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길 위의 작은 인연

Half

by J 스토브리그

나에게 마라톤은 기록을 쌓는 것보다, 함께 달리는 사람들과의 연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단순히 완주만을 목표로 했고, 잘 뛰지도 못하는 내가 대회에 나선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달려하니가 새벽마다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나가 달리는 이유가 궁금해 함께 뛰기 시작하면서, 나의 러닝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어느덧 6개월째 이어온 새벽 러닝은 내 삶에 작은 변화를 가져왔다.

예전에는 400미터 트랙 한 바퀴만 돌아도 숨이 차 걸음을 멈추곤 했는데, 이제는 5km를 가볍게 조깅할 수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 변화는 단순히 체력의 향상만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키워주는 경험이었다. 작은 성취가 쌓여 자신감을 만들고, 그 자신감이 다시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9월에는 예천마라톤 10km에 참가했다. 처음에는 긴장과 두려움이 앞섰지만, 달려하니와 함께 뛰며 느낀 동료애와 응원의 힘은 내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이어 11월에는 섬의 끝을 상징하는 마라도와 대비되는, 땅의 끝 해남에서 열린 땅끝마라톤 하프 코스에 도전했다. 처음 도전하는 하프였기에 기록보다는 완주를 목표로 했지만, 생각보다 험난한 코스에서도 끝까지 달려낸 나 자신이 놀라웠다.


달리고 나서 크루원들이 물었다. “이제 러닝의 묘미를 느꼈어? 재미있게 뛰었어?”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10km 이상을 달리고 있는 나 자신이 신기하기만 하고, 반환점을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향할 때는 ‘왜 이렇게 뛰고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만감이 교차했다. 하지만 그 순간순간 속에서, 수많은 러너들이 달리고 또 달리는 이유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달리다 보면 길 위에서 마주치는 작은 흔적들이 나에게 신호를 준다. 오직 달리기에만 몰두한 나에게 주변을 돌아보라는 메시지처럼 다가온다. 그때서야 나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달리는 러너들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바람이 스치는 소리, 땀에 젖은 몸을 감싸는 햇살, 그리고 옆에서 함께 호흡하는 러너들의 발걸음이 모두 하나의 풍경이 된다.


출발점을 향해 달리다 보면 어느새 결승점이 가까워지고, 응원의 함성은 점점 커진다. 다리가 무겁고 몸이 지쳐 멈추고 싶을 때도 그 응원 덕분에 한 발짝, 또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 순간, 마라톤은 단순한 경기나 기록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함께 나아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짧은 시간 동안의 조깅이 나를 조금씩 변화시켜 온 것처럼, 11월의 내가 내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달라져 있을지 궁금하다. 더 긴 거리를 도전할 수도 있고, 더 많은 대회에 참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달리기를 통해 나 자신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기록보다 함께 달리는 사람들과의 연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이어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느린보 러너들과 함께 달리며 응원과 용기를 나누어 준 GRC 크루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들의 응원과 격려가 있었기에 나는 두 번의 대회를 완주할 수 있었고, 달리기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도 나는 달리기를 통해 변화하는 나 자신을 지켜보고, 그 길 위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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