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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May 17. 2020

마감 예찬

To. 온라인 글쓰기 모임 가입을 앞두고 머뭇거리는 사람들

'마감의 기쁨과 슬픔' 이라는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0주간 이탈자 없는 모임은 무엇이 다른지, 왜 이 온라인 모임이 나에게 적합했는지 인터뷰했습니다. 온라인 글쓰기 모임을 고민하고 있다면 제가 했던 고민과 생각을 나눠보고 싶습니다. 또 제가 오래 기억하려고 적었습니다.

*인터뷰어=인터뷰이



Q1. 평소 모임을 자주 하는지

어떤 모임을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한 적이 없다. 그 흔한 스터디도 싫어했는데 그 이유는 모르는 사람들과 벌금 때문에 묶여있다는 압박이 스트레스였다. 혼자서도 뭐든지 잘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교적인 성격은 아니다. 회사생활을 한 이후로는 '사회 부적응자'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럼에도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었는데, 그 적당한 선이 늘 어려웠다. 


꾸준히 하고 있는 모임이 있다면 종교활동과 수영강습이다. (요즘은 코로나로 이 두가지 모두 어렵다) 둘 다 사람과의 연결이 아니라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일이다. 온라인이 더 나에게 집중하기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대면하지 않으니 서로를 신경 쓸 필요 없다. 오로지 우리의 목표 '마감을 통한 600자 글쓰기'에 최적화된 방식을 만들어 나가면 된다. 


Q2. 벌금이 스트레스라고 했는데, 마기슬에도 벌금이 있다.

마기슬에도 벌금이 있지만 벌금보다 마감이 주는 느낌이 더 강하다.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쓴다기 보다 마감을 지켰다는 성취감이 강하다. 그렇게 '600자의 글'이라는 결과물이 눈 앞에 보이고, 그 결과물을 가지고 서로 피드백해주는 일이 꽤 흥미진진하다. 일주일간 다른 멤버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이는 다시 글을 쓰기 위한 원동력이 된다. 벌금은 거들 뿐. 결국은 내가 좋으라고 쓰는 글이다.


Q3. 이전에 오프라인 글쓰기 모임 한 경험이 있다면

두 달간 평일에 한번 5명 정도 모여서 모임을 한 적이 있다. 도중에 회사 일과 겹쳐서 하차했는데, 생각해보면 그때쯤 그만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혼자 글을 쓰면 되는 일에 모임 장소까지 가는 시간, 교통비, 커피값의 비용이 크게 느껴졌다. 


얼굴을 맞대며 피드백하는 일도 편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1)첫 모임에 자기소개를 하는데 이름과 나이 하는 일이 공개되었다. 그 이후로 멤버 중 한 명인 목사님에게 비판적인 피드백을 하기 어려웠다. 2)글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해야하는 것도 할말이 없을 때에 곤혹스러웠다. 3)누가 봐도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분이 한번 피드백을 하면 다음 사람도 영향을 받아 비슷한 말이 이어지곤 했다. 비슷한 말을 들으려면 굳이 여러 사람과 오랜 시간을 같이 있어야 하나 의문이 들었다. 


Q2. 글에 대한 피드백은 어떤가

오프라인의 장점 '익명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모른다. 이름도 나이도 하는 일도 전혀 공유하지 않고 서로를 닉네임으로 부른다. 그렇기 때문에 부담 없이 피드백을 남길 수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 더 솔직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1기를 마치고 시작된 2기에서는 전보다 애틋하고 안정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과 잠깐 나누었는데 마음이 너무 잘 맞아 다음 여행지에도 동행한 기분이랄까.


우리는 글에 대한 마감도 정했지만 피드백에 대한 마감도 정했다. 피드백의 중요성을 서로 공감했고 피드백 양도 어마어마해 놀랄때도 많았다. 


Q3. 글쓰기 모임의 룰을 지키기 부담스럽지 않나

처음부터 룰이 정해진 채로 시작되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 글을 정기적으로 써야겠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합류하였고 그 이후에 마감일, 벌금, 벌금의 배분 방식 등을 카톡방에서 조율했다. 부담 없이 의견을 게재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꽤 중요한 룰은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 


대화를 주도하는 모임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어떤 의견과 개선점을 늘 방장이 주도하지는 않는다. 누구나 모임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은 스스럼없이 이야기했다. 가령 피드백 방식을 주고 카페, 밴드, 개인 계정의 댓글 등 많은 의견이 나왔는데 구글시트로 결정되었다. 벌금도 처음에 5000원이었으나 큰 금액에 거부감이 들었다. 3000원으로 내리자고 했고 그 의견이 수용되었다. 모임의 룰이 마음에 안 든다면 고쳐나가면 된다.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으면 방법도 분명히 있다.


Q4. 글쓰기 모임을 통해 무엇을 얻었나

첫번째, 글을 읽어주는 동료들이다. 나처럼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어 안도감이 든다. 사실 회사와 집을 제외하고 점점 자발적으로 외로워지고 있는데, 그 빈자리를 어느정도 메꿔준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에 승인된 이후로는 읽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글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다.


다음으로, 내가 쓴 글 20여 편이 남았다. 600자가 넘는 20여 편의 글. 이 글이 약 8명의 멤버들의 피드백을 받았고 다시 수정을 거쳐 언젠가 책으로 남기고 싶다. 사실 나만 보려고 쓴다면 일기장에 쓰면 그만인데 누가 읽어주길 바라는 글을 멤버로만 국한시키고 싶지 않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맞는 모임 방식을 알았다. 평소 성실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데 성실만 하고 특출 난 게 없어서 걱정했다. 하지만 이제 성실을 무기로 삼으려고 한다. 마감을 정해두며 일하는 방식으로. 글쓰기 모임 말고도 삶에서 해야 하는 일에 마감을 정해놓기 시작했다. 


확실히 생산성이 늘었다. 마기슬을 하면서 논문을 썼고, 브런치 작가에 승인됐으며, 매달 2편 이상의 기사를 보낼 곳이 생겼다. 글쓰기로 돈을 번다는 일이 꿈만 같다. 오히려 요즘은 마감 안에서 자유롭다. 진정한 자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위가 아니라 선택한 일을 해내는 능력이기 때문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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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슬 운영방식에 관한 상세한 글 <브런치 사과집: 지속가능한 글쓰기 모임을 위하여>

 https://brunch.co.kr/@applezib/312

마기슬 인스타그램 @weeklyma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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