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어둠이 먹어치워 버린 야산에 있다.
그 흔한 달빛조차도 시샘하듯 먹어치워 버린 밤.
한 줄기의 빛과 길은 사치이고 간신히 버티고 있는 긴장의 끈만을 붙든 채 걸어간다.
바스락 툭
내 귀에는 생 날 것의 소리가 들리고 생생한 촉감이 여과 없이 온몸을 스쳐간다.
바람 추위 습기들.
이다음에 어떤 소리가 들릴지 어떤 촉감이 느껴질지 모른다. 단지 들리고 느껴지기만 할까.
나를 붙잡아 버릴지 휘감을지 잠식시켜버릴지
나는 모른다.
그래도 밤이 지나면 새벽은 오고 터질듯한 빛을 가지고 아침은 오니까.
그때의 나는 알았으면 좋겠다.
지금의 나는 헤매어도 그때의 나는
많은 풀과 나무, 꽃들을 보고 맘껏 음미하며 걸을 수 있었으면
이름 모를 꽃들과 풀들의 이름도 알아가고
저 멀리서 느껴지는 향의 가벼움과 들리는 숲의 소리의 시원함을 반갑게 들을 수 있었으면.
딱히 길이 보이지 않아도 이 모든 것을 온몸으로 반가워하는 그런 나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