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몇 번 언급한 LA사는 밥언니가 낮에 만타 떼를 만나 환호를 했던 그곳. 혹시나 오늘 우리에게도 그런 행운이 있을까 해서 마할로님 식구들과 스노클링을 하기로 했다.
오늘은 마할로님 생일이라 남편 생일에 썼던 축하 풍선을 가지고 HiCO에 들러 아이들이 고른 티셔츠를 선물로 준비해 마우나케아로 향했다.
내가 좋아하는, 미지의 세계 같은 굳은 용암이 광활하게 펼쳐진 도로를 달려 마우나케아 비치 입구에 도착했다. 지난번 투숙객이 있어서 쉽게 발렛을 했던 그때와는 사뭇 다른, 공공 주차장 자리가 없으니 되돌아가라는 청천벽력 같은 빠꾸...
친구가 이미 들어갔다고 하니 10-15분 후에 다시 오라고 해서 왔던 길을 4-5분 내려갔다가 다시 돌아가니 별것도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정말 소중한 종잇장 하나를 준다.
소중한 종잇장에 적힌 곳에 주차를 하니 지난번과는 다른 위치여서 비치로 들어가는 길도 퍼블릭 비치 액세스로.
덕분에 지난번에 보지 못했던 나이트 만타 스팟을 지나칠 수 있었고, 높은 곳에서 마우나케아 비치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
깊은 바닥까지 내려다 보이는 이곳, 오늘부로 우리 가족 최애 비치가 이곳으로 확정되었다.
(결국 이번 여행에서는 지난번 최애비치인 쿠아베이는 못 가게 되는 것일까...)
아이들은 마할로 삼촌을 만나자마자 (다 와서 풍선이 찢어져버렸다) 생일 축하하는 마음을 아낌없이 전해 본다.
마할로님 가족이 일찌감치 오면 자리를 잡는다는 나무 그늘은 더 부지런한 외국인 부부에게 선점당했다.
바로 옆에 열심히 파라솔을 폈다. 나도 한 번쯤 해보고 싶어 도전해 봤다. 할만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가녀린 척이라도 해야 하는데 힘이 샘솟는다.
아이들은 맑디 맑은 마우나케아에 다시 온 것을 매우 행복해했다.
사실 맑은 바다 때문이 아니라 모래 때문이긴 하지만, 어쨌든 우리 가족 모두가 이곳에 다시 오게 된 것을 기뻐했음은 분명하다.
아이들이 잠시 바다에 몸을 담그는 동안 나 혼자 멀찍이 나갔다 왔다.
지난번에는 손가락을 깊이 베여서 회복을 위해 스노클링은 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흔적만 남기고 새 살이 돋아 오늘은 스노클링을 실컷 할 수 있었다.
엊그제 갔던 마후코나는 같은 종류의 물고기들이 떼 지어 다녔다면 이곳은 다른 종류의 물고기들이 군데군데 어우러져 노닐고 있었다.
수중 환경은 마후코나가 더 좋은 것 같지만 고운 모래며 편의시설 면에서는 이곳이 우리에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은 한 번의 스노클링 이후 모래놀이에 빠져있었다.
마할로님 가족이 먼저 떠나고 우리 가족만 남았다. 오후에 친구가 놀러 오기로 해서 서둘러 슬슬 정리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그런데 그때였다!
그토록 그리던 만타를 사람들이 외쳤고, 남편과 이수가 스노클링 준비를 해서 바다로 뛰어들었다. 이준이도 뒤늦게 들어가고 싶어 해서 덕분에 나도 함께 바다로 뛰어들 수 있었다.
물속에는 방황하는 아기 가오리 한 마리가 이리저리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사람이 바로 위에서 옆에서 구경을 하든 말든 세상 무서울 것 없는 듯했다. 분명 엄마 아빠의 잔소리를 피해 통금시간을 어기고 이리로 뛰쳐나온 사춘기 만타렷다.
세상에서 가장 젠틀하다며 무서워하지 말라던 밥언니의 말이 떠올라 나에게 다가와도, 파도가 나를 가오리에게 갖다 바쳐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 가오리와 수영을 즐기고 육지로 나온 네 사람.
앗! 시간이 촉박하다.
물로 헹구지도 못하고 수건으로 물기만 털고 서둘러 차에 올라탔다.
어렵게 얻은 종잇장을 반납하려니 좀 더 놀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파란 말라사다 트럭
밥언니가 너무나도 애정하는 이 파란 트럭의 말라사다를 드디어 맛보게 되었다.
마우나케아 비치에서 하푸나 비치를 지나쳐 얼마 안 되는 공터에 파란 말라사다 트럭.
입맛에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지나치며 볼 때마다 차들이 몇 대씩은 꼭 있었다.
다른 때는 이곳의 정확한 위치를 몰라 고속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 '아! 여기다!' 하면 이미 멀리까지 내달려 있어서 돌아가지 못했었다. 오늘은 어느 정도 익숙해진 위치여서 도전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약속 시간이 촉박해서 차마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런 사랑꾼 같으니라고! 남편이 멋들어지게 핸들을 꺾어 주차를 한다.
3개에 $10, 비싸다. 6개에 $15 바로 이거다!
바로 나오는 건 줄 알았는데 주문과 동시에 튀긴다. 15분 걸린다고 해서 이걸 어쩌나 했는데 5분 정도 사진을 찍고 돌아보고 오니 완성이 되어있다.
갓 튀겨 나와 설탕이 솔솔 뿌려진 오리지널 말라사다.
정말 맛있었다.
손가락과 입술이 데는 한이 있어도 이건 뜨거울 때 먹어줘야 하는 그런 맛이다.
심지어 커스터드 필링이 오리지널인 줄 알았는데 아무런 필링이 없는 그냥 빵덩어리인데 이렇게 맛있을 일이냐!!! 우리 가족 모두 이 맛을 사랑했다.
다음에는 12개($22)를 사리라! 앉은자리에서서너 개 거뜬히 없애주리라!
세라야-쏘이어 남매의 방문
세라야와 쏘이어, 그 사랑스러운 남매가 놀러 왔다.
지난주 수요일, 집시 젤라또에서 만난 이후 일주일 만의 재회다. 이미 지난주에 오늘의 약속을 하고 헤어진 터였다.
세라야는 직접 그린 빅아일랜드 지도그림과 거북이 그림을 아이들에게 선물했다. 뒷면에는 사랑스럽게 편지도 적혀있었다.
아이들은 수영장에 가기 전 수박파티를 했다.
간단히 과일을 먹고 나가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재밌게 조각을 하길래 수박을 커다랗게 썰어서 나눠 주었더니 한참을 까르르 웃으며 작품을 만들며 논다.
특수 테라피스트인 남매의 엄마에게 수업을 듣기 위해 대기 중이었던, 내가 많이 언급한 코나 사는 한국인 친구도 왔다.
수영장에서 나는 창피한 영어실력을 가감 없이 드러냈고, 한국인 친구 덕분에 어려운 주제의 대화도 척척 해나갈 수 있었다.
남매의 엄마가 주말에 시간이 되는지 물었다.
푸우호누아 호나우나우 역사공원으로 소풍을 가자고 했다.
우리는 오케이. 한 번도 가지 않았지만 마할로님이 꼭 가보라고 했던 곳이기도 하고 근처에 비치도 있어서 하루 알차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녀의 최애 카페 커피쉑에서 아침 일찍 만나 브런치를 하고 공원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한국인 친구에게 내가 이 엉망인 영어로 사람들을 사귀었다고 하니, 그게 더 대단한 거라고 했다.
음, 생각보다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걸까, 왜 이리 창피하지?
모두가 돌아가고 최정예멤버, 우리 넷의 저녁식사.
점심을 말라사다 여섯 개로 대충 때우고 과일을 먹은 것이 다라서 허기가 진 데다가 오늘따라 스테이크까지 전에 없이 맛있게 구워진 터라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은 것 같다.
오늘은 드림렌즈를 하지 않고 자는 날이라 넷이 다닥 붙어서 자기로 했다.
자기 전에 남편이 재밌는 투표를 진행했다.
우리 가족의 최애 비치 선정이었다. 각자 두 개의 비치를 투표했다.
이미 위에 말했듯이 마우나케아가 만장일치 네 표, 1위였고 남편과 나의 표를 받은 쿠키오 케이키가 2위, 이수는 킹캠 비치, 이준이는 카할루우 비치를 꼽았다.
그리고 한 사람씩 돌아가며 장점 말하기를 했는데 세 바퀴를 돌고 나서야 아이들의 마음이 충분해져 잠을 청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