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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Nov 18. 2020

혹시, 음식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중독된게 아닐까?

#맛의 배신/유진규PD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음식 유사 제품을 먹는다.
음식 전체가 아니라 음식 일부분만을 먹는다


환경 다큐 전문 PD 유진규의 맛에 대한 책. 그의 이름은 생소할지라도 '환경호르몬의 습격' '옥수수의 습격' '청결의 역습' '왜 여자아이들이 더 공부를 잘할까' 등으로 사회적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저자를 보지 않고 이 책을 중반부쯤 읽었을 때에 당연히 외국의 환경 관련 연구원이나 학자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방대한 연구자료와 근거가 탄탄하다. 가공식품, 향 첨가 식품, 조미료 등이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고만 있다가 이제야 지식이 되어 누구에게 설명해줄 정도가 됐다.



 우리는 왜 음식에 중독되는가?

라는 물음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단순히 먹은 만큼 운동을 덜해서 살이 찌는 게 아니라고 한다. 음식이 중독을 일으키기 때문에 끊을 수 없는 마약과 같다. 실제로 마약중독자들의 겪는 현상과 비만인들에게는 같은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비만인이 음식을 먹은 후 느끼는 쾌감은 정상인보다 낮다. 다만 음식을 먹기 전 기대감이 월등히 높다. 먹어봐야 행복도 덜한데 기대감만으로 먹는 셈이다. 먹은 후에 또다시 불쾌함, 자책감이 몰아친다. 그런 음식들은 주로 자연에서 얻어진 것들이 아니라 가공식품, 향미가 가득하고 달고 짠 자극적인 음식이다.


음식 본연의 맛은 향미가 가득하다. 그러나 그 맛을 흉내내기 위해 기업은 향을 만들어냈다. 그 향은 매우 단순하고 일차원적이라 자연에서 얻어낸 음식물 전체를 섭취하는 것과 다른 효과를 나타낸다. 식물에 들어있는 이차화합물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영역이 무궁무진하다. 이 전체가 몸 속에서 어떤 효과를 주는지 알지 못한 채 특정 향을 도출해 향미를 도출했다. 그런 향미는 중독되고, 심지어 본연의 향과 매우 흡사하다. 우리가 바닐라가 아닌 바닐라향이 가득한 음식을 바닐라로 착각하면서 먹는 것처럼. 이러한 자극을 초정상 자극이라고 한다. 인간은 초정상 자극을 구분할 수 없고, 오히려 중독된다.


초정상 자극을 주기 위한 향미는 값이 싸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딸기맛 음식을 먹으면서 실제로 딸기향을 맡고 있는 것이다. 음식 본연의 맛이 사라져서 초콜릿에 초콜릿향이 첨가되고, 과일주스에 과일향이 들어간다. 치킨은 정크푸드가 되었다. 닭고기는 염지 처리를 한 후 밀가루를 덧입혀 튀기고 거기에 치즈, 양념, 꿀 맛이 나는 또 다른 시즈닝을 뒤덮는다. 우리는 닭을 먹기 위해 치킨을 먹는 게 아니다.


좋은 식재료는 양념을 과하게 하지 않아도 그대로 향이 가득하고 맛이 좋다. 이런 맛은 중독되지 않는다. 식물에는 독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많이 먹을 수 없도록 하는 독성이 중독을 끊어낸다. 하지만 이런 식재료는 무작정 시골에서 생산된 농산물에서 쉽게 찾아질 수 없다. 토종씨앗이 사라져 가고, GMO 등으로 인한 유전자 조작은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하면서 영양을 떨어뜨렸다. 할아버지 세대의 오렌지 하나에 들어있는 비타민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현재 8개를 먹어야 한다고도 말하고 있다.


그나마 자연에 있는 것들도 영양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더 강한 초정상 자극을 원하며 음식 본연의 맛을 구분하지 못하고 몸에 해로운 음식에 중독되고 있다는 사실이 심각한 수준이다. 서양 음식이 들어오지 않은 원주민 부족에게서는 암 환자가 거의 없었다. 



나를 돌아보며

건강을 생각해서 멀리하는 음식들이 있다. 탄산은 끊은 지 10년은 돼가고, 고기와 유제품도 최근 건강과 동물권에 대한 생각에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다행히 친구가 별로 없고, 가족이나 친구들이 고기를 유난히 밝히지 않은 사람들이라 나름대로 잘 실천하고 있다. 그러다 더 엄격하게 하려면 밥상에 고깃덩어리가 없는 수준이 아니라 식재료 뒷면 첨가물까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맛의 배신은 고기 문제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만연해 이는 가공식품과, 향미로 범벅되어 있는 우리 식탁 전체를 우려하고 있다. 좋아서 먹지만 실제로 좋아지지도 않은 것들이 너무 많다. 생각을 하지 않으면 언제든 해로운 것들이 우리를 덮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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