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 사건의 진실은?
지난해 9월 MBC 기상캐스터로 일하던 고 오요안나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와 함께 고인과 관련된 대화 메시지가 발견되었는데요, 유족 측은 동료 직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합니다.
“이런 소리를 들을 만큼 최악인가 싶어서 내가 기상팀 존폐를 논할 만큼 잘못하고 있나”라는 메시지를 고인이 직장 동료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처음 사망 원인에 대해 말을 아꼈던 유가족은 뒤늦게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유서와 대화 메시지가 발견되자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유서에서 고인은 갈등을 겪었던 이들을 언급하며, 책임감 없다는 취급을 받았다는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유족 측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괴롭힘은 2년 동안 지속되었다고 합니다.
반면 MBC 측은 고인이 자신의 고충을 담당 부서나 관리 책임자에게 알린 적이 없으며,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족의 요청이 있을 경우 진상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직장내괴롭힘이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되어 벌써 6년이 지났습니다. 많은 분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에서 단순히 누군가를 괴롭히는 행동으로만 생각할 수 있지만, 법에서 정의하는 바에 따르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용자가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이렇게 말하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
첫번째로,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라는 말이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하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상급자가 자신의 권한을 이용하거나 감사, 인사부서와 같은 회사에서 상당히 영향력 있는 부서에서 관계를 이용해 갑질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2. 직장 내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부르지만, 여기서 ‘직장 내’의 개념은 장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근로계약을 기준으로 형성된 관계 모두를 포함하거든요. 따라서 사무실이 아닌 사내 메신저나 SNS 같은 온라인 상에서도 괴롭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3. 가해자의 의도
괴롭혀야지~ 와 같은 ‘가해자의 의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괴롭힘에 해당되는걸 모르고 했더라도 직장내괴롭힘이 될 수 있고요. 이는 가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되는 경우 성희롱으로 인정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
Q. 최근 직장 내 괴롭힘이 여러 기업들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질책과 독려를 하면서 부하직원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다면, 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나요?
A: 부하직원에게 한 질책, 독려가 업무상 적정 범위 내에 있으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업무상 적정 범위'가 무엇인지 예를 들어 설명드리겠습니다. 인격적으로 모독을 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질책하는 경우는 적정 범위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습니다.
업무상 적정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되는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신상품 발표회를 앞두고 상사가 지속적으로 업무 수행 결과에 대해 보완을 요구하거나,
실적이 낮은 근로자를 평가하여 승진을 누락시키는 경우, 단 이때 평가가 공정하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실수가 반복되어 상사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다시 작업하도록 요구하는 경우
이런 사례들은 모두 업무상 적정 범위에 해당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지 않는 경우에요.
Q: 네, 알겠습니다. 요새 저성과자도 회사에서 문제가 많이 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만약 상사는 팀 성과 향상 차원에서 성과가 낮은 부하직원에게 조언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부하 직원은 그 조언이 너무 과하다고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이런 경우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나요? 상사는 업무상 적정 범위 내에서 단순 조언을 했다고 주장할 것이고, 부하 직원은 괴롭힘이라고 주장하면 판단 기준이 애매모호할거 같은데요.
A: 직장 내 괴롭힘 판별 시, 가해자의 의도가 없어도 피해자가 신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겪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되었다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판단은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일반인도 그렇게 느꼈을지로 평가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다음의 사례들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판단해 보시겠어요?
1. 다른 동료직원들에게 내 평가 결과가 공개된 경우
2. 내 성과에 대한 공개적 비난이 수반된 경우
3. 성과향상 독려 과정에서 대상자 또는 주변인 인격에 대한 부당한 평가와 비난이 수반된 경우
A: 직장내괴롭힘은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마찬가지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발생하고 근무환경 악화가 발생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의 판단 기준은 명확하지 않아, 반복성, 지속성과 같은 분명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에요.
Q: 그렇군요. 그럼 만약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사적인 용무를 지시하거나 사생활에 대해 묻는 것은 어떤가요?
A: 사적인 업무를 지시하거나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질문 역시 업무의 적정범위를 넘어선 것이니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회사생활 중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행위로 이해될 수 있는 경우에는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배가 후배에게 술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거나 반복적으로 술자리를 요구하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Q: 그렇군요. 그렇다면 점심식사를 하던 중 최근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사가 “최근에 애인이 생겼냐?”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냐?”라고 과도하게 캐물어보는 경우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A: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지만 단순히 질문하는 것에 그쳤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만약 이러한 질문과 함께 성적 발언을 하거나 그 이야기를 타인에게 전하는 등 과도하게 행동한다면, 이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그렇다면 같은 회사에서 함께 입사한 동기들 간에도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될 수 있을까요?
A: 네, 동료 간에도 업무성과나 학력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괴롭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졸 출신 동료들이 고졸 사원을 따돌리거나 특정 학교 출신 사원이 다른 학교 출신 사원을 배제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Q: 그러면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당사자뿐 아니라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회사 직원, 가족, 거래처 직원, 심지어 제3자도—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회사는 반드시 괴롭힘 조사에 착수해야 하며, 조사 기간 동안 필요하다면 근로자에게 근무 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등의 보호 조치를 제공할 수 있고요, 피해근로자 요청이 있다면 전보발령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사 후 괴롭힘 사실이 확인되면 징계와 같은 조치들은 지체없이 시행해야 합니다.
Q: 직장 내 괴롭힘을 사례들을 통해 설명을 듣고 보니 이해가 더 잘 됐습니다. 그런데 오 씨 사건과 관련해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과연 프리랜서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요? 근로자를 보호하는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포함된 건 알겠는데, 프리랜서는 어떻게 되나요?
A: 다행히 법원은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근로계약관계에 없는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괴롭힘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프리랜서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Q: 프리랜서도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직장 내 괴롭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니 참 다행입니다. 그렇다면 프리랜서도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을까요?
A: 프리랜서가 계약서를 체결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종속관계 아래에서 업무를 수행했다면 근로자로 평가됩니다. 즉,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와 같은 경우에 프리랜서의 근로자성이 문제로 제기될 수 있습니다.
최근 프리랜서 아나운서와 관련된 근로자성 판례를 살펴보면, 한 대법원 판결에서는 A 아나운서의 계약서에는 근로계약서에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근로장소, 근로시간과 같은 근로조건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고,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지장이 없도록 출퇴근에 구속을 받지 않으며, 겸직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근로자로 보지 않았습니다.
Q: 그러면 프리랜서가 근로자로 인정된 사례도 있을까요?
A: 네, 프리랜서 아나운서를 근로자로 본 대법원 최초 판결도 나왔습니다. KBS에서 약4년간 일했던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근로자성이 인정된 것입니다. 방송편성표에 따라 지휘 감독을 받으며 정규직 아나운서들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고 종속적인 관계에서 업무들을 수행했고, 방송사가 제작한 방송 말고 다른 방송에는 출연하지 않았고, 단체 카톡방에서 각자의 방송 일정을 긴밀하게 공유하면서 수시로 다른 아나운서 공백을 대체를 했기 때문에 근로자로 인정을 했습니다.
고 오요안나씨는 MBC 보도국 산하 기후환경팀 안에 기상재난파트 소속 '공채' 프리랜서 기상캐스터였고 MBC 내부 전산망 조직도에선 현직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들이 모두 조회가 되었는데 오 씨와 가해자들의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업무 지시와 출퇴근 유무 확인, 회사 복귀 명령 등의 대화도 반복돼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근로자성이 문제될 수 있을거같습니다.
Q: 직장내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면 회사측에서는 바로 조사에 착수해야 하는데 MBC측에서는 부디 지금이라도 진상조사를 하고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법적, 도덕적 책임을 지우게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청과 함께 진실된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