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무늬 Aug 19. 2021

벚꽃은 짧다

나는 조금 안달나있다. 벚꽃을 볼 수 있는 기간은 끽해야 2주 혹은 3주밖에 안된다. 하늘과 나무를 가장 많이 보게 되는 이 기간에 벚꽃을 차타고만 보는게 너무나도 아쉽고 안타깝다. 그래서 나는 하루에 한번이라도 꼭 걸으려고 하고, 그 걷는 곳에는 사람들이 조금 없었으면 한다.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 좋은 건 나만 보고 싶고 나만 알고 싶고 나만 듣고 싶다. 그리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만 조금씩 공유하고 싶다. 그런데 벚꽃은 숨길수가 없으니깐 항상 사람들이 와글와글 있다. 일직선으로 걷지 못하고 피하면서 걸으면 피곤하다. 내일은 꼭 조용한 벚꽃 길을 일직선으로 오래오래 걸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작은 깔개를 가지고 나가야 겠다. 


벚꽃은 비에 취약하다. 그래도 아직 피지 않은 벚꽃이나 방금 폈던 젊은 벚꽃들은 단단히 나무를 붙들고 있다. 비가 오고 나서의 저녁 바람은 축축하고 스산했지만 상쾌했다. 벚꽃은 어딘가 위태롭다. 옆에 손 닿으면 닿는 개나리 보다 벚꽃에 마음이 가는 건 손 닿을 수 없는 거리에 벚꽃이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순간 개나리와 벚꽃의 높이를 바꾸는 상상을 해보았다. 불과 개나리의 색과 비슷한 가을의 은행나무가 생각났다. 그러고보면 꽃은 보통 나무에서 피는 게 아니라 사람 보다 작은 식물에서 자라는 게 보통인 것 같다. 벚꽃의 향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커피숍에서 파는 벚꽃 어쩌구는 다 인공향이라고 한다. 근데 저렇게 꽃은 취약한 벚꽃나무가 사실은 가장 튼튼한 목재 중 하나라고 한다. 정말 위태로운 벚꽃과 다른 물성이다. 누웠는데 벚꽃 또 보고싶다.

작가의 이전글 내 시간에서 흐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