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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은 Aug 12. 2021

그놈이 아니다

오늘의 장르 : 범죄 스릴러


소소하게 파란만장한 일상을 기록합니다.

장르가 매일 바뀌어요.

오늘의 장르 : 죄 스릴러




 왼쪽 네 번째 손가락이 따끔따끔 간지러운 느낌이 든다. 불길하고 불쾌한 느낌. 짜증과 졸음이 범벅된 목소리로 남편를 부른다.


 "여보... 모기 있어..."


 잠에 취한 남편은 꿈결처럼 대답한다.


 "어...? 모기...? 없는 거 같은데?"


 뭐야. 자긴 안 물렸다 이거야? 상상모기라 이거야? 갑자기 잠이 확 깨서 버럭! 해버렸다.


 "아 나 물렸다니까????"


 그제야 화들짝! 잠이 깬 남편이 벌떡 일어나 전기 모기채를 가지고 들어온다. 잽싸게 문을 닫고 불을 켰는데, 아... 눈부셔... 갑작스런 태양권 공격에 짜증은 배가 됐다.


 근데 그 망할 놈은 보이지도 않고 부풀어오른 손가락만 눈에 들어온다. 제기랄. 옘병헐 모기 새끼. 손가락뿐만이 아니다. 팔목에도 하나, 오른쪽 허벅지 뒤에도 하나. 하...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새끼. 육시럴. 할매한테 배운 옛날 욕을 머릿속에 총동원해가며 어딘가에 숨어있을 놈을 찾는데 도대체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게 15분 정도 지났을까? 마침내... 놈이 나타났다.



 "저깄다!!!!"


 잔뜩 흥분한 나와는 달리, 남편은 마치 닌자처럼 놈에게 다가갔고... 전광석화처럼 일격을 가했다. 타닥타닥- 전기 모기채 위에 불꽃이 인다. 처참한 살해의 현장. 화형이 집행되는 걸 보며 난 복수의 희열을 느꼈다.


 그리고... 마침내 바닥에 떨어진 모기를 휴지로 집어든 뒤 "어디, 내 피 얼마나 먹었나 보자." 하며 꾸욱- 누르는데...!!!!


 어...? 피가... 없다. 젠장. 피가 하나도 안 나온다. 단 한 방울도. 맙소사. 그놈이 아니었던 거다. 당황, 황당. 우리는 턱을 툭 떨어뜨린 채 황망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봤다.




 범인은 현장에 다시 나타난다는데, 그건 하수들의 얘기인 걸까? 녀석은 우리의 포위망을 완전히 벗어난 뒤 끝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도 아까 내가 문을 닫기 전, 그 잠깐의 틈을 이용해 이미 도주를 한 모양이다. 지금쯤 다른 방에서 부른 배를 두드리며 흡혈의 추억을 즐기고 있겠지. 으, 분하다.


 모기는 정말이지 백해무익한, 지구 상에서 사라져야 할 생명체라는 생각. 하나님이 모기를 만드신 이유에 대한 의문. 뭐 그런 것들을 나누며 우린 다시 자리에 누웠다. 시간은 새벽 1시. 영혼이 탈탈 털린 채로 다시 한 번 다정하게 굿나잇 인사를 나눈다.


"여보 잘자? 우리 내일은 그 시부럴 새끼 꼭 잡자아?"


 투 비 컨티뉴우우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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