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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Dec 17. 2021

있는 식물이나 잘 키우기


칙칙한 베란다 한켠에 화분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회사에 있던 식물이었다. 그래서 늘 보던 익숙한 얘들이다. 여기에 있는 대다수의 화분이 20년이 넘은 거였다. 그 화분을 어쩌다 내가 맡으면서 더 책임감이 생겼다. 스파티필름은 생명력이 얼마나 강한지 사무실에서도 뿌리 나누기를 세번이나 해줬다. 그러고도 너무 풍성해져서 집에 세 뿌리를 가져왔다. 회사보다 공간이 좁아서 그런지 무성해지진 않았는데 잘 살아있다.


내가 만든 도자기 화분에 옮겨 심어봄

산세베리아도 가져가라길래, 그 중에 무늬종만 골라왔다. 어떤 화분에 심어도 촌스러울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올곶게 서있는 자태가 기특하다. 자주보고 오래봐온 것들이 촌스럽다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 계속 보고있으니 나름 익숙해졌고, 우리집과 잘어울린다.


셀렘은 너무 많이 자라서 회의실의 좌석을 방해하는 지경이 됐다. 저 화분을 없애자는 말이 많아지자 나는 집으로 가져올 수도 없어서, 몇 줄기를 잘라내 물꽂이 해주었더니 한달이 지나자 뿌리가 무성하게 자란 걸 보고 정말 신기해했다. 저러다가 한 달도 안되 죽겠다고 생각했고. 기르는 사람이 이런 마음이면 더 죽을 것이라고 확신했는데 내 마음을 이겼다. 그리고 그 마음을 이겨줘서 너무 좋았다. 집에와서 물꽂이 했던 걸 화분으로 옮겨 심었는데, 발산하는 자태가 좁은 우리집과는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았다. 갖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주려고했는데 마침 관심있는 분이 계셔서 그 집에 선물했다.  

분양 완료


가을 겨울에도 화분이 잘 자라는건 사무실에서 항상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기 때문일거다. 그리고 큰 유리창에 햇빛도 잘 들어온다. 한동안 집에 가져갈 욕구도 사라졌고 있는 그대로 잘 자라고 있었다. 최근에 대부분의 팀 인원이 변경됐었고, 오랜만에 회식을 했다. 여기엔 식물이 너무 많다며, 이제 몇몇 개는 죽여도 되지 않겠냐는 말이 나왔다. 물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일부러 왜 죽이지? 공기정화에 푸릇푸릇한 생명이 좋지도 않나. 얼른 주위에 수소문 해야겠고 그것도 아니면 당근에 팔아야겠다.


20년 훌쩍 넘은 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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