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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Mar 21. 2021

3월 1주 차 , 알아가는 새벽

비슷한 날들의 일기


3 2, 꼭 6시일 필요 없다

몇 달 전부터 6시에 일어나기로 나와 약속했다. 그런데 이 루틴이 엄격하게 지켜지는 건 아니었다. 초반에는 반드시 6시를 지키다 못해 5:50에 알람을 맞춰두기도 했다. 며칠은 지키는가 했더니 점점 지쳐갔다.  6시를 조금만 넘기거나, 알람을 못 듣고 늦게 일어날 때면  아침부터 나를 자책했다. 그래 봤자 7시도 안 되는 시간인데도 스스로를 힘들게 하느라 아침마다 괴로워한 거다.


일어나기 싫을 때면 명상으로 자주 도피했다. 오늘도 6시 반에 눈을 뜨고 명상을 시작했다. 안젤라 그룸 신부님의 아침 명상을 듣는데 '목표를 지킬 수 있을 만큼 세우라'는 말이 오늘따라 선명하게 다가왔다. 중요한 건 6시가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전까지 스트레칭을 하고 커피를 내리는 것이 목표였다. 할 일이 있기에 6시에 일어나기로 한 건데, 6시라는 숫자만 나에게 커져있었다. 할 일은 그대로 두고 이제 6시를 느슨하게 놓아주려고 한다. 주말이나 재택근무할 때에는 6시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나에게 말했다.


3월 3일, 내가 금수저라면 안 그럴 것 같은데


보일러가 고장 나서 몸을 웅크리고 잤더니 몸이 찌뿌둥하다. 방문접수를 했지만 도저히 시간이 안 맞아 이번 주 토요일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예전엔 6시 이후에도 수리기사가 왔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 이후로는 퇴근하고 주말에 방문 요청할 경우 추가 수당이 붙는다고도 했다.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이 점점 나아지는 것 같다. 그래도 간혹 방문접수는 당연히 무료인 줄 아는 사람이 있는지 비용 안내를 꼼꼼히 한다. 어차피 내가 못 고치는 보일러는 반드시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영역이다. 기사님이 오시면 정말 5분 만에 뚝딱인 경우도 많은데 그런 경우를 보고 친구가 날강도 아니냐고 했던  적이 있었다. 네가 5분 만에 못 고치는걸 기술자가 5분 만에 고치는 게 왜 강도짓인지 의아했다. 간혹 남의 노동은 어려워 보이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폄하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 친구가 빌딩을 몇 채 가지고 있는 금수저라서 저런 말이 더 아니꼽게 들린다. 나라면 두배로 주겠다 이 자식아.


3월 4일, 느긋해진 거 맞나


일어나기 싫었다. 어젯밤에 머리를 감아서 10분은 더 잘 수 있었다. 그래도 일어나서 스트레칭은 30분 하고, 커피도 내렸다. 점점 할 일에 속도가 붙자 느긋하게 준비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지 더 잘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러지 않았는데, 요즘은 억지로 힘을 내고 있다.



3월 5일, 시발 비용 방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출근을 했건 말건 아침은 오고 시간은 흐른다. 더 나은 내일을 잠깐 꿈꾸고, 늘 같은 시간에 머무는 것 같은 지겨움에 숨이 막힌다. 오늘까지 해서 평일 아침이 꽤 지겨웠다. 가끔 이런 감정이 없어졌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굳이 따지자면 요즘은 기분 좋은 날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홧김에 머리색을 바꾸고 네일을 받을까 했지만 순식간에 20만 원이 빠져나간 후에 또 기분이 구릴 것 같다. 이런 시발 비용으로 내 투자금을 날릴 순 없지. 미용실 예약 취소만 네 번을 했다. 늦은 밤 결심한 소비는 늘 후회하는 편이다. 원장님 착하신데 죄송할 뿐이다. 다음에 회원권을 끊어야겠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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