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몸조리

마음은 조리가 되질 않는다.

by Kimplay

수술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유산 후 조리가 끝나자마자 다시 조리가 시작되었다.

그 무렵은 완연한 봄이었지만

나는 계절을 잊음 당했다.


엄마는 더 지극정성으로 나의 식사를 챙겼다.

어느 날 점심 식사 때 창으로 들어온 햇빛이 식탁을 비췄다.

앓고 나니 봄이 지나고 있었다.


"올해는 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네."

내 말에 엄마는 식탁 위 반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있잖아, 봄."

냉이된장찌개, 른 봄나물 무침들.

엄마의 식탁에는 봄이 가득했다. 위로가 됐다.




그때 나의 하루라고는 밥과 결핵약을 빠짐없이 먹고,

누워서 쉬거나 앉아서 티브이를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렸다.

간간히 내 상태를 일기로 써 놓기도 했다.

피부로 올라온 결핵약 부작용 때문에 너무 힘들었기에

그 내용이 너무 처절해서 두 번 다시 찾아 읽지 않았다.


세 번째 몸조리가 어느 정도 되었을 때, 나의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서자 눈물이 났다.

그 화장실에서 입덧으로 괴로워했고, 이 식탁에서 먹질 못했다.

저 소파에서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온통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때는 아기와 함께였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마음은 조리가 되질 않는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아물까.


처음 자궁에 태반조직이 남은 거 같단 얘길 들었을 때,

나는 유산 선고를 받을 때만큼 마음이 아팠다.

떠난 아기의 흔적이 남았다고 생각하니 더욱 절절했다.


내가 살아오면서 이토록 슬펐던 일이 있었던가.

나는, 다시 너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었다.

떠나서도 내게 강한 의지를 주는 너를 꼭 만나야 했다.

keyword