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병원 상담을 다녀왔다.

종결 그리고 새로운 시작?

by Kimplay

새로운 만남을 위해서는 치료가 우선이었다.

나는 반년 간 최대치로 겪어야 했던 기쁨과 상실을 모두 잊고

치료에 전념하기로 했다.


그렇게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왔다.

결핵약으로 인한 피부 부작용은 잠시 약을 끊고

피부과 약을 복용했더니 한시름 놓게 되었다.

그 과정도, 부작용의 증상 수준도 참 극단적이었지만

어찌어찌 흘려보내고 마침내 가을을 맞이했다.

가을 문을 여는 9월은 결핵약 복용 6개월이 되는 달이었다.

검사 결과를 보고 종결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달이었다.

내게 이토록 특별한 9월이 있었던가.

흉부 엑스레이를 찍고 올라와 진료실 앞에서 대기하는데 심장이 벌벌 떨린다.

남편의 손을 꼭 잡았다.


진료실 안에서, 나는 침이 마르도록 긴장했고

남편은 침이 마르도록 질문했다.

둘 다 무척 상기돼 있었다.

종결이었다. 9월은 내가 새로 태어난 달이 되었다




10월에는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여행을 떠났다.

약을 먹는 동안, "여행 다녀왔나 봐. 까맣게 탔네." 소리를 듣던 나는

진짜 더운 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베트남의 뜨거운 땡볕과 오토바이 경적 소리는

그동안 겪었던 일들로부터 우리를 아득히 멀어지게 해 주었다.

공교롭게도 여행에서 다녀온 직후, 우리가 한 일은 산부인과행이었다.

여행 전에 난임으로 유명한 산부인과에 예약을 해 놨었는데

마침 잡힌 날짜가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이었다.

병원에 들어서니 많은 사람들이 대기 중이었고,

분위기는 조금 무거웠던 것 같다. 우리 기분 탓일 수도 있다.


이곳에 예약하기 전부터 무수히 검색을 했었다.

첫 진료 때 의사가 권하는 검사, 일반적인 설명 등의 후기를 읽었다.

덕분에 의사와 나눈 대화에서 기시감을 느낄 정도였다.

나는 처음 듣는 것처럼 의사의 말에 경청했다. 아니 실제는 처음이 맞다.


눈은 의사의 볼펜 끝을 따라가며 귀를 세우고 있었다.

주요 설명이 끝나고 볼펜이 멈추더니 의사가 툭 말을 건넨다.

"여자분들은 모든 게 본인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더 전전긍긍해요.
그런 거 아니니까 너무 걱정 말아요.


눈시울이 붉어졌다.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첫 유산 때는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두 번째 유산 때는 어쩌면 내 잘못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세상에 결핵까지 걸렸으니 더 이상 빼도 박도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유산 후유증으로 생겨났던 것들이, 유산의 원인인 것처럼 나를 잠식했다.


나는 의사에게 일 년 동안 생긴 나의 대서사시를 빠짐없이 말했다.

진료실에서 나오니 많은 검사와 과정, 선택들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우리 사정을 아는 누군가가 도와준다는 생각을 하니 위안이 됐다.

유산 후 조리원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유산 후 처음으로 관련 전문가의 조리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


일단 가능한 검사부터 했다. 그때가 10월 말이었다.

그리고 20일쯤 지나서 검사 결과를 들었다.

문제는 없었다. 다행이었지만 답답했다. 그렇다면 왜..

너무 아픈 두 번의 사고가 그저 우연이었을 뿐인가.

아니다. 이런 생각은 접자. 이미 지난 일이니.

우리에게 치명적 결함이 없음을 다행으로 여기자.


의사는 내게 마음을 편히 갖고 지내다가

생리 후에 내원하여 배란일을 확인해 보자고 했다.

"좋아, 새해에 새 마음으로 시작해 보자!"




나는 처음으로 PT도 등록했고 2주째 되는 날,

옆사람 보다 잘한다는 칭찬에 감격하여

평소보다 과하게 어깨를 놀렸다.


그날 저녁 팔뚝 안쪽 살이 쓰라렸다. 왼쪽만.

잠시 뒤엔 붉어졌다. 검색해 보니,

'젠장 대상포진 증상이잖아.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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