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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Jan 13. 2022

나태한 독서모임

독서모임에 책, 일정, 리더, 목표가 꼭 필요할까?


책 하나로 똘똘 뭉치는 모임 같은 건 없다. 사람 자체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생겨야 이야기도 들린다. 그래서 여러 독서모임을 헤매다가 결국 내가 즐겁게 이야기하고, 만나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강제성을 띄면 얼마든지 무거워질 수 있어서 한 명이라도 원하지 않으면 첫 발도 못 디뎠을 것이다. 그래서 누구 하나라도 부담가지면 안되기에 가볍고도 가볍게 시작해보기로 했다.


독서모임의 정해진 일정은 없다. 그래서 '비정기 독서모임'이라고 정했다. 출퇴근 시간이 모두 달라서 정기적으로 정할 수도 없었다. 이런 일정이 그 달의 이벤트 같이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자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정했다. 읽어야 할 책도 없도 없다. 지금 읽고 있는 책에 대해 말하면 된다.


어느 날은 아무도 책을 가지고 오지 않기도 했다. 다른 모임 같았으면 준비하지 않았으면 취소하거나 슬쩍 빠지고 마는데, 여기는 준비 안 했다는 예고도 없이 일단 와서 상황을 파악한다. 들으려고 온 사람이 세명이 되면 우리는 또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독서모임에서 잡담하면 희한하게 의미가 찾아진다. 깨달음이든 친밀감이든 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만나고 싶다. 만나고 싶게 하는 무언가가 '의미'다. 분명히 셋밖에 아닌데, 여기서 나누는 대화만으로 세상이 넓다고 느껴진다.


모임의 리더가 없는 게 오히려 자유롭다. 반대로 모두가 이 모임에 적극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너는 왜 소극적이야?라고 탓할 필요 없다. 누가 책임을 맡게 된다면 이미 모임은 해치워야 할, 지겨운 일이 됐을 것이다. 


이 사람들과 말하면 어떠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이상해지지 않았다.


김영하 작가가 알쓸신잡에서 '인간은 말하기 위해서 태어났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나는 이곳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할 때 살아있는 생생함을 온몸으로 느낀다. 죽음, 몸, 돈, 강박 등 꽤나 진지한 것들에 대해 피하지 않고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연결을 늘 꿈꿔왔다. 진지한 주제에 대해 가볍게 나눠볼 수 있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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