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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비 Oct 05. 2023

불안과 다정

김시연_Cup

김시연 Cup 2014, 130*88cm 파인아트지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탁자가 보인다. 가장자리에 하얀 책이 놓여있다. 무슨 책일까. 글자가 없다. 미스테리하게 하얀 책, 그 위에 컵이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컵 안에는 청경채가 꽂혀 있다. 컵이 혹시 떨어지지 않을까, 깨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아슬아슬해도 컵은 안 떨어진다. 청경채가 몹시 가벼운 까닭이다. 청경채를 그냥 그대로 먹은 적 있다. 초록 잎사귀는 유쾌하게 쌉쏘름하고 흰 줄기는 장난꾸러기처럼 사각거린다. 바람과 비, 햇빛을 듬뿍 받은 초록초록 청경채가 컵에 담겨 있어 참 다행이다. 청경채가 컵을 붙들고 있는 것 같다. 아슬아슬 갈등의 순간, 건조하게 메마른 순간, 장난꾸러기 청경채가 되어 손 내밀고 싶다. 다정하게 말 걸고 싶다. 나 자신에게, 타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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