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올려놓는 거치대이죠.그리고공간을 이동하며 사용합니다. 유심히 보면지탱하는 다리가 모두 3개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삼'각대와 '삼'발이란 이름에서부터 강한 정체성이 느껴집니다.
이쯤에서 궁금해졌어요. 왜 하필 3개일까. 다리가 4개면더 튼실할 거 같은데 왜 그보다 하나 적은 3개로 만든 걸까. 용도만 보면 수학과 아무런 접점이 없는 물건 같지만, 여기에도 수학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 거치대들의 다리를 3개로 만든 이유는 명확합니다.
다리가 3개라야 가장 안정적
다리가 3개일 때 가장 안정적이기 때문이에요. 이상하지 않나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책상, 식탁, 테이블, 의자는 모두 다리가 4개잖아요. 그런데 4개보다 3개가 더 안정적이라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혹시 여러분 테이블이 흔들거려서 다리 밑에 종이를 끼워 고정시켜 보셨나요? 수납장이 덜컹덜컹 균형이 안 맞을 때 얇은 합판을 받쳐본 적 있으세요?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네 다리가 지면과 닿는 곳을 꼭짓점이라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사각형'이 만들어집니다. 그 사각형이란 도형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삼각대가 흔들렸던 적 있었나요? 이젤이 뒤뚱거릴 때가 있던가요? 삼발이가 덜컹거리던가요? 절대 그럴 수가 없어요. 왜냐면 '삼각형'이니까요. 세 다리가 바닥에 닿는 지점을 꼭짓점이라 하면 삼각형이 그려지는데요. 이 삼각형은 매우 안정적이에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먼저 '평면의 결정 조건'을 알아야 합니다.
평면이 하나로 결정되려면,
(1) 한 직선 위에 있지 않은 세 점이 주어질 때
(2) 한 직선과 그 직선 위에 있지 않은 한 점이 주어질 때
(3) 한 점에서 만나는 두 직선이 주어질 때
(4) 평행한 두 직선이 주어질 때
이 네 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합니다. 삼각대는 조건(1)을 충족합니다. 삼각대 다리는 바닥에 닿는 점이 3개이니까 이 점 3개로 하나의 평면을 만들어요. 덕분에 어디서든 서있을 수 있습니다.
일직선에 있지 않은 세 점은 평면을 이룬다
만약 점이 2개라면어떨까요. 마침 저희 집에 다리가 하나 빠진 삼각대가 있어서 실험해 봤습니다.
이 고장 난 삼각대는 도저히 세워지지 않아요.다리 2개, 즉 점 2개로는 절대 평면을 만들지 못하니까요. 직선 하나만 만들 뿐이죠.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두 점은 ‘직선의 결정 조건’이 됩니다.
그렇다면 점이 4개라면 어떨까요.실험을 위해 다리가 4개인 테이블을 공수했습니다.
위풍당당하게 잘 서있군요.그런데 만약 다리 길이가 차이 난다면어떨까요.
길이가 같은 3개의 다리는 하나의 평면을 만들었지만, 그렇지못한 1개의 다리는 다른 차원에 존재합니다. 홀로 공중부양하고 있어요. 이 실험용 테이블은 손으로 톡 치기만 해도 균형을 잃고 바로 쓰러집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테이블은 무게 때문에 쓰러지진 않지만 덜컹 흔들리게 되지요.
3개의 점은 견고한 평면이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 점 하나를 추가한다면 상황은 달라져요. 허공에 콕콕 점 4개를 찍어보세요. 4개의 점을 같은 평면 위에 놓기란 쉽지 않아요. 그중 세 점은 삼각형으로 연결해 한 평면을 결정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네 번째 점은 평면 밖에 위치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리가 4개인 테이블은 덜거덕거리기 쉬워요.
점이 4개일 때는 특수한 경우에만 한 평면을 결정합니다. 다리가 4개인데도 테이블에 흔들림이 없으려면 갖춰야 할 조건이 있어요. 네 다리의 길이가 모두 같아야 함은 물론, 네 다리가 각각 알맞은 위치에 자리해야 하며 테이블을 놓은 바닥까지 평평해야 합니다.
이번엔 다리가 3개인 테이블로 똑같이 실험해 볼게요.
역시나 굳건하게 잘 서있습니다. 만약 다리 길이가 차이 나면 어떨까요.
테이블 전체가 삐뚤어져서 평형을 유지할 수는 없지만 절대 흔들리거나 쓰러지진 않습니다. 지면에 닿은 점 3개가 견고한 삼각형을 만들어 평면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다리 길이가 다른 경우로 실험해 봤는데요. 이뿐 아니라 바닥이 고르지 못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삼각대는바닥의 굴곡과 상관없이 세 다리가 모두 바닥에 닿아 안정적인 상태가 되니까변수가 많은 야외에서도 사용가능합니다. 반면 다리가 4개면 평평하지 않은 곳에서는 균형을 잡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이동하면서 사용하는 물건에는 다리 4개가 적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다리가 4개면 물건의 부피도 함께 커진다는 단점이 있어요.
사각형의 마주 보는 각의 합이 180°가 되어야 안정적이니까 다리 위치가 정해져 있어요. 이 때문에 다리를 접는다 해도 부피가 큽니다. 하지만 다리가 3개면 부피도 획기적으로 줄어들어요.긴 다리를 한 곳에 모아서 싹 접으면 되거든요.
이렇게 말이죠. 그래서 가방에도 쏙 들어갑니다. 휴대하기 좋습니다.
다리가 3개인 테이블은 매우 안정적이지만 실제로 잘 사용하지 않는데요. 테이블 다리의 기울어진 각때문에 의자에 앉았을 때 자세가 무척 불편해져요.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테이블은 한번 자리 잡으면 이동시킬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굳이 다리 3개를 고집할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다리 3개는 이동식 거치대에 주로 사용됩니다.
삼각대의 다리 3개와 같은 원리로, 우리는 한 다리를 다쳤을 때 목발을 사용합니다.
건강한 다리 하나와 목발의 두 다리, 이 3개의 다리로 온몸을 지탱합니다. 3개의 다리가 바닥에 닿아 생기는 세 점은 하나의 평면을 만들어내거든요. 이 역시 점 몇 개로 평면이 결정되는가 하는 기하학과 관련됩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주변에 수학은 널려있어요. 내가 몰랐을 뿐이죠. 그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나 봐요. 보이니 또 신기하고 재밌습니다. 전 오늘도 센서를 켜고 부지런히 주변을 탐색합니다. 수학 덥석 잡아와서 다음 글에도 먹음직스럽게 상차림할게요. 오늘도 맛있는 수학되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