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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Mar 01. 2023

차선을 선택하는 버릇

버리면 인생이 달라지는 습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품는 것부터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한동안 갖고 싶어도, 먹고 싶어도, 해보고 싶어도 하지 않는 쪽으로 선택하는 일이 많았다. 늘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다.


경제적이라는 이유, 이 소리 저 소리 다 가져다 쓰면서 나만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차선을 원한 적 없는데 1순위는 못 가진다고 어정쩡한 합리화만 늘어가는 것이다. 나는 자제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걸 가질 배짱과 불편함을 이기는 노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심지어 별로 안 좋아했어, 안 가지고 싶었어로 자기기만까지 하게 된다.


시대의 분위기는 너무 빨리 변해서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플렉스'가 주류인 문화였다. 월급을 모아서 집을 사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 청년 빈곤은 내 세대에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였고, 청년인 나는 20대를 대체로 우울하게 지냈다.


 '이생망'인 거 오늘을 즐기자는 친구들도 실제로 많았다. 월세로 단칸방에 살면서 고급 외제차를 몰거나, 1년 벌어서 1년 여행 다니는 친구, 할부로 명품을 사는 월급쟁이 친구도 있었다. 그들이 한심해 보였다. 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순순히 실현시키는 용기를 가진 건 분명하다.  


이제는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검소한 이야기가 많다. 적금 이율이 좋으니 저축하는 사람이 똑똑해졌고, 골프에서 테니스로 돌아선다던 사람들도 많아졌고, 코로나로 인한 일회용품 소비로 인해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키워드가 주목받는 시대가 왔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뿐일 것이다. 다시 여행하고, 블랙프라이데이가 오고, 경기가 회복되면 보이는 주류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살다 보면 어떤 가치가 추앙받고, 반대편은 비굴하게 느껴지는 데 이런 일이 유행처럼 반복되고 있다. OO세대라며 항상 최신버전처럼 사는 것 같은데 사실은 알고리즘에 의해, 내가 속한 이 시대와 지역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한정된 세계에 놀다 가는 것뿐이다. 그러니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원해야 한다. 시대에 따라가지도 말고, 도덕적 잣대도 없다. 능력 있어 보이는 것, 돈이 많아야 할 수 있는 일 등 제한을 두지도 말자고 다짐했다.


1년 정도가 지났다. 나는 눈을 낮추지 않은 덕에 멋진 사람을 만났고, 운동을 꾸준해서 몸에 대한 부끄러움도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고장 나면 바꿀 때까지 쓰겠다던 폰도 그냥 바꿀 거다. 책은 훨씬 덜 읽게 되었는데 삶이 바쁘고 이 상태가 마음에 든다. 책 속이 아니라 현재에 사는 기분이다.


그 밖의 계획한 일들도 적당히 하고 싶지 않다. 시작은 쉽게, 적당히 할 수 있어도 목표는 내 딴에 거창한 게 맞다. 내가 은근히 차선을 선택하지 않게 늘 감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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