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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나 Aug 03. 2017

책에 대한 단상

생각보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1.

아이유는 25살에 이젠 좀 자신을 알 것 같다고 말한다. 나도 열심히 알아가는 중이다. 그 중 하나는 내가 생각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것.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2.

나는 서점을 정말 좋아한다. 책을 사지 않아도, 살 책이 없어도 서점에 가는 게 좋다. 여기서 서점이란 수능 문제집이 50%, 초중고 참고서가 35%, 잡지가 10%인 서점은 아니다. 자기만의 색이 있는 서점이 좋다. 북촌의 껌북바나나도 좋았고 서촌의 더북소사이어티도 좋았다. 인천 부평구청역 근처 북극서점에도 가볼 예정이다.


서점의 책냄새가 좋다. 가득 차있는 책이 좋다. 이런 서점에서는 왠지, 부담이 없다. 예전에는 이 모든 책을 내가 다 읽어야한다니-하는 강박이 있었다면 고등학교 졸업 후에 없어졌다. <알쓸신잡>을 보고 더 없어졌다. 백날 좋다고 외치는 책보다(이런 책들이 재밌긴 하지.) 내가 좋은 책이 좋다. 그리고 이렇게 고를 수 있는 서점이 좋다.


3.

서점에 대한 애정은 여행지에서도 계속된다. 사실 서점을 좋아한다는 것은 여행하며 깨달았는데, 어느 여행지를 가든 서점과 문구점에는 꼭 들러서 뭔가 샀기 때문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는 스누피 그림책을 샀다. 그 나라 말이라서 아마도 평생 이해하지 못할테지만 상관없다. 스위스에서는 꽃 그림책(독일어였다)을 샀다. 이탈리아와 스위스에서는 노트도 샀다. 아참, 나는 독일어도 못한다.


고서점에도 들렀다. 아마 이탈리아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정확하지는 않다. 지도가 많았고 어떻게 읽는 지는 몰랐다. 그냥 책을 구경하고 책을 보는게 좋았다. 암스테르담에 가서도 서점을 구경하고 싶다.


4.

그런 의미에서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작가의 계몽적 문투가 싫어서 문득문득 인상이 찌뿌려진다. 혹은, 내가 고서적들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남이 서점 돌아다닌 이야기도 재밌다.


5.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책읽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저학년때도, 나가놀았던 기억이 별로 없고 만화영화를 본 기억도 없으니 책을 읽었을 것이다. <미스터 초밥왕>에 꽂혀서 너무 많이 읽었다가 부모님이 재활용해버리는 사태도 있었다. 학업에 집중하게 되면서(는 핑계지만) 책과 멀어졌고, 책이 주는 위압감에 점점 멀어졌다. 그러다가 대학에 가서, 경제권이 생기고, 중고서점에 앨범을 사러 갔다가 책에도 눈길을 주면서 책을 다시 좋아하기 시작했다.


6.

집 주변에 북카페가 있으면 좋겠다. 독립한다면 근처에 책을 읽기 좋은 카페가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왕이면 좋은 서점도.


대학가에는 서점이 더 늘어나야 한다. 솔직히, 직장을 다니면서 책을 읽을 자신은 없다. 지금도 학기중에는 책을 읽기 힘들어서 방학중에 몰아서 읽는데 직장은 어떠랴. 그러니 대학을 다니며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데 대학가에는 서점이 없다. 정말 정말 없다. 개인의 취향을 고려한 서점도 없고 그냥 서점도 없다. 이건 수요자가 없으니까 그렇기도 하지만, 재미없는 고전 책들만 가득해서이기도 하다. 고전이 주는 재미도 있지만 고전만 가득해서야 신간을 읽을 수는 없다.


세상에는 책이 쏟아져나온다. 어떤 시대보다도 글을 쓰겠다는 사람이 많은 시대다. 다양한 출판물들이 나와야하고, 소비자도 이를 적극적으로 찾아가야 한다. 나도 그렇고,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7.

쓰고 나니 꽤 건방진 것도 같다. 나도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아니지만 책을 좋아하니까 남들도 같이 좋아해줬으면-하는 생각에서 쓴 글이다.

아무것도 아닌 글을 함께해 준 당신에게 감사를 전한다. 읽고, '정말 아무것도 아니잖아?'생각을 했다면 심심한 위로를, 공감했다면 더 큰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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