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아울 Sep 23. 2020

장항준의 재발견, 씨네마운틴

줄넘기 11일 차

줄넘기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몸의 움직임을 느끼고, 오로지 내 감각에 집중하고 싶어서 음악을 듣지 않았다. 하루 이틀은 괜찮았는데 삼일이 지나자 걷기보다 지루했다. 한 시간 내내 몸의 움직임에 집중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자세가 흐트러지면 몸의 어딘가가 불편하고 그때 고치면 된다. 갑자기 몸이 틀어지지 않으니 무언가를 들으면서도 충분히 움직임을 수정해 갈 수 있다.


러닝머신 위에서 달릴 때에는 비밀의 숲을 보면서 한 시간을 훌쩍 넘겼는데, 줄넘기는 듣는 것 밖에 감각을 더할 수가 없다. 어떤 소리를 들어볼까?


1. 음악

유튜브에서 떼껄룩, essential이 골라준 음악을 듣는다. 근데 이게 내 취향이 아닌 음악이 나오면 다음 영상으로 돌리고 싶어서 집중이 분산된다. 내가 다운로드한 음악은 1시간 동안 듣기도 지겹다. 흠... 장점은 있다. 한곡 재생시간이 4분 정도로 내가 뛰는 템포와 맞으면 쿵짝쿵짝 재밌다. 근데 내 템포가 늘 일정하지 않으니 꼬일 때가 더 많다. 두 유투버는 음악을 정말 잘 골라주는데, 줄넘기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패스. '줄넘기할 때 듣는 음악'이라고 다시 골라주면 모를까.


2. 뉴스

라디오 뉴스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운동하면서 머리가 복잡해지긴 싫다. 출근해서 또 계속 보게 될 뉴스... 운동하면서도 일할 순 없지. 좋은 뉴스보다 안 좋은 소식이 더 많이 들리는 세상이라, 이 시간만큼은 피하고 싶다.


3. 팟캐스트

유일하게 구독한 송은이와 김숙의 비밀보장으로 줄넘기를 시작했다. 진짜 시끄럽고 정신없는데 그만큼 아침에 활력을 주고, 적당히 혼을 빼놓는다. 단점은 지금 몇 번째 줄을 넘기고 있는 건지 잊어버리기도 한다는 점. 하지만 크게 웃을 일 없는 하루 일과 중에서 아침을 운동하면서 실실 대는 게 감사하다.

사진만 봐도 재밌는 사람들


최근에는 송은이와 장항준 감독이 씨네마운틴이라는 팟캐스트를 새로 선보였다. 업데이트하자마자 비밀보장을 누르고 1위에 떡 하니 자리했다. 씨네마운틴은 영화 내용보다 영화를 둘러싼 감독, 배우, 당시 에피소드, 장항준 본인의 칭찬으로 가득 차 있다. 내용은 직접 보면 된다고 단호하게 건너뛴다. 장항준의 입담이 이 정도였나? 비밀보장보다 더 재밌어서 3일은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 오늘 아침에 들었던 3회분은 1시간 40분짜리인데,  이틀을 나눠서 들으려고 중간에 멈췄다. 장항준의 에피소드에만 치중하는 느낌인데, 소재가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비밀보장보다 더 오래 큰 인기를 누릴 것 같다.


매일 6시에 일어나 줄넘기와 핸드폰을 손에 쥐고 이어폰을 꼽으며 놀이터로 향한다. 장항준과 송은이의 시답잖은 농담이 기다려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애들은 줄넘기 어디서 배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