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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Feb 12. 2022

가방을 백팩으로 바꾼 후 변화

출퇴근 필수 아이템

가방을 한쪽 어깨에만 걸치고부터는 부쩍 어른이   같았다. 3 내내 메고 다녔던 큼직한 책가방에서 벗어났던 대학생 때 특히 그랬다.


나는 가방 하나를 가지고 며칠, 오랫동안 들고 다니지 않았다. 그날그날 옷에 따라 가방을 바꿨다. 그래서  파우치 안에  넣고, 파우치만 뺐다가 다시 넣고를 부지런히 반복했다.


오늘 착장에 작은 가방이 어울리고, 파우치를 넣을  없으면 보조가방을 하나  멨다. 보조가방의 디자인까지는 신경 쓰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주로 에코백이라고 불리는 흔하디 흔한 가방이었는데, 환경을 생각하는 에코백이 여러 개를 가지고 있는  모순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꽤나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은 주로 가죽 가방이 좋았다.


대학생 때는 돈이 없어서 인조가죽으로 만든 것들을 샀다. 저렴하다는 생각에 많이 샀지만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아  자주 버렸다. 물론 금방 끈이 닳아지기도 했다. 눈에 보이는 흠집들이 부끄러웠다. 지금은 그런 가방들을 보면 오히려 좋다. 오래 썼고,  흔적들이 남아서 오롯이  것이  기분이 들었다. 가방 끈을 교체하거나, 수선할 때면 부자가   같다. 소중히 다루는 물건들을 가지고 있는 거니까.


패션 유튜버나, 어디에 자랑할 만큼 많지는 않지만 이제 어떤 옷을 입어도 어울릴만한 가방이 있다.  10개쯤 되는  같은데 이사  이후로부터 문제가 생겼다. 편도 30분을 걸어서 출근하는데, 한쪽 어깨에 매는 가방이 거슬린다. 패션이고 나발이고 편했으면 좋겠다. 두세 달이 지나고 어깨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의식적으로 반대편으로 가방을 메기도 했었는데 소용없는 짓이었다. 양쪽 어깨가 망가지고 있는 것이다. 출퇴근으로 어깨가 망가지고 아침저녁으로 어깨 스트레칭하는 반복적인 일이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텀블러 넣는 공간


심지어 나는 가방에 립스틱 하나, 핸드폰 하나 이렇게 들고 다니지도 못한다. 집에서 내린 커피가 담긴 보온성 좋은 묵직한 텀블러,  점심을 하지 는 날에는 도시락(게다 유리), 손바닥보다  스케줄러,  한 권은 필수로 들어있고 간혹 우산도 넣어야 하고 노트북도 넣어야 했다. (미쳐)


그래서 하는  없이 백팩으로 바꿨다. 크기도 등을  덮을 만큼 널찍하다. 예전에는 가방에 이게 들어갈지 말지 욱여넣었어야 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 어떤 날엔 커피를 포기했으나 이제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고  담을  있다.


착장 따위 신경 덜 쓰게 되기도 했다. 백팩에 어울리게 입어보느라 꽤나 캐주얼해졌다. 그러나 보니 신발고 구두나 워커보다 운동화로 자연스럽게 바꿨다.


출퇴근 길에 어깨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가뿐하다. 팔도 자유로워서 훨훨 휘젓는 느낌이 웃기기도 하다. 아마 걸음걸이도 달라졌을 것이다. 이렇게 자유로운 움직임이 좋았다면 진작 바꿀  그랬다.


아쉬운 구두나 치마 같은 옷들은 쉬는 날 걷지 않을 때 입어야겠다. 친구 K는 평일에는 근무복을 입어야 해서 주말에는 무조건 몸이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곤 했다. 불편하지 않냐고 물었는데 '이 날 아니면 입을 일이 없다'며 별다른 약속 아닌 날에도 좋아하는 불편하지만 예쁜 옷을 매번 입었다. 나도 그런 날이 기다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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