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물화

by 유진

나는 항상 무언가에 휩쓸려 있다.

이것은 나에게서 결코 떨어지지 않은 오래 묵은 버릇, 고질병.


이 버릇은 남에게 주지도 못하고, 오히려 남을 먹고 자란다.

나는 아래로 내려가 위에 있는 그 사람을 쳐다보며 근거 없는 험담을 외치기도 한다. 어차피 그는 듣지 못할 아래에서 맴돌고 나만 들을 험담. 아니, 가끔은 그 시커먼 험담이 위까지 잘 들리기도 해 곤란해지기도 한다.

나의 그 얼룩덜룩한 험담과 감정은 그와 나 사이를 갈기갈기 찢어 병들게 하기도 한다.

래서 나는 그 시커먼 마음을 속으로 애써 꾹꾹 눌러 삐져나오지 않게 한다.

내 마음에 가득 차버린 속 썩이는 까만 감정. 그 감정은 나를 점점 더 밑으로, 암흑으로 나를 끌어당기기도 한다. 나의 자존감과 함께. 검게 칠해져 밑으로 꺼져버린 자존감은 그곳에선 찾을 수 없다. 그 감정은 점점 더 나를 점령해버리기도 한다.


까맣게. 새까맣게.


하지만 그 감정 또한 쓸모 있는 감정. 이 감정의 색깔은 마치 석탄과도 같아 나는 연료로 쓴다.

나를 움직이게 하고 더 나아지게 하는 힘으로. 항상 나에게서 결코 떨어지지 않을 버릇이라면, 칠흙같은 암흑에 휩쓸릴지언정, 내가 이 감정을 사용하련다. 내 몹쓸 버릇과도 같은 감정과 함께 갈 것이다.

나의 자존감을 밑바닥에 던져버리기도 하고, 누군가를 험담하게 만들어버리기도 하지만, 내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어쩌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이 되기도 하는 이 검은 감정.


나는 그것을 '열등감'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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