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Oct 15. 2021

정말 마음 놓고 즐겁게 킬링타임을 보내는 방법

벤 팰콘 감독 <썬더 포스>

오랜만에 <함께 즐기고 싶어서>에 돌아왔습니다.

제가 이번에 들고 온 작품은 영화입니다.


코로나 시국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 콕 박혀있던 저는 정말 극강의 무료함을 느꼈습니다.

밖에 나가서 영화든, 전시든, 책이든 뭐든 구경해야 삶의 낙을 느끼는 저로서는 코로나 시국이 정말 쥐약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 극강의 쥐약 같은 무료함을 달래려

최근 들어 구독하기 시작한 넷플릭스를 켰습니다.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영화, 드라마 더미 속을 헤매며 무엇을 봐야 이 끔찍한 무료 속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찾던 중,

제 눈에 익숙한 얼굴의 두 배우가 눈에 보였습니다.


바로 <스파이>의 멜리사 맥카시,  그리고 <히든 피겨스>의 옥타비아 스펜서였습니다.


저는 <스파이>와 <히든 피겨스>를 너무 재밌게 봤던 사람으로서 그 두 배우분이 너무 반가웠어요.

그리고 이 멋진 두 배우분께서 같이 연기 호흡을 맞춘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일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종국에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벤 팰콘 감독의 <썬더 포스>를 말이죠.



출처: 네이버 영화


<썬더 포스>에 대한 간단한 내용 소개를 드릴게요.

지구에 정체불명의 운석이 떨어지면서 그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특별한 능력을 받음과 동시에, 뇌의 이상으로 이타성을 잃어버립니다. 그야말로 소시오페스와 같은 인격을 지니게 된 것이지요. 이 사건 이후로 지구에는 슈퍼 빌런들이 속속 등장하게 됩니다. 슈퍼 빌런들, 미스크리언트라고 불리는 이들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강도, 폭력 등 무자비한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게 됩니다. 에밀리(옥타비아 스펜서)의 부모님 또한 미스크리언트에게 희생 당하게 되지요. 우리의 천재 소녀 에밀리는 자신의 명석한 두뇌로 부모님을 위해 복수를 하리라 다짐합니다.

그런 에밀리 옆에 항상 붙어있는 단짝 친구인 리디아(멜리사 맥카시). 리디아는 공부를 잘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실수를 저지르곤 하지만, 특유의 화끈한 성격으로 왕따를 당하는 에밀리를 위기에서 구해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그 둘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지요. 그러던 어느 날, 리디아는 에밀리에게 해서는 안될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릅니다. 에밀리는 그의 실수에 무척 화를 내게 되고, 결국 서로 화해를 하지 못한 둘은 절교를 하게 됩니다.

몇 년의 세월이 흐른 후, 리디아는 에밀리와 화해하고 다시 친해지고 싶은 마음을 조금 내비치며 에밀리가 운영하는 회사로 찾아갑니다. 그동안 에밀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자이자 사업가가 되어있었어요. 오랜만에 만난 리디아와 에밀리. 서로 어색해 하는 것도 잠시, 에밀리는 리디아에게 자신이 드디어 복수에 성공할 기술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에밀리는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리디아에게 소개해준 후,  잠시 볼일이 생겨 리디아를 연구소에 남겨두고 잠시 자리를 비웁니다.

리디아는 연구소가 신기했는지 이곳저곳을 둘러봅니다. 그리고 연구실 한가운데에 놓인 의자를 발견하게 되지요. 호기심에 연구실 이것저것을 만져보는 리디아.

그런데 리디아가 무언가를 잘못 건드렸는지, 갑자기 기계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리디아를 의자에 앉히고는 리디아의 볼에 이상한 주사가 놓습니다.

세상에, 그것은 바로 에밀리가 복수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슈퍼 초능력 기술이었습니다. 슈퍼 초능력을 가지게  리디아는 결국 에밀리의 복수의 여정에 함께하게 되는데요, 과연 에밀리와 리디아. 서로 힘을 합쳐 복수에 성공하고, 도시의 평화도 되찾을  있을까요?


이 영화는 정말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B급 코미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코미디 영화의 주요 특징이라 한다면, 비교적 간단한 스토리와 더불어 복잡하지 않은 캐릭터들 간의 관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복잡한 인과관계, 심층적인 인물 묘사, 촘촘히 설계된 스토리 라인으로 만들어진 소름 돋는 반전 등이 없는, 그야말로 술술 잘 넘어가는 것이 이 영화 장르의 고유 매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B급 코미디 영화는 조금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아요. 이런 접근성이 쉬운 부분들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토리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해요. 한마디로 '두 여성이 슈퍼 히어로가 되어 세상을 구하는 여성 버디무비'라고 한 줄로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인물들 간 복잡한 갈등 따윈 없지요. 물론 갈등은 존재하지만, 그것도 이 영화 장르의 특성상 금방 술술 잘 해결되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작품성보다는 오락적인 면이 강한, 정말 쉬운, 어쩌면 킬링타임용 코미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제가 이영화를 왜 굳이 가져와 이야기하냐고요?

그것은 바로 이 영화가 기존 영화들과는 다른 눈에 띄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마음 놓고 편하게 깔깔 웃을 수 있는 영화'라는 특징입니다.

제가 이 영화의 특징을 이렇게 명명하게 된 이유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여성을 전혀 성적 대상화하지 않는 영화

이 영화에서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히어로물의 여성 캐릭터의 경우, 좋은 몸매에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대부분은 '섹시 여전사'라는 이미지로 소비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어떤 여성 히어로도 성적으로 대상화되지 않습니다. 지금껏 '여전사'라고 우리가 익히 봐왔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이지요. 여성 히어로라고 해서 몸매가 좋아야 할 이유도, 섹시함을 어필할 이유도 없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에밀리와 리디아처럼 그냥 그들 다운 모습으로 당당히 히어로의 모습을 보여주면 됩니다. 그런 면이 이 영화를 편히 볼 수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다양한 캐릭터의 모습

2번째는 바로 '다양한 캐릭터의 모습'인데요. 이 영화 속에서는 정말 통통 튀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모습이 나옵니다.  주인공부터 심상치 않아요. 리디아는 정말 화끈하고 터프한 모습으로 나오죠. 거기다가 직업은 컨테이너를 옮기는 지게차 운전사로 나옵니다. 퇴근하고 난 후에는 티브이를 보며 거나하게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요. 에밀리는 성공한 사업가이자 천재 과학자로 나옵니다. 겉으로는 계획적이고 차가운 과학자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리디아와 함께 있을때는 그야말로 개구쟁이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웃긴 캐릭터이기도 하지요. 악당의 모습도 보다 보면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극 중에서 집게발을 가진 악당이 나오는데, 악당으로서 잠시 악랄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리디아와 사랑에 빠지면서 어딘가 로맨틱하면서도 여린 면도 보여주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정말 각자 성에게 부여되는 스테레오 타입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았기에, 이런 신선하고 다양한 캐릭터들의 볼거리를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게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재미 포인트라 할 수 있어요.


3. 혐오의 시선이 없는 영화.

이 영화에는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혐오와 편견의 대사들이 없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여성 주인공들의 외적인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는 외모나 인종에 대해 지적을 하거나, 비하하는 말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의 대사에서만큼은 그런 혐오적인 시선과 편견이 녹아들어 있지 않다는 것이지요. 이런 혐오가 없는 영화 분위기를 만들려면 대사, 한 인종이 맡은 역할의 비중 등 다양한 것들을 신경 써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적어도 실패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는 곧 더욱 다양한 사람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것이 이 영화의 큰 매력포인트이자 셀링포인트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더 다양한 인종이 나오면 더없이 좋긴 하겠지만요. 예를들어 아시아계라던가, 아시아계 여성이라던가...큼큼...)



물론 이 영화도 비판받을 지점이 존재합니다.

외국영화이니만큼, 문화적 한계로 인해 이해하지 못하는 개그코드가 존재한다거나, 영화적으로 그렇게 완성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 한계점으로 지적받기도 합니다.(저는 영화에 대한 지식이 차고 넘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자세하게 짚고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영화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저는 무엇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사람들이 편히 볼 수 있는 영화가 나오길 바랍니다.

영화이든, 드라마든, 어떤 영상 매체, 미디어든 간에, 특정한 것을 가지고 비하 하거나 차별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조금씩 이러한 감수성에 문제에 예민하게 다가가면서 더 많은 사람이 마음껏 웃을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를 만드는 사람은 예민한 마음가짐으로 창작에 임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은 민감한 시선으로 문제를 포착하고 문제 제기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말이죠.




정말 그 어떤 걸림돌도 없이 마음껏 깔깔 웃는, 진정 재미있는 킬링타임을 원하신다면 넷플릭스에서 한번 찾아봐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지금까지 <썬더 포스>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내 젊은 날의 꿈을 스무 번도 넘게 배반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