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주식열풍의 바람을 타고 나름대로 임장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비가 거세게 내려서 그냥 집에 있었다.
전 날에는 아이들과 목장에 다녀왔는데 너무 신났는지 아이들의 목장후기 놀이 및 대담을 하다가 아이들도 12시가 넘어서 잠들고, (아이들은 놀수록 체력이 충전되는게.. 감사한 일이지만 힘들다) 나도 괜히 휴대폰 만지작 거리다가 남편과 자산소득을 늘리기 위한 토론을 지나 언쟁을 벌이다가 3시가 넘어서 잠들었다.
여주 은아목장, 3대째 내려오는 목장이라고 해요. 아이들 풀어놓고 동물들과 교감하기 좋은 곳:)
비가 내린 덕분인지 어두워서 아이들이 10시 넘어 일어났다. 훌쩍 큰 첫째가 우유에 시리얼 말아서 자기도 먹고 동생도 챙겨주고 같이 놀며 아침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 덕에 나는 12시까지 뒹굴거렸다. 키울 때는 곱절로 힘든데 이렇게 찰나적인 기쁨과 휴식을 주는 걸 보면 둘이 좋구나 싶기도 하다.
2시쯤 닭고기를 오븐에 구워 점심을 먹고, 토이쿠키 만들기도 하고, 개학을 앞둔 첫째의 준비물을 함께 챙겼다.
챙겨야 할 게 왜이리 많지?
1학년 때는 몸에 빈 가방을 딸려 보내면 가방 가득 뭘 챙겨왔던 것 같은데 2학년이 되니 챙겨갈 것들이 꽤 있었다. 알리미에 온 내용들은 대충 보고 알고 있어서 필통, 수저, 파일 정도만 챙겨주면 되겠지 했는데 혹시나 해서 첨부파일을 열어보니 알림장, 클리어파일 40매, 24색 크레파스...거기에 두루마리 휴지까지. 왜 이럴 때 집에 두루마리휴지 똑 떨어지는거죠? 크레파스는 집에 있는 줄 알았는데 집에 있는 건 12색이었네. 비가 오지만 저녁외출을 감행할 수 밖에 없었다.
다이소에 갔더니 알림장이건 줄노트건 10권씩 번들로만 팔아서 다른 서점에 붙어있는 팬시점으로 갔더니 노트 한 권이 천 원인가요? 200-300원 하던 시절은 라떼구나. 싸도 열 권씩 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서 (무려)천 원 짜리 알림장 한 권과 크레파스, 클리어파일을 사왔다. 그 사이에 비는 축축한 눈으로 바뀌어 있었고, 집에 있던 아이들은 샤워까지 하고 일찍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찍 일어나려고 일찍 자도 일찍 일어나기 힘든 건 마찬가지라서 그냥 밤 늦게까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자는 편이었는데, 이젠 본격적으로 아침업무가 생겼으니 의도적으로라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겠다.
오늘 아침도 역시 첫째가 깨워줘서 일어났다. 일어났더니 8시20분. 미국식으로 아침을 먹는 덕에 부담은 좀 덜하다. 8시50분에 맞춰 등교시켰다. 남편이 유연근무제라 둘째까지 등원시키고 출근했다. 저녁에 회의가 잡혀 있어 일찍 출근할 필요가 없다고.
우리 아빠 회사다니시던 때를 생각하면 세상 좋은 회사들이 많아졌다. 그래도 아빠는 육아에 내던져진 적이 없으니 삶의 강도로 따지자면 그때나 지금이나 힘든 건 비슷한 거 아닐까 싶다.
아파트에서 살다보니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딸 혼자 엘레베이터에 태우는 건 좀 엄두가 안나서 1학년때는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고 그랬는데, 올해는 혼자 하게 해보려고 한다. 같은 시간에 오가는 친구들도 있고(4동짜리 아파트인데, 이 아파트단지에서만 같은 학교를 100명쯤 다닌다고 한다ㅋ) 자기 혼자 해내려고 하는 성취욕구가 강한 스타일의 아이니까.
하나씩 독립을 연습해본다. 아이를 독립시키는 것이지만 사실 나도 아이로부터의 독립이다. 나도 아이에게 밀착되어 있던 마음과 육체를 슬슬 떼어낼 연습을 해야할 것이다.
12시40분.
몇 시쯤 오려나, 시계를 보는데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난다.
"엄마! 나 혼자 왔어! 잘했지? 우리 반 몇 명인 줄 알아?"
"22명?"(작년에 22명이었다)
"아니, 28명! 애들이 많아서 너무 시끄러워! 근데! 재밌어~ 선생님 되게 좋아! 원래 선생님들은 화를 안내고 안 혼내. 선생님들은 원래 다 착하셔. 오늘은 공부 안했어, 그냥 얘기했어. 근데 재밌어! 교과서는 다 학교에 있어! 사물함에 넣어놨어. 그러니까 엄마! 걱정하지 마! 나 책 좀 읽고 공부할거니까 엄만 가만히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