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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정 Jul 16. 2020

6. 가족이 된 부부의 여행, 부부만의 여행을 계획하다

결혼 7주년, 파리에 가다

우리 부부는 파경과 이혼의 위기를 극복해가면서(나만) 결혼 7주년을 맞았다.

첫째가 7살, 곧 초등학생이 된다.

초등학교 1학년이란 오전에 학교가서 오전에 집에 온다는 것.


방과후 수업이나 학원을 이용해서 늦게 오게 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스케쥴을 섣불리 예상할 수가 없다.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엄청 바빠질 거라는 것. 바빠지지 않아도 정신이 없고 신경이 쓰일 거라는 것.

 

우리 아이 둘은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녀 아침 7시 반 부터 저녁7시 반 까지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시기는 이때(2019년)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친정 부모님께 아이 둘을 맡기고 우리는 6박 8일간의 파리 여행을 추진하고 실천했다.

친정 엄마께 미친년 소리 들었고, 나는 셋째는 만들어 오지 않겠다고 화답하였다.



                                                                                                                                                                          

우리의 다사다난했던 지금까지의 결혼 생활 7년을 1막으로 갈무리 하면서

결혼, 혼인신고, 임신, 출산, 수유, 영아산통, 기저귀 갈기, 분유, 이유식, 산후우울 등으로 점철된 것을 그저 '육아'라고 퉁치는 모질었던 과정을 큰 사건 사고 없이 넘어 가고 있는 중인 것에 대한 감사함과 함께 결혼생활 2막을 준비하는 어떤 세리모니라고나 할까. 아니면 우리 둘 만의 단합대회라고나 할까.


사실 이것들은 다 허울 좋은 변명이고, 아이들을 맡기고 이런 저런 명분을 담아 좀 오랜 기간(그래봤자 1주일) 여행을 떠날 수 있는건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지금이 유일한 둘 만의 여행 기회다 하며 남편에게 얘기를 꺼냈는데.......


긴긴 협상의 여정이 있었다. 실무자 협상 없이 바로 당사자 협상이기 때문에 고성은 아녔지만 순간순간 빡침과 삐침이 오갔다.


"오빠 내년이면 첫째 초딩가"

"응 그렇겠지"

"어린이집도 올해가 마지막이야"

"응 그렇겠지"

"다시는 9시에 맡기고 5시에 찾을 수 있는 시대가 우리에게 오지 않아"

"(내가 앞으로 뭔말할지 대충 눈치 챔) 15년있으면 아들놈 군대가, 그 때 애들 떼놓고 놀 시간 많아"

"15년 있으면 우리나이가...."

"아 제발.... 또!!......무슨 얘기 하려고....3월에 나고야도 다녀왔고 얼마 전에 익산도 갔다 왔잖아. 그럼 그때 가지말았어야지. 여행갈 거 다 가고, 화장실 두개 있는 집 얘기하고. 우리 수저 없는 거 알잖아. 무슨 생각하는거야. 그냥 생각을 없애. 우린 아무 데도 못가. 올해 여행 스케쥴은 끝났어."


(잠시라고 하긱엔 조금 긴 침묵과 태세전환)

"나랑 여행가는 게 싫어?(감정호소모드)"

"여행가는거 좋지, 여행가는거 좋아해서 관광경영학과 나왔고, 해외에 편하게 다니려고 해외 영업한거야(이 얘기 지이이인짜 5천번 넘게 들음). 근데 상황이 되어야 하는거지"

"(약간 글썽연기)오빠가 결혼 7주년때 유럽 여행 가게 해주겠다고 했잖아"(실제로 결혼2주년땐가 7주년에 가족모두 유럽한달여행, 10주년에 큰 집으로 이사가게 해주겠다고 한 자필 사인까지 들어 있는 편지가 있다 사진찍어둔게 있다!)

"아........(또 그 얘기, 그거 찢어버려!라고 말하고 싶은 표정) 근데 집 부터 샀잖아.."

"큰 집이 아니잖아. 10주년에 어쩔 생각말고 그냥 올해 나랑 유럽을 가자고, 요래요래요래 하면 휴가도 많이 안내도 되고..."

"(약간 솔깃)...애들은 어쩌려고.. 어머님 힘드셔..."

"오빠만 오케이하면 엄마한텐 잘 얘기해볼께"

"허락을 해주셔도 안되는거야 이건..일주일을 어떻게...."


(엄마에게 맡길 수 있는게 올해가 마지막 기회인것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했다. 이 얘기를 다 쓰자면 내가 좀 기회주의자, 불효자, 딸 키워봤자 소용없다 쪽으로 기울 것같아 자세한 대화는 생략, 오히려 엄마는 올해 여행갈 돈으로 빚갚고 10주년에 거하게 가라고 하셨다. 그 때도 충분히 봐주겠다며. 미루지 않길 잘했다. 코로나시대가 올 줄은)


"오히려 첫째가 7살이니까 오빠가 먼저 우리 둘이 단둘이..뭐 이런 계획을 좀 했어야 하는거 아니야?"

"나는 항상 자기랑 가고싶지..어머님께 죄송하니까 그러지....(이거 좀 핑계....)...."

"울엄마한테 죄송한거 빼고, 항상 나랑 가고 싶다고 생각한 데 어딘지 말해봐"

"(순간 당황, 그런데가 없었으므로)....어차피 자기가 생각해 놓은데 있을거 아냐. 말해봐"

"파리에 가는거야. 직항있어(비행편, 가격 주우우욱브리핑)"

"왜 파리? 자기 독일 좋아 하잖아"

"애들이랑 가면 독일이 좋은데 우리 둘이면 독일 보단 파리. 애들이랑 미술관은 너어어무 힘드니까. 우리 둘이면 파리가 좋아"

"왜 파리까지가서 미술관에 가? 유럽은 경치보러 가는거 아니야? 거기 까지 가서 미술관만 가?"

"(미술무식자에게 약간의 경멸을 느낌ㅋ)경치 보려면 제주도도 멋지지. 파리에 있는 미술관은 우리나라에 없어. 오빤 왜 유럽에 가고 싶은데? 동남아에도 로망이 없고, 일본 아니면 유럽이라며."

"(할말없음)음......그렇네......먹방은 아니고....미술....음.....나 고등학교때 제2외국어 불어......"

"오..데스티니~~~파리가는거야(승리감)"

.

.

.

.

"파리...? 하... 비행기얼만데."

"이백, 직항(강조)!!" (이게 파리로 가는 이유, 유럽 대륙 안에 있음 & 아이들 없이 미술관 관람 & 직항으로 갈 수 있음, 거창한 이유가 없다. 우리가 갈 수 있는 날짜에 직항으로 닿을 수 있는 유럽 주요 도시 중 파리행이 제일 저렴했다)

"숙소는."

"일박 14만원 정도 예상."

"그러면....... 최소 4백이상은 들겠네."

"내가 비행기값줄게."

"(급화색) 그럼 지금줘"

"(질색) 결제할 때 줄게 인간아."

"(급 정신차리고) 내가 가자고 해도 어머님이 안된다고 하실거야. 장인어른이랑 두 분이 일주일을..말도 안 돼.."


나름대로 훈훈하게 둘의 협상은 좋은 쪽으로 결론이 났...는데..

아이 둘을 맡아 주셔야 하는 친정 엄마와 얘기하는게 문제였다.


일단은 봐주시기로 했다.

셋째는 만들어오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니 아빠한테 느이가 우리 한테 애들 던지고 파리 간다고 했더니 니 아빠가 '먹이고 재우고 하면 되지 뭐'라더라. 참나..."


죄송하고도 감사했다.

나는 엄마께 드릴 현금과 카드를 준비했다.




나는 파리가 처음은 아니다.

2008년에 동생이랑 15박17일간 유럽 6개국을 여행하는 초인적인 일을 했었다.

런던-파리-로마-인터라켄-프라하-프랑크푸르트를 둘러보았고 스케쥴이 거의 호텔-야간열차-호텔-야간열차 뭐 이랬다. 아, 귀국할 때는 홍콩 스탑오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미친일정.


그러나 끄떡 없었다. 젊었을 땐 모든 게 가능했다.


파리에 3일 있었는데 루브르, 오르세, 로댕 미술관, 몽파르나스 타워, 바토무슈 유람선, 몽마르뜨, 베르사유 궁전, 쁘랭땅백화점, 개선문, 샹제리제거리, 라데팡스까지 핵심은 다 돌아본것 같다. 달팽이 요리도 먹었고.


이때보다 두배 길어진 6박8일인데, 이 마저도 너무 짧은 느낌인데 어떻게 3일동안 저길 다 돌아 본 건지 신기할 지경이다.

우리의 6박8일은 어떻게 진행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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