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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Mar 22. 2022

3년 전에 친구들에게 일의 의미를 물었다

친구들 숏 인터뷰, 현재 상황

일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3년 전에 친구 몇몇에게 일의 의미를 물었다. 퇴사하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들썩할 시점이었고, 다들 어떻게 회사에 다니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 글이 당시에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랑 비슷한 생각이어도 당장에 퇴사할 생각이 없는 친구들이 대다수였다. 메모장 어딘가에 붙여넣기한 후 볼 일이 없었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에서야 그때의 기록이 궁금했다. 아직도 끈끈하게 연락하는 사이이기에 그때의 친구들이 상황이 지금과 얼마나 다른 지도 비교해볼 수 있었다. 그때 솔직하게 말해준 친구들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한다.

보통은 회사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돈 때문에 일하고 있었다. 다 같아 보여도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을 결혼을, 어떤 사람은 출산 준비를 하고 있다. 상황이 바뀌면 일에 대한 자세도 바뀌기도 한다. 심지어 감사해하기도 한다. 의미가 없다가도 생기고, 있다가도 사라졌다. 그러니까 조금은 의미 자체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



 "돈이 다야, 돈 많이 줬으면 남는 시간에 꿈을 찾을 걸?"


친구 A

비혼 주의자. 사회복지사 6년 차, 카페, 사진관 아르바이트하며 쉬는 날 없음.

2O대에 쓰리잡하며 서른 살에 현금 1억 그리고 역세권 아파트 매매.


"일이 재미있는 부분도 분명 있어, 재밌게 일했던 순간도 있고, 근데 진짜 그건 한순간이고, 나를 그렇게 일 못하게 해! 그래서 내가 생각을 바꾸기로 한 거지. 일에서 재미를 찾지 말자, 일은 돈 버는 거고 취미에서 재미를 찾아. 그러니까 자연스레 돈 주는 일을 할 거면 돈 많이 주는 일을 하자가 된 거야. 돈이 다야. 돈 많이 줬으면 남아있고 남는 시간에 꿈을 찾을 걸? 돈 많은 사람은 공감 못하겠지만, 일단 돈이 좀 있어야 뭔가를 할 수 있지. 당장 퇴사하려고 해도 돈 없어서 다님"


내가 돈에 관심 없을 때부터 돈에 관심 많았던 내 친구는 비슷한 월급에도 훨씬 많은 자산을 보유했다. 이제 그 상승 속도는 내가 따라잡기에 아주 멀기만 하다. 여전히 일하면서 불평불만 투성이 이지만 회사의 월급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부동산 투자로 자수성가한 내 주변 인물 중에 인물이 됐다.



 일이 재밌으면 돈 주면서 일해야지


친구 B

결혼함. 아이 없음. 나보다 1년 먼저 퇴사한 회사 선배.

누구에게나 촉망받는 회사형 인재.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 완벽주의자.

한 달 후 같은 회사로 재취업, 현재까지 잘 다니고 있음.


"제가 하고 싶을 일을 찾아서 나왔다가 어물쩍 다시 회사 들어갔는데, 1년 지나니까 또 매너리즘에 빠지더라고요. 무한반복이에요. 제가 결혼을 해서 남편이 돈을 버니까 여유가 있어서 나온 것도 있어요. 인생에서 결혼과 일이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둘 중 하나만 잘해도 성공한 인생이에요. 저는 너무너무 질질 끌었어요. 일이 재밌으면 돈 주면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일을 해주니까 돈을 받는 거죠. 일은 재미보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일을 잘해서 일을 좋아하는 줄 알았던 사람. 저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이 팀이 굴러갈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회사는 인재가 없어도 굴러가졌다. 회사가 성장하는 것과 사람이 성장하는 건 다른 문제. 인생을 일과 결혼 두 가지 영역에서 일단 결혼에 만족해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인지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일하는 의미 없어

6년 차 대학병원 간호사, 현재 9년 차 그 대학병원 간호사


친구 C

"초반엔 힘들고 맨날 혼나서 그만두고 싶었어. 솔직히 나는 월급밖에 의미가 없지.

일하는 의미 없어. 전혀. 맨날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해."


첫 직장을 현재까지 다니고 있는 인물 중에 거의 유일한 친구. 만나면 일 이야기 전혀 안 할 만큼 일에 의미가 없어 보였음. 그러니까 이렇게 오래 다니나 싶음. 의미를 두지 말아야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아이러니를 알았다. 그냥 해!!!



 그 돈으로 생활할 수 있어서 감사해


친구 D

졸업 후 프랜차이즈 카페 개업 6년 차 카페 사장. 커피 안 좋아함. 결혼했고 아이 없음.

현재 카페는 매매함. 메이크업 관련 매장 오픈 준비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커피숍을 운영하는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찾아가면서 하는 일은 아닌 것 같아. 내가 재미있고 앞으로 이런 식으로 더 발전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 돈을 벌고 사고 싶은 것을 사는 수단 정도? 그런데 굳이 찾자면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운영하고 돈도 벌고 그 돈으로 생활할 수 있어서 감사하지"


카페 일로 손에 습진 가득히 아파했던 게 떠오른다. 카페를 관두고 몇 달이 지나서 손은 말끔해졌다. 커피에 관심 없어도 사업적으로 번창할 수 있었고, 그만두는 결정을 내리기까지도 이 친구는 항상 밝고 긍정적이었다. 화장을 유난히 잘했었는데 결국 좋아하는 일을 더 배워보고 직업으로 연결시키고 있는 지금은 더 행복해 보인다.



어떤 창작물을 만들어내도 내 공이 아닌 거 극혐이야


친구 E

캘리그래피 작가 얼마 전 퇴사. 종종 클래스 오픈.

현재 9만 유튜버, 5만 인스타 팔로워, 출간 작가, 오프라인 문구점 운영


"열심히 해도 회사 꺼 자나. 극혐이야. 어떤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내 공이 아닌 거. 회사에서는 열심히 할 의욕이 떨어져. 지금 나 봐. 내 하는 건 다 내 몫이잖아. 너무 즐거운 거지. 근데 회사에 고마운 건 뭐냐면 제가 이 기반 마련할 동안 제게 월급을 준거. 기반 마련하고 미련 없이 안녕."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꾸준히 했을 때 성장하는 걸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책을 내고 싶다고 했고, 문구점을 오픈할 거라고 말했는데 그렇게 추진하고 또 이뤄내고 결과도 좋아서 더 신기하다. 라이브에 1, 2명이 들어왔을 때조차 자신의 손글씨 공부를 매일 생중계했던 꾸준함이 그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꾸준함의 교과서 같은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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