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 매일 일기에 뭐 써?
나 : 일기를 쓴다기보다. 그때그때 감정을 적어놔.
지금 느낀 감정은 지금이 아니면 변색되고 휘발되니까 아깝잖아.
음… 예시로 어제 쓴 거 하나 들려줄까? 문장으로 읽기엔 오글거리니까 풀어서 말로 해줄게.
친구 : 응.
나 : 나 요즘 로맨스 소설 쓰고 있었거든 정말 안 어울리게. 하하하.
근데 로맨스 소설을 쓰겠다는 놈이 사랑을 모르는 거야.
나는 누군가를 지독하게 사랑해보지도, 누군가에게 지독하게 사랑받아본 적도 없는 거야.
좀 절망스럽더라고. 로맨스 소설을 쓰고 싶은데, 경험도 없는 내가 얼마나 제대로 쓸 수 있을지.
그렇게 고민하던 중에 오랜만에 최백호 가수의 ‘바다 끝’이라는 노래를 들었는데,
순간 소름이 돋더라고. 아주 예전에 처음 들었을 때도 듣고 소름 돋았었거든…
평소에도 노래 듣다가 소름 돋고 그러지 않는데 말이야.
최백호 가수의 사랑 노래에 내가 공감했으니까 소름 돋고 감동받았던 거 아니겠어?
그런 나를 보며 깨달았지 나는 내가 사랑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수많은 사랑을 하고 있었구나 싶더라고.
단지 사랑의 형태가 연인 간의 애절함이 아닌 것일 뿐.
그 노래를 들으며 내가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했거든. 엄마, 친구…등등.
내가 느꼈던 이 순간을 기록해놨어.
친구 : 음…
나 : 그렇게 적어놓고 나니,
이 아름다운 세상에 그런 지독한 사랑 한번 경험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