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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Sep 28. 2020

의지박약이라도 줄넘기

줄넘기 20일 차

줄넘기, 달리기, 걷기

혼자 하는 운동을 평온하면서 지루하다. 지루해서 평온할 수 있는 운동이다. 나는 매트 경기로 하는 운동도 좋아하지만 지금은 그럴만한 여건이 되지 않아서 주로 혼자 운동한다. 코시국에 안전하게 할 운동으로 줄넘기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다이어트하려고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살도 빠지고 기분도 좋고, 아침 운동하는 성취감도 꽤 크다.


운동하기 싫은 날이라도 일단 나가본다


혼자 하는 운동은 엄청난 의지가 필요할까?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의지가 강하고, 독하고, 엄청난 결심이 서고 목표가 뚜렷한 사람만이 혼자 하는 운동을 할 수 있고, 그런 사람은 매우 특별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긴 시간은 아니지만 20일 정도 꾸준히 해보니 매일이 엄청난 의지로 하는 건 아니다. 단지 습관일 뿐이다.


아침에 알람에 눈을 뜨면

화장실에 가서 양치하고, 눈꼽만 떼고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줄넘기를 챙겨서 밖으로 나온다

끝. 참 쉽다.


나오기만 하면 줄넘기를 거뜬히 해낸다. 줄넘기를 하는 나를 발견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서 줄넘기를 챙겨서 문을 열기만 하면된다. 그 사이 오만가지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 그때 드는 생각이 운동에 필요한 생각도 아니고 오히려 움직임에 방해가 될 뿐이다. 별 고민으 하지 않기위해 전날 입을 옷을 정해준다.


오늘은 10분 더 잘까?라고 10분 더 늦게 가면 그게 10분 더 자서 개운한 게 아니라 10분 더 빨리 목표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조급해져서 10분을 훌쩍 넘겨버린다. 그럼 도미노처럼 출근시간이 촉박해지고, 점심도 못 챙기고, 아침도 못먹고..%$%ㅇㅀㄴ아ㅓㅐㅚ나


예전에 김연아 선수가 밴쿠버 올림픽 당시 '제임스 본드 메들리'를 연기하는 장면을 다시 보면서 그때 "아무 생각 안 했던 것 같다, 그냥 프로그램을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밴쿠버 올림픽 출전 국가대표도 경기 때 아무 생각을 안 하는데 나는 줄넘기에 무슨 그리 많은 생각을 주입하려고 했을까. 그냥 일어나서 다음에 움직일 순서만 기억해야지.

▲오전 8시



▼오후 8시

이렇게 단순해지리라 마음먹고도 나는 오늘 아침에 줄넘기를 안 했다. 심지어 어제도 줄넘기를 아프다는 핑계로 안 해놓고선. 그래서 이제 아무 생각을 안 하고 퇴근하면 아침에 안 한 줄넘기를 반드시 해낼 것이다. 김연아처럼 그냥 퇴근하고 줄넘기할 생각을 계속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하루를 만들어야지.


▼오후 10시

퇴근하고 줄넘기를 하긴 했지만 물을 오후 내내 너무 많이 마셔서 화장실기 가고 싶어서 다시 집에 들어왔다는..안타까운 후기. 나 참 인간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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