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닦았어?(세균 많아 조심해)”
“어깨 좀 펴(그렇게 굽다간 폐에 안 좋을 거야)”
“옷 좀 따뜻하게 입어(어제도 기침했잖아, 감기와)”
아빠와 이야기하려고,
이야기할 주제를 찾아 눈을 굴려대다가 발견한 이야깃거리라곤 아빠에게 보이는 걱정거리의 잔소리뿐이다.
이제 만성 습관이 되어 잔소리 기계처럼 ‘걱정’도 없이 줄줄 읊어댄다.
“입 좀 닫고 씹어”
“잘 때 티비 좀 끄고 자”
잔소리가 아닌 명령처럼 되어버려 어느샌가 못된 딸이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아빠의 핸드폰 속에서 나는 “공주”다.
언제나 투덜대는 딸의 말을 묵묵히 받아주는 아빠는
괜찮은 줄 알았다.
아빠도 사람인데, 괜찮을 리가.
내 핸드폰 속 앨범을 보다가 오랜만에 아빠의 활짝 웃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제야 아빠의 지금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손녀와 앉아서 마주 보고 활짝 웃는 아빠. 행복해 보이는 아빠.
부쩍 늙은 아빠. 많이 야윈 아빠.
무의식 중에 나는 지금 아빠와의 시간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곁에 계시면 좋겠다 25년이 흐르고 예쁜 손녀 시집갈 때도 아빠가 행복하게 웃으셨으면 좋겠다.
35년이 흘러 아빠의 공주 딸 칠순잔치에도 아빠가 함께 자리하셨으면 좋겠다.
아니 한 순간이라도 행복하게 웃을 수 있게 해 드려야겠다.
입 좀 안 닫고 씹으면 어떻다고..
잘 때 티비 좀 안 끄면 어떻다고..
‘그리움이 후회로 남으면 안 되잖아요?”라는 빈센조의 말이 너무 와 닿았다.
나에게 하는 말 같다.
젊은 시절 가족들 좀 더 먹이려고
부지런히 아침 일찍 나서던 그 모습 그대로
오늘도 부지런히 나서는 아빠에게
잔소리 말고 다른 말을 건네 봐야겠다.
그리움이 후회로 남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