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사진 전문 갤러리를 방문하기 위해 맨해튼을 가다.
벌써 뉴욕에 온 지 3일째이다.
마음이 조금 급해진다. 이번 여행의 반환점이다.
월요일에도 문을 여는 갤러리는 몇 개 아니 내가 가고 싶은 갤러리는 하나만 문을 연다.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와 빵 하나를 먹었다. 갤러리가 문을 열기까지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았다.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가는 비가 가끔 내리고 하늘은 낮은 구름이 깔려있다. 마천루는 구름 속에 들어가 있었다.
첫 방문 갤러리로 Fotografiska Museum에 가기로 결정했다. (281 park Ave S )
사진으로 보이는 건물이 웅장하다. 르네상스풍의 건물.
예술 사진으로 하다가 엔디 워홀의 추천으로 패션지 표지와 상업 사진을 찍게 된 사진가.
나의 성향과 취향과 너무 잘 맞았다. 색을 쓰는 것이라던지 사진의 구성과 표현 방식.
모든 사진들이 연출을 한 것이지만 그걸 준비하는 과정이라던지 생각을 사진이란 결과물로 만들어낸 것이 너무나도 부럽고 존경스러웠다.
정말 또 한 번 눈이 호강을 했다. 사진을 보는 내내 질투와 존경 그리고 부러움이 공존했다.
그리고 이런 공간에서 전시를 한다는 것도 너무나 부러웠던.
건물 정면은 찍지 못했다. 게으른 포토다. 열심히 숙소에서 이곳까지 걸어갔다.
맨해튼에서 걸어 다니는 건 아주 즐거웠다.
여러 작품 중 나의 눈을 제일 사로잡았던 사진. 잡지 보그에 실렸단 사진이다.
가수 Elton John
잘 보면 송유관이 헤어롤이다.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물건들로 이렇게 정유 공장 세트를 만들고 사진으로 담았다.
마음속에서 뭔가 꿈틀거린다. 데이비드 라샤펠 사진을 보고 나니.
내가 원했던 것들을 보기 시작했다. 시골에 처박혀 살면서 변화도 없고 늘 똑같은 생활을 하다가 새로운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주소지대로 찾아갔다. 갤러리가 안 보이고 아파트만 있다. 순간 당황했다.
주소지에 있는 문은 잠겨있었다. 검색을 해서 갤러리로 전화를 하니 내가 있는 곳 6층이라 한다.
원래 예약된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는데 나는 멀리서 왔으니 문을 열어주겠다 한다.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에 초등학교 5-6학년처럼 보이는 꼬마 여자애가 나타났다. 나에게 갤러리에 왔냐 하더니 자기를 따라오라 한다. 자기는 Robert Mann의 딸이라고 소개를 한다.
여간 야무지고 똘똘해 보인다. 그 꼬마 여자애를 따라서 아주 비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갤러리 입구. 평범한 아파트였다.
갤러리 안에 들어가니 Julie Blackmon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자신의 아이들과 여동생의 아이들을 모델로 해서 자신이 생각하는 어릴 적 기억과 육아의 어려움을 사진으로 표현했다.
보는 내내 처음에는 아이들을 이렇게 연출해서 찍는 것이 불편했지만 배경 지식을 가지고 보기 시작하니 너무나도 좋은. 슬쩍 가격표를 보았다. 헉!
큐레이터에게 혹시 전시된 작품보다 작은 사이즈는 없냐고 물어보니 전시된 사진이 제일 작은 사이즈라 한다.
이런!
시각적 충격과 이사진을 찍기 위해 고민하고 작업을 했던 작가를 생각하니 너무나도 좋았던 사진들.
여담으로 점심을 먹으러 차이나 타운으로 갔었다. 예전에 이서진이 나영석 피디와 함께 갔던 중국 식당으로.
흠... 개인적으로는 비추였다. ㅎㅎㅎ
로버트 만 갤러리를 나와서 센트럴 파크를 따라서 걸어 내려왔다. 5번가를 북에서 남으로.
거리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이상한 건 이번 뉴욕행에서 제일 많이 들리는 언어는 영어도 , 스페니쉬도 아닌 프랑스어였다.
위에 방문했던 Fotografiska Museum에서도 어떤 꼬맹이가 나를 보고 생글생글 웃는다. 가만 들어보니 부모가 불어를 한다. 아기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부모는 자기네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왔고 관광을 하고 있다 했다. 오래간만에 나도 불어로 이야기를 했다. 꼬맹이는 여전히 나를 보고 생글생글 웃는다. 귀여운 녀석.
이렇게 셋쨰날을 보냈다. 하루 종일 흐리고 가끔 비가 내리는 맨해튼.
이런 날씨가 오히려 나는 더 좋았다. 생각보다 더워서 입고 나간 점퍼를 질끈 허리에 묶고 다닌.
하루 종일 걷고 또 걸었던.
내일은 본격적으로 갤러리를 돌아다니는 날이다. 내 다리가 버텨주길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