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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나 Aug 12. 2017

불안을 잠재우는 법

결국 맞서는 수밖에

곧 이곳을 떠난다. 좋아했든 좋아하지 않았든 이곳에서 이십년이 넘는 세월을 살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정해진 국적으로 어떤 언어로 어떤 사람들과 살아왔다. 그래서 익숙해진 패턴이 있다.


그리고 곧 이 모든 것을 깨고 떠난다. 길지 않은 시간일테다, 6개월이라는 시간은. 한학기와 방학 한 번의 시간이다. 자주 보지 못하는 친구들과 다시 만났을 때에는 "너 어디 다녀왔어?"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안에 떨고 있다. 불안은 씨앗이라서 온갖 상상과 걱정으로 피어난다. 열매를 맺지도 못하고 무럭무럭 자라만 난다. 이러면 어쩌지, 저러면 어쩌지.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너무 날씨가 추우면, 아무와도 친해지지 못하면. 그럼 어떡하지?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이런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새로운 학교에 갈 때마다 이런 걱정을 했다. 등교 첫 날만에 친구를 만들고 전날의 나를 비웃었지만. 그럼에도 설마, 이번엔 모른다는 생각에 계속 불안해한다.


결론은 부딪히는 것이다.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하고 숙소에 발을 딛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내내 비가 온다고 해도 비를 맞기 전까지 내 기분이 어떨지 알 수 없다. 불안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걱정은 인류가 진화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니까. 나는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지금의 나를 비웃게 되리라.


"또 이런 걱정을 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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