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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Oct 27. 2021

벼랑 끝에 몰리면 사람이 짐승이 되기도 하니까요.

케이시 <네 번의 노크>


* 이 글은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네 번의 노크> 티저 북(분량의 30-40%)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내사 보고서]


- 개요

  일시: 0월 00일 13:30분

  장소: 00동 00주거용 건물 2층과 3층 사이 계단

  신고자: 306호 거주자(성명: 000, 여, 56세)


- 사고 경위

  사망자는 303호 거주자의 남자친구로 사건 당일 비어있는 303호에 들어가 두 시간여 머문 후 해당 건물 2층과 3층 사이에서 쓰러진 채 발견.


  얼굴이 퉁퉁 부은 남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을 건물 관리인인 306호 거주자가 신고. 부검 결과 기도 수축, 질식으로 인한 사망.


  특이사항은 6개월 전 사망 보험에 가입. 최근 잇따른 보험 살인과 관련한 보험 회사의 수사 의뢰로 내사에 착수.


  복도식 원룸 건물의 여성 전용층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형사과 강력계에서 참고인 조사.


-  진행상황

  3층 거주자 6인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 중.


- 언론 보도 동향

  없음



책 리뷰 하나 쓰자마자 급하게 또 들고 온 이번 책은 바로 케이시 작가의 <네 번의 노크>입니다.

티저에서 웬 내사 보고서가 나왔는지 궁금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책 설명을 드리면서 찬찬히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이 책은 한건의 살인사건으로 시작됩니다. 보고서에 볼 수 있다시피, 피해자는 303호의 남자친구. 최초 발견 및 신고자는 이 건물의 관리인인 306호 거주자입니다.

최근 보험 살인이 잇따라 이루어져 경찰은 보험회사의 의뢰로 내사에 착수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3층 거주자들 6인은 참고인 자격으로 사건 당시에 대한 진술을 하게 됩니다.

이 피해자는 어떤 연유로 죽음에 이르게 된 걸까요?

이제 작가가 보여주는 각자의 참고인 진술서를 실제로 보면서 사건의 내막을 파헤쳐가야 합니다.


이 사건이 벌어진 곳은 어둡고 음습함이 가득한 동네의 주거시설입니다. 한밤 중에 경찰차와 소방차가 자주 출몰하고, 비둘기가 토사물을 먹으며 살을 찌워가는, 살기  암담한 곳이지요.

이들은 각자의 사연을 안고 이 주거공간 3층에 입주했습니다. 그러나 안락한 주거공간을 마련하기 힘들어하고, 삶이라는 사나운 물살에 치이다 결국 삶의 막다른 길에 다다른 사람들이라는 점이 이들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지요.

이곳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301호: 다소 야한 옷차림을 입고 있어 남들의 눈총과 편견을 사는 무당

302호: 언젠가 안락한 삶으로 돌아가겠다는 소망을 안고사는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303호: 남자친구와 사연이 있어 보이는 사회복지사

304호: 큰 어항에 물고기를 키우는 지적 장애인

305호: 몸에 큰 뱀과 눈 타투가 있어 사람들에게 괴물이라 불리는 액세서리 노점상인

306호: 남의 험담을 입에 달고 사는 이 건물의 관리인


이 건물의 암묵적 규칙은 이러합니다.

'이웃에게 관심을 보이지 말고, 서로의 영역에 침범하지 않는 것.'

이들은 방음조차 되지 않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내면서도 어떠한 활발한 왕래도, 이웃 간의 정 조차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간간히 두 명이서 잠시 왕래를 하거나 소음공해로 인해 포스트잇을 문 앞에 붙여두는 식으로만 소통을 하고 살고 있지요.


그런데 이 암묵적인 규칙은 사실상 지켜지지 못하고 있나 봅니다.

서로 오고 가면서 잠시 마주치는 사이에 남의 모습을 몰래 흘겨보고 그의 이미지에 관해 무수히 억측을 하는가 하면, 방음이 되지 않아 옆집에서 들리는 소리에 힘겨워하다, 어느샌가 옆집의 생활이 궁금해 그 소리를 엿듣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런 음습하고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도 서로 과일, 빵 등 사소한 마음들을 주고받으며 친해지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머릿속에 난무하는 억측과 편견을 여과 없이 이웃 주민에게 발설하고 다니는 이도 있습니다.

이들은 마치 서로의 영역에 침범하지 않게 떨어져 있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실로 서로 지저분하게 엉켜버린 것만 같습니다.


이들은 사건 진술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이 알고 있는 이웃에 대한 이야기, 사건 당일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그 형식은 일반적으로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서술 형식이 아닌, 경찰의 진술서 형식으로 진행되지요. 독자들은 진술서 형식으로 짜인 각 호실 거주자의 이야기를 따라가게 됩니다. 그로 인해 독자는 책 속에 더욱 이입하여 마치 내사를 하는 경찰의 입장이 되어 진술서 속에서 추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점이 바로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책의 매력이라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이 책에서 나오는 인물들은 고유의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모두 301호, 302호... 거주하는 방의 번호로 불리게 되지요. 이는 케이시 작가님이 평소에 책을 읽으며 등장인물의 이름을 기억하는 데에 불편함을 많이 겪어 번호로 인물들의 이름을 설정했다고 합니다.

저는 각 인물에게 이름을 부여하지 않고 번호를 붙임으로써 일종의 우리 사회 모습과 관련된 보편성을 지니게 되었다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한 번씩 마주하는 편견 가득한 사람의 모습, 사회적 약자로 소외된 모습,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이 인물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들에게 이름이 아닌 번호를 붙여줌으로써 소설에서 보이는 그들의 인생이 고유한 그들의 삶이 아니라, 우리 사회 보편의 모습이라는 점을 독자들에게 더욱 강하게 심어주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 소설이 보여주는 현실성은 우리를 더욱 소설의 이야기에 이질감을 느낄 새 없이 빠져들게 합니다.


이제 천천히 그들의 진술서를 경찰의 입장으로 읽어 내려갑니다. 찬찬히 그들의 진술서에 담긴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곧 그들의 진술 사이에 무언가 일치하지 않는 퍼즐 조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들 중 누군가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진실이 아닌 거짓을 말하고, 진실을 함구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 사건의 진실을 숨기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이 사건은 어떻게 마무리될까요?

범인은 과연 잡힐 수 있을까요?




저는 아직 티저북만 봤기 때문에 곧바로 어제 출간된 <네 점의 노크> 정식 도서도 볼 예정입니다.

저도 진술서를 보며 사건을 추리해보고, 음산한 주거공간에서 펼쳐지는 일에 스릴을 느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책 출간 전 영화화 확정이 되어 나중에는 영화로 나와

책과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티저북 뒤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집니다.

여러분도 함께 이 이야기의 재미를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이상, 케이시 작가님의 <네 번의 노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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