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뛸 때 웃으면서 뛴다. 어릴 때 뛰는 것은 어딘가 신나는 일이었다. 만화영화에서 나오는 주인공들의 속도는 내가 뛸 때 속도와 비슷한 것 같았다. 나는 뛰어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한 번은 배트맨 영화 보고 나서 길에서 핑크색 포대기 뒤집어쓰고 뛰어다니다가 중국집 배달 오토바이에 치이기도 했지만, 꾸준하게 뛰어다녔고 쉬지 않았다. 뛰어다니면 내가 빨리 어른이 될 것 같았고 어른보다 앞서갈 수 있었고 어른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지금은 뛰어다니는 거 딱 질색이고, 살 빼려고 뛰거나 막차 잡으려고 뛰는 것 빼고는 뛰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으로 뛰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한 어떤 어른의 모습이 되려고 뛰고 있는 것 같다. 뛴다고 해서 결코 자라거나 성숙해지는 것이 결코 아닌데, 나는 습관적으로 뛰려고 한다. 그런데 어릴 때와 다른 점은 웃으면서 뛰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