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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정 Jul 13. 2020

5. 가족여행, 여행의 유익

아무래도 아이들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부모라는 부부

가장 좋은 사교육은 여행과 에버랜드


에버랜드는 그 자체로 여자에게 휴식을 준다. 아이들은 에버랜드니까 그냥 좋아한다. 환상의 나라를 좋아하지 않을 아이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웃도어 형인 나는 넓은 에버랜드에서 아이들 끌고 다니는 것이 힘들지 않다. 아이들과 집에 있는 것이 더 힘들다. 올해로 연간권 3년 차가 되다 보니 이젠 에버랜드도 아담하게 느껴진다. 남편이 야근으로 늦을 땐 에버랜드로 간다. 에버랜드는 정말 좋은 육아 메이트이다.


여행은 그 자체가 배움이고 놀이이다. 여행을 통해 자연에 순응하는 것을 배운다. 해가 지면 집에 들어가야 하고 비나 눈이 오면 나가서 놀 수 없는 것을 배우고 실천한다. 동네에서는 해가 져도 비나 눈이 와도 익숙한 곳이니 버티기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낯선 곳에서는 버티기보다는 자연에 순응하는 것을 택한다. 

자연에게 배우는 것은 말하자면 패배이고 항복이다. 사람이 아니라 자연에게 지는 것을 먼저 배우면 사람에 대한 예도 잘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인 여자와 남자에게도 새로운 시도를 할 엄두를 내게 해준다. 일상생활에서는 늘 차로 다니기 때문에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생각 자체를 못하는데  해외에서는 모든 교통수단을 다 섭렵한다. 유모차가 있다고 해도 계단과 턱이 두렵지 않다. 체력과 정신력 모두를 충전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집에서는 방전만 가능할 뿐 충전이 안되는데 말이다.


3년 전 후쿠오카 여행 중, 금토일에만 열리는 시모노세키의 수산시장에 가기 위해 숙소에서 하카타역까지 버스를 타고 하카타역에서 신간센과 지하철을 번갈아 타고 모지코로 가서 배를 타고 시모노세키까지 들어가 그곳 수산 시장에서 인생 최고의 초밥과 롤을 먹었다.

아이는 5살, 3살. 유모차 밀고 때로는 아기띠에 안고.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그 여정을.....

게다가 멋진 식당이 있는 곳이 아니었다. 수산 시장 한쪽에 간이 식탁과 플라스틱 의자에 의지해 먹었던 그날의 초밥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친구들은 렌터카 안했냐고 물었는데, 나는 해외에서 렌터카 빌릴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여행지에서는 익숙했던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집을 떠났으니 만큼 신경쓰이는 일도 많지만 그만큼 관대해지기도 한다.


일상에 이벤트를 내가 만들고 그 이벤트의 수혜자도 나라는 것은 특별하고 즐거운 일이다. 일상에서는 내가 나에게 이벤트를 주기란 영 어색하다. 그 정성이면, 그 돈이면, 그 시간이면.. 같은 생각으로 주판알을 튕기고 이런저런 경우의 수를 생각하지만 여행지에서는 일단 누리면 끝, 못 먹어도 고! 하게 된다. 못 먹어도 추억이 생겼으니 이미 충분한 것.




우리 가족은 코로나 사태가 나기 전 까진 3~4년간 매년 제주와 일본에 갔었다. 같은 나라를 반복적으로 갔더니 7살이던 딸은 반복적으로 듣게 되는 말을 기억하고 적절한 상황에 그 말을 하기도 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호텔에서나 건물에 들어갈 때나 엘리베이터 탈 일이 많은데 우리 모두가 엘리베이터에 탔더니 딸이

"도아가 시마리마스"

라고 하길래

"그게 무슨 말이야?"

라고 물었다.

"맨날 엘리베이터 타면 '도아가 시마리마스'라고 나오던데."

"아 그래?"

"'문이 닫힙니다' 래. 아빠가 그랬어."

일본어를 좀 할 수 있는 아빠에게 물어봤나 보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한동안은 엘리베이터에 탈 때마다 문이 닫히면 '도아가 시마리마스'라고 말하곤 했다. 이러니 어렸을 때 영어권 나라에 좀 살다 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지금까지 생각에만 그치고 있지만.




눈에 보이는 것에 관심이 많은 딸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 그림을 이어 그림책을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여행지의 낯설고도 아름다운 풍경을 그림으로 그리곤 한다.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말이 전부였을 땐 아이가

 "엄마, 하늘 좀 봐."

라고 했던 말에도 뭉클한 감동을 느꼈는데


이젠 8살이 되어 말로 할 수도, 일기로 쓸 수도, 그림으로 그릴 수도 있게 되다 보니 권유하거나 독촉하지 않았는데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으로 눈에 보이는 것과 자신의 머리나 마음속에 있는 것을 표현한다. 그것은 마치 내가 여행 후에 여행 사진을 SNS에 올리거나 관련된 것을 포스팅하고 그것으로 여행의 추억을 한번 더 떠올리듯이 딸도 딸만의 방법으로 추억을 되새김하는 게 아닌가 싶다.


되새김이 아니라 그냥 딸만의 놀이였다고 하더라도 기억 속에 머물다가 시간이 흘러 휘발되는 것이 아닌 그림으로 글씨로 남겨 두니 엄마인 사람으로서는 참 대견하기도 하고, 이것이 여행과 경험의 유익이지 싶다.


여행의 유익이라면 가족의 끈끈함, 우애, 사랑......뭐 이런 걸 떠올리겠지만 그런 건 집에서도 느낄 수 있는 거잖아요? 국내 여행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거 아닌가요?

'도아가 시마리마스'이후로 여행의 유익은 '언어'와 '문화', '기록'이라고 확정했다.

속물 엄마 캐릭터를 확보하게 되는 건가. 그래도 할 수 없다.

여행의 어느 순간이든 내가 잘 나온 사진을 한 장 건졌다면 그 다음은 딸의 그림과 말에 더 관심을 두게 되었다.


자식은 부모의 예상이나 시나리오와 전혀 다르거나 완전히 벗어나는 반응을 하고, 그러니 부모는 더 기대를 하고 그러면 또 다른 방향으로 튀고 그러면서 자기의 색깔과 포지션을 만드나 보다.




그렇다면 아들은?

걔는 그냥 6살 남아입니다. 조금 모자라지만 착한 애.

아들에게 바라는 것은 '생존'뿐이어요.

둘째는 사랑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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