 저러고 있나?'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오히려 내가 문법따위 무시한 채 멋대로 아무 영어를 쓰는 것을 보며 한심해 하는 한국인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나는 영어를 바르게 사용해야 하는 상황(예약, 문서, 계약 등)할 때는 좀 두렵지만 직접 사람과 대면해서 영어를 소통의 수단 중 하나로 함께 이용하는 것은 전혀 두렵지 않다. 위에서도 말했듯 내가 영어로 외국인과 소통하는 것을 영어 능통 한국인이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부끄러울 뿐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서 사귄 외국인 친구가 몇 있다.

그들은 나에게 자신과 소통하는 것이 전혀 문제되지 않는 영어를 쓴다고 말해준다.

나는 표정이 참 다양하고, 한국인 치고는 좀 오버액션을 하는 사람이라 크면서 엄마한테 오도방정이라고 많이 혼나며 자랐는데, 뭐, 그런 내 성격이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데는 유리한 것 같다. 

- 여기서 참 웃긴 점. 내가 외국인 친구를 사귀도록 매우 밀어주는 이가 있는데, 바로 남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쇼핑몰 키즈존에서 만난 워싱턴 출신 드보라를 사귄 일이다. 그녀와 스몰토크를 하던 남편이 둘째와 동갑이라는 이유로 나중에 만나서 같이 놀라며 식당에서 밥먹는 중이던 나를 불러내 그녀와 전화번호를 교환하게 했다. 자기가 직접 물어보면 좀 그럴 것 같다며... 그것을 시작으로 두어번 그녀와 단둘이 차도 마셨고, 미국으로 돌아갈 때 두 가족이 만나 송별회도 했다.-


영어도 잘 못하면서 하와이 친구를 초대하다

내 글을 쭉 읽어온 분들이라면 금세 알아차릴 그녀.

알로하 씨어터 뮤지컬 캠프에 등록을 권유했던, 작년 캠프를 계기로 따로 만났던 어여쁜 금발 소녀의 엄마. 그녀와 가족을 초대했다.


급한 초대에는 사연이 있다. 금요일 캠프 후에 내일 만나는걸 엄마에게 허락 맡아보자며 헤어졌다고 남편에게 듣긴 했으나 토요일에 따로 연락이 오지 않기도 했고 오아후서 방문한 친구와 있느라 나도 연락을 하지 않았더랬다. 

아이가 엄마에게 계속 우리와 연락이 닿았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그녀는 여행중인 우리에게 시간을 내달라기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그녀와 스케줄 이야기를 하다보니 2-30분 후에 우리가 묵는 콘도에 놀러 오기로 결정이 되었다. 사실 오전에는 다른 스케줄을 하려고 고민을 좀 하고 있었던 차였다. 그 후 예배를 하고 비치에 가려고 했는데 이 모든것을 번역기능을 사용해 설명하는 것 보다 다 좋다고 하는 편이 가장 나을 것 같았다. 

빨리 만나고 싶어하는 아이들, 배려하느라 조심히 연락해준 그녀.

그래, 지금 만나는 게 좋겠다.


사실 영어가 하---나도 안 두려운 건 아니라 긴장은 좀 됐다. 오후에나 만나게 될 줄 알았는데 바로 만나게 되다니! 정신줄 잘 쫌매보자!

급 만남이 결정이 되자 아이들은 일찌감치 수영복 차림으로 나가 친구를 기다린다. 귀여운 어린이들 같으니!


그녀는 딸과 함께 우리 콘도에 도착했고, 시간이 12시를 넘어서고 있었으므로 간단히 점심을 먹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국수를 끓여 냈다. 수영장에서 돌아와 무엇을 먹는다 생각하니 호스트가 중요하게 생각한 식탁 소파가 영 신경쓰였기도 했다.

아이들에게는 집에서 종종 해주었던 간장 참기름 국수를, 아이 엄마에게는 소면 위에 비빔장을 얹어 주었다.


나 아무래도 코나에 식당 차려야 할까봐

예쁜 금발의 여자 아이의 이름은 베이다Vaida. 아이는 나의 간장국수가 맛있었는지 더 먹고싶다고 했다. 기분이 좋았다. K아줌마표 요리가 통했다니! 사실 나는 무슈비도 잘 하는 것 같다. 코나에 사는 한국 친구의 아들도 내 무슈비를 잘 먹어준다. 나는 감으로 요리를 해서 때마다 맛이 다르지만 간장국수나 무슈비는 크게 다른 맛일리가 없다. 사실 그것들을 '요리'라고 하기에는 보잘것 없지만.

여보, 이거 사업해도 되겠는데? 

너스레를 떨며 한편으로는 진심도 섞여있다는 것을 남편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먹은 것을 정리하고 한발 늦게 수영장으로 향했다.

그녀와 영어로 대화를 하느라 수영복을 입고 갔지만 물에는 발도 담그지 않았다. 내가 영어를 못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집중했고 90%이상 우리는 대화가 통했다. 그녀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영어로 나를 대해주었고 그래서 더 긴 대화가 가능했던 던것 같다.


베이다가 또 국수를 먹고 싶다고 해서 둘이 먼저 숙소에 들어왔다. 베이다는 일곱살. 나에게 쉬운 언어로 바꿔 말해주기엔 어리다. 엉망인 영어를 바로 알아들어주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만 보면 면달려와 안기는 요 귀여운 꼬마숙녀에게 참기름 국수 하나로 좋은 아줌마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뒤따라 우리 아이들과 베이다의 엄마도 들어왔다.  

두 번째 비빔국수를 먹으며 베이다는 보관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맛있으면 다음에 또 오렴, 참기름 똑 떨어질 때 까지 아줌마가 팍팍 비벼줄게.



오가는 수다로 인해 오늘은 사진이 별로 없다. 하지마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처음으로 모든 것이 콘도 안에서 이루어져서 콘도 단지 밖으로 한 발짝을 안 나갔다. 40일 중에 이런 날 몇 번 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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