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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Jun 21. 2022

시골에 살면 무섭지 않아?

도시인들에게 100번 들은 질문

마을의 익숙한 풍경

시골을 떠나온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시골에서 자라서인지 나의 근본은 촌사람이다.

촌스러운 건강한 밥상이 좋고, 반짝이는 도시국가로의 여행보다 자연이 가득한 나라들로의 여행이 좋다. 지금 이 도시에서도 최대한 시골 같은 느낌으로 살고 있다. 차분하고 아늑하게. 그래서 지금 당장 시골로 내려가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을 영위할 것 같다.


시골에 대한 어릴  향수가 깊고 자랑을 많이 해서인지 여러 질문을 받아왔다.  질문 기저에 극단적으로 이분법적인 시골-도시의 생활이 자리 잡혀있는  같다. 인구의 90%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어서, 깊게 상상하기 어려울  같긴 하다. 사실 서울과 소도시의 간격도 엄청 크기에 시골 출신인 나는 겨우 여기에 살면서 시골과 되게 비교한다고 어이없는 마음도 들었다. 그때는 시골이 좋기도 했지만 은근한 자격지심도 있던  같다. 이제는  질문에 순수하고 솔직하게 답변할  있을  같다. 둘다 아도 시골이  멋지다는  뼛속까지 알기 때문이다.


시골에 살면 무섭지 않을까.


100번은 더 들어온 지긋지긋한 질문이다. 단순한 궁금증이 었을 수 있지만 그 안에 은근한 공격이 있다고 느껴지던 시절도 있었다. 구체적으로 무엇으로부터의 무서움이냐고 물었다. 주로 칠흑 같은 어두움 속에서 지내는 것. 밤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시골이 도시처럼 오랜 시간 밝은 빛에 휩싸여 있는 건 아니다. 인구도 적고 오가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가로등 불빛이 있는 곳만 밝긴 하다. 그러나 그 밤에 우리는 주로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집 안에서는 집 밖의 공간이 온통 어두움일지라도 무서움을 느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멀리 떨어진 이웃들도 모두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에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잘 지내고 있기 때문에 어두운 공간은 넓지만 함께 지낸다고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아마 도시인들이 시골에서 와서 이웃과 친하지도 않고 외딴집에 혼자 있다면 무서울 것 같다. 그건 내가 도시로 와서도 마찬가지였고, 다른 시골로 가도 똑같이 느껴질 두려움이다. 시골이라서 무서운 게 아니라 아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외롭고 그 외로움이 두려움과 공포로 다가온다.

이런 자연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는 일


시골에 살면 심심하지 않을까.


이 질문은 무섭지 않냐는 질문과 이어진다. 평소에 사람을 자주 만나면서 지내는 사람이라면 친구들을 다 도시에 두고 홀로 내려오면 심심하다. 그건 시골이라서가 아니라 타지여서 그렇다. 친구를 사귀기만 한다면 시골은 천국이 된다. 대부분이 주택에 살기 때문에 뛰어놀아도 되고 비교적 시끄러워도 괜찮다. 조금 많이 한 요리는 바로바로 옆집에 가져다줄 수 있고. 못생긴 농산물은 수확철에 맞춰 서로 나누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시골이라서 매일 필라테스를 가지 못하고, 도서관이 멀고, 영화관이 없을 수도 있다. 괜찮은 술집도 없고 카페도 한참을 가야 할 수 있다. 모든 생활방식이 바뀌더라도 익숙해지면 자신만의 삶을 찾아나갈 수 있다. 심심하게 사는 건 시골이라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조각조각 선택한 삶이다.


언젠가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


요즘은 시골 출신에 대한 은근한 비하보다는 '언젠가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같은 말이 더 자주 들린다. 그러나 장밋빛 미래도 조심해야 한다. 아까 말했듯이 결국 도시건 시골이건 사람과의 관계에 따른다. 시골의 인심, 정을 나눌만한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어야 가능한 일이다. 시골에 갔다고 모두가 후한 인심으로 사는 건 아니고 도시에 산다고 해서 모두가 인색한 건 아니듯이. 그러나 나도 도시가 인색하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데 예를 들어 목욕탕에서 등을 밀어주기를 거절당하거나, 길가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도와주려 할 때 오히려 위협을 당한 일을 겪은 후로 모르는 사람들에게 상냥하게 굴 수가 없어졌다.


내 기준에는 시골은 사람이 없고, 도시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그곳에서 내가 무엇을 누구와 어떻게 지낼지는 각자 잘 고민해봐야 한다. 마냥 심심하고 마냥 무서운 건 대부분 망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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