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체력이 떨어진다?! 4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10년 정도 동네 야트막한 산을 올라가고 있다. 산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막내가 5,6살 무렵이었다. 산에 가기 위해서는 1차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70m 정도 되는 나무 계단이다. 발목에 무거운 추라도 달아놓은 듯 한발 한발 딛는 것이 천근만근이었다. 산에 가기도 전에 주저앉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 번도 쉬지 않고 단번에 더 먼 코스로 다녀오기도 한다. 체력이 세월을 거스르고 있다.
몸과 마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한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고,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 40대에는 늦둥이의 육아와 가사에 시달리며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마음과 체력이 바닥을 찍었다. 지금은 마음도 체력도 최고봉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1년 6개월 전, 그동안 서리서리 똬리 틀고 있었던 마음이 화산처럼 분출했었다.
마음이 시원해지고 몸도 가벼워지더라
분출 전, 갑상선 자극 호르몬 수치가 100 mIU/L을 기록하고 있었다. 정상 수치는 0.5~5.5 mIU/L인데 말이다. 어느 때는 칫솔질도 버거울 정도로 근력이 없었다. 그런데 분출 이후 그 수치가 26 mIU/L 정도로 떨어지더라. 갑상선 기능 저하증 증세도 사라졌다.
나이로 따지면 갱년기의 한 복판에 있어야 마땅하다. 열이 갑자기 확 올라오고, 얼굴이 붉어지고, 자다가도 식은땀이 흐르고, 불면에 시달리고... 지난여름 약간의 증상이 있긴 했다. 갑자기 열이 올라오기도 하고, 잠든 지 한두 시간 만에 깨고, 새벽까지 잠들지 못한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러나 그리 오래가지 않고 몇 개월 만에 사라졌다. 다른 사람들은 10년도 간다는데. 그래서 의심스럽다.
여성들의 갱년기 증상, 화병이지 않을까
화병은 옛날 엄마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은 가부장 사회가 좀 세련되어서 옛날처럼 무식하게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안 해본 사람들은 밥은 밥솥이, 빨래는 세탁기가, 청소는 청소기가 해주는 줄 안다. 그리고 엄마들이 집에서 노는 줄 안다. 그럼 너희들이 해! 그렇게 놀면서 쉽게 하는 일, 너희들이 하면 되잖아!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세상이 달라지긴 했다. 그렇다고 여성들의 가사와 육아의 부담이 줄어들진 않았다. 삶의 질이 향상된 만큼,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여성들의 노고도 세심한 부분까지 요구된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아무도 여성들의 수고를 인정해 주지 않으니 누가 그런 일을 하고 싶겠는가. 몇십 년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수고하며 마음속에 고단함과 아픔이 쌓인다. 그러다 마음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때, 몸으로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는 것 아니겠는가.
남자들의 갱년기 증상 여성들보다 가볍다
여성과 남성의 갱년기 증상 차이가 단지 호르몬의 차이 때문일까. 정말 그렇다면 갱년기 증상은 여자들에게 내린 자연의 저주이거나 신의 저주다. 쌍둥이 자매 A와 B에게 물어봤다. A는 결혼을 해서 자녀를 키우고, B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A는 몇 년 전부터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수면제 없이는 잠들 수 없는 밤을 보낸다. 반면 B는 전혀 그런 증상이 없다고 한다.
A는 아내이자 엄마이자 며느리로 그 역할에 맞추어 살아왔다면, B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할 것 다 하면서 살았단다. 여기서 여성들의 심각한 갱년기 증상의 원인이 뭔지 가늠할 수 있다. 여성들의 갱년기 증상은 가부장제 문화에서 생긴 화병이다.
갱년기, 여성에게 아주 중요한 시기다
<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저자 크리스티안 노스럽은 갱년기를 제2의 사춘기라고 한다. 갱년기 증상의 원인을 뇌구조와 호르몬 변화로 본다. 물론 그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여성들의 갱년기 증상을 다 설명할 수 없다. 가부장제 사회 여성들의 병든 마음이 몸으로 나타나는 것, 그것이 갱년기 증상이다.
갱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아주 중요한 문제다. 그것에 따라 갱년기 이후의 인생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갱년기 증상을 호르몬 변화만으로 해석하고, 호르몬이 점잖아질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된다. 지나간 삶에 대해 진지한 고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새롭게 삶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꼭 기억하자. 갱년기는 여성들의 몸과 마음이 새로워질 절호의 찬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